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흔들 여야의 아킬레스건

2022. 5.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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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충우 기자)
마크롱이 다시 프랑스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대통령 임기는 7년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대통령 임기를 줄여 하원의원 임기와 같게 하고, 선거도 비슷한 시기에 치르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오랜 논의가 있었고, 결국 대통령 임기와 하원의원 임기가 맞아떨어지는 2002년부터 대통령 임기를 줄여 하원 선거와 비슷한 시기에 대선을 치르게 됐다.

대통령 임기와 하원 임기를 맞추자는 이유는, 이른바 ‘동거 정부’ 때문이다. 동거 정부란 대통령과 의회에서 선출하는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경우를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프랑스는 순수 대통령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눠 갖는 이원집정부제인데, 동거 정부가 자주 출현하면 정부의 효율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원과 대통령 임기를 맞춰 비슷한 시기에 선거를 하면 이런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였고, 실제 그렇게 됐다. 대선과 하원의원 선거가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게 된 2002년 이후부터 동거 정부라는 현상은 프랑스 정치권에서 사라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왜 대선과 하원의원 선거가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자 동거 정부가 사라졌을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사회적 현상에도 물리학 법칙처럼 ‘관성’이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은 한 달여 이후 선거에서도 자신이 뽑은 후보자의 정당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유권자 투표 성향이 단시간 내에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보의 정당이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의회 다수당이 되기 십상이다.

6·1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사회적 관성’이 발생할 수 있다. 대선이 있은 지 두 달 조금 지나 치르는 선거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성이 나타나면 지방선거 역시 국민의힘이 유리할 테다. 이런 관성이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 아래 각 지역별 대선 득표율을 지방선거에 대입하면,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0곳을 확보하고, 더불어민주당은 7곳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치가 나온다.

지방선거를 흔들 수 있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프랑스같이 민주적 전통이 뿌리 깊은 나라는 돌발 변수에 의해 선거판이 흔들리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크고 작은 변수에 의해 선거판이 흔들린다.

먼저 청와대 개방 문제를 들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 당선인보다 지지율이 낮은데, 가장 중요한 이유가 청와대 이전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26~28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은 9.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석열 당선인의 현재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 1위가 청와대 이전 문제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청와대 개방을 앞두고 청와대 방문 예약 사이트가 마비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국민이 긍정적 이유든 부정적 이유든 청와대 개방을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에서는 일단 관심을 받아야 지지율이 오른다. 무관심이 정치에서는 가장 큰 적이다. 청와대 개방 이후 청와대 개방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더 많아진다면,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불통 이미지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 이전은 지방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행정부 출범이라는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지면, 그 파급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로 청문회 정국을 들 수 있다. 5월 2일부터 줄줄이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청문회에서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다면,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 측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던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했다. 이는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행정부에 분명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에 악재인 것은 확실하다.

또 다른 변수는 검수완박이 통과된 과정을 유권자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훌륭한 취임사다. 해당 언급은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가 정의로울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회가 평등하지 않으면 과정이 공정할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 결과는 정의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사안들을 보면, 과연 과정이 ‘공정’한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위적 사보임’이 성공하지 못하자, ‘위장 탈당’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위장 탈당’을 해서 안건조정위에 참여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을 공정하다 생각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백 번 양보해 검수완박이 설사 옳은 결정이라 해도, 과정이 이 모양이면, 그 결과물을 정의롭다고 할 수는 없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검수완박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5년 전 취임사에서 한 말이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무회의 개최 시간을 2시로 미루면서까지, 검수완박법을 공표해버렸다. 이런 상황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나오면 된다는 권위주의적 사고를 현 정권도 갖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로 투표율을 들 수 있다. 역대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은 54.1%에 불과하다. 총선과 대선에 비해 저조하다. 이번 지방선거가 어느 정도 투표율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지방선거 최고 투표율이 지난 2018년 60.2%였음을 감안하면, 이번 지방선거는 50%대 투표율에 머물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민심이 지방선거에 그대로 투영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다. 대선 투표율은 77.1%였는데 지방선거 투표율이 50%대에 머물면, 이른바 정당 조직 영향력이 대선 당시보다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정당 조직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번 지방선거에 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국민의힘보다 많은 수의 단체장과 광역, 기초 의회 의원들을 확보하고 있고, 지역 조직 또한 국민의힘보다 탄탄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누가 우세하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투표율이 낮을 경우 여론조사 예측치는 더욱 빗나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끝까지 봐야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8호 (2022.05.11~2022.05.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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