"전국 과반 승리"에 명운 건 李..몸은 계양을에 묶이나
“제 모든 것을 던져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9곳 수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정치인의 숙명”, “위험한 정면 돌파 결심” 같은 비장한 말들도 쏟아냈다.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국회의원 초선 도전이 아닌 6ㆍ1 지방선거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의 성패에 걸겠다는 의미다. “명분 없는 출마라는 당내 비판을 피하기 위한 베팅”(친문 재선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과반 승리’ 목표 때문에 ‘선수 겸 감독’이 된 이 고문의 발밑 사정은 복잡해졌다.
과반 승리 가능할까…국힘 “독이 든 성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한 라디오에서 “새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다 보니, (민주당은) 어려운 조건에서 선거에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17곳 광역단체 중 14곳을 휩쓸었던 직전 지방선거(2018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민주당이 확실한 우위를 전망하는 지역은 호남(광주ㆍ전남ㆍ전북)과 제주 등 4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이어 “이 고문의 출마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마음을 줬던 1614만 유권자가 결집할 기회와 명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붙였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과반 승리’를 위해선 안정권 4곳에 더해 경기ㆍ인천, 충청권 4곳 중 2곳, 그리고 강원도에서 이겨야 한다. 모두 수도권과 인접한 경합지여서 어떤 형태로든 이 고문의 등판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는 이들의 전제는 낮은 투표율이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은 데다, 경합지에선 아무래도 지지층 결집이 제일 중요하다”며 “그게 바로 이 고문을 데려온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반 승리는 비현실적”(이준한 인천대 교수)이란 전망이 많고 이 고문 측근들이 출마를 끝까지 만류했던 것도 “이번 선거는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배경이었다. 이 교수는 이 고문의 이 같은 목표치 설정의 이유를 “실현 가능성보단 여러 만류와 비판을 잠재울 만한 명분을 먼저 생각했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고문이 “독이 든 성배를 받았다”(김용태 청년최고위원)는 표현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다음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불리한 선거일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패배하면 이 고문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고문 측은 “과반에 실패하더라도 이 고문이 좁혀 놓은 격차를 봐야 한다”(이 고문 측 핵심관계자)고 말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도 “누가 사령관을 맡더라도 결과를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며 “과반에 실패해도 이 고문이 전국을 가로지르는 유세에 나서고 결과적으로 박빙 지역 2~3곳만 사수하더라도 선방했다는 식의 진영 내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텃밭 계양을 민심이 변수…발 묶인 사령관 되나
문제는 텃밭으로 여겨져 온 계양을의 민심이다. 출마선언에선 부차적 주제였지만 계양을 당선은 지방선거 성과 평가의 전제다. 그러나 “이 고문이 전국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할 것”(박 원내대표)이라는 기대와 달리 “자칫 이 고문이 계양을에 발이 묶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송영길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한 후 계양을 민심에선 이상기류가 발생했고 연고 없는 이 고문의 출마로 이 기류가 더욱 거칠어졌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원내 고위관계자는 “당내 자체조사 결과 계양을 민심이 크게 악화했다”며 “계양을이 인천 내 최대 험지로 분류될 정도”라고 말했다.
“계양을 민심은 금세 회복될 것”(인천 지역구 의원실 보좌관)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 고문 측은 긴장하고 있다. 선거를 돕는 한 측근은 “이 고문이 계양을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향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전국 선거를 병행하되 계양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선거 캠페인에 대해서도 그는 “우선 계양을에 집중한 뒤 향후 동선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지는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이 고문과 가까운 재선 의원은 “당분간 메시지는 전국을 향하되 몸은 계양에 묶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자칫 지역 선거에 함몰된 이미지가 강해지면 전국 선거는 물론 지역 선거 자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딜레마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절대 월클 아니다” 아빠만 모르는 손흥민 비밀
- 커트밖에 안했는데 91만원 '요금폭탄'…중국 수상한 미용실
- 피자 먹고 물 먹다 쓰러져 40대 사망…푸드코트서 무슨일이
- "이런 셀카 한장 받자고 돈 냈냐" 아이돌에 뿔난 팬들, 왜
- "인천서 숨 쉰 채 발견"…윤 대통령 취임식 날, 이재명이 올린 영상
-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진짜 짐쌌다…약속대로 국회 돌아간 '1번 윤핵관'
- 공무원 늘리기론 해결 못한다…'문송합니다' 해법 왜 외면하나
- 예산 82조 쓰는 '교육 소통령'…15년째 깜깜이 선거 왜?
- 윤 대통령 "내방 자주 오시라"…백악관 본딴 집무실, 책상엔 '핫 버튼'
- 넷플 결제도 직접 못하는 신세됐다…평범한 러시아인의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