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필리핀 대선..'무장 괴한 테러' 투표소 3명 사망
필리핀 대통령 선거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무장 괴한이 한 투표소를 공격해 보안요원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9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필리핀 군 당국에 따르면 승합차 두 대에 나눠탄 무장 괴한은 이날 오전 7시 25분쯤 남부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 불루안의 한 학교에 설치한 투표소를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 3명이 사망하고 최소 1명이 다쳤다. 현장엔 투표하러 온 시민 등이 있었지만, 민간인 사망자는 없었다. 이브라힘 망구다다투 전 불루안 시장은 AFP에 “총격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대피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총격 사건과 이번 선거의 관련성 등을 파악 중이다. 이날 필리핀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비롯해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 지방 정부 공직자 약 1만 8000명을 선출한다.
지난 8일 밤에도 마긴다나오주에서 수류탄 5발이 한 선거 투표소 인근에서 폭발해 9명이 부상했다. 지난 7일에는 북부 일로코스수르주에서 마그싱갈 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4명이 사망했다.
2009년 11월 마긴다나오주 주지사 선거에선 출마자를 대신해 후보 등록을 하러 가던 부인과 여동생, 취재 중인 언론인 등 58명이 반대 세력의 총격을 받아 숨진 뒤 집단 매장되기도 했다.
AFP는 필리핀의 약한 총기 규제와 폭력적인 정치 문화 탓에 선거 기간 이러한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선거는 다른 선거보다 덜 폭력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필리핀 경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엔 133건의 선거 관련 폭력 사건이 발생했지만, 올해 1월 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집계된 폭력 사건은 4건의 총격 사건을 포함해 16건이었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투표소와 검문소 등에 군인 4만 8000명과 경찰 1만 6000명을 배치했다.
6년 단임제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에선 ‘마르코스의 귀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달 실시한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장남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64) 전 상원의원은 56%의 지지를 얻어 경쟁자 레니 로브레도 현 부통령(23%)을 3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부통령 지지율 1위(55%)인 사라 두테르테 후보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이다. 그래서 유력 정치 가문이 정계를 좌지우지하는 필리핀식 ‘왕조정치’가 반복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필리핀의 인구는 약 1억1000만 명으로 이중 유권자는 6750만 명이다.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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