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누가 이재명을 보선에 불러냈나

2022. 5. 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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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8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재명의 욕망, 민주당의 현실 그리고 한국 정치의 구조 등 세 개의 층위를 총체적으로 봐야 비교적 설득력 있는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의 보선 출마는 사실 명분이 약하다.

그 실리는 생각보다 많다고 봤으며, 이재명의 정치적 욕망과 민주당이 직면한 정치적 현실을 정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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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8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설마 하던 게 현실이 됐다. 당초 이 전 지사를 아끼던 지지자들은 ‘일보 전진파’와 ‘이보 후퇴파’로 맞섰다. 당과 당원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전 지사가 뒤로 물러나 있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일보 전진’을 외친 사람들이다. 반면에 대선에서 졌다면 잠시 성찰의 시간을 가진 뒤에 국민이 부를 때 그때 나와야지 대선 후보가 곧바로 국회의원 후보로 뛰는 게 적절하느냐는 비판론도 적지 않았다. ‘이보 후퇴’를 주장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두 가지 주장 가운데 ‘어떤 것이 옳은지’를 판단키는 매우 어렵다. 이재명의 욕망, 민주당의 현실 그리고 한국 정치의 구조 등 세 개의 층위를 총체적으로 봐야 비교적 설득력 있는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전 지사가 보선에 출마한 이유를 어떻게 봐야 할까. 개인적 측면에선 이재명의 강한 ‘정치적 욕망’을 빠뜨릴 수 없다. 앞으로 5년 안에 어떤 결판을 내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단 한 번의 국회의원 경력도 없고 당내 기반도 취약한 상황에서 이번 보선에서 당선 가능성은 높다. 이런 조건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인천 계양을에서 찾아 온 것이다.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정당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에서 석패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히 경기도에서도 진다면 2024년 차기 총선까지는 대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과반 의석을 가진 거대 정당의 덩치는 오히려 부담이 될 뿐이다. ‘폭주 아니면 무능 프레임’이 형성돼 자칫 독박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기도를 비롯해 접전 지역에서 승리한다면 전혀 다른 모습이 전개된다. 민주당이 반대로 윤석열 당선인의 새 정부를 향해 ‘폭주 아니면 무능 프레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때 172석은 부담이 아니라 ‘거대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지도부가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한국 정치의 구조적 특징도 이재명을 불러낸 결정적 이유가 됐다. 거대 양당체제가 만들어 낸 ‘진영대결 구조’가 그것이다. 대선이 끝나고 이재명은 잠시 국민의 시선에서 멀어졌지만 끊임없는 정치권 논란으로 불러낸 쪽은 국민의힘이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있을 때마다 국민의힘은 분위기를 띄웠다. 심지어 ‘검수완박 입법’도 이재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덩달아 검찰의 분위기도 조금씩 변했다. 당연히 이재명 지지층은 결집할 수밖에 없다. 싸우기 위해서라도 지역이 어디든 승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출마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우리 편’이 출마하는 데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식이다.

이재명의 보선 출마는 사실 명분이 약하다. 대선 이후의 정치행보 치고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하지만 0.73%포인트 차로 패배했다는 아쉬움까지 감안한다면 명분보다 실리를 앞세운 것이다. 그 실리는 생각보다 많다고 봤으며, 이재명의 정치적 욕망과 민주당이 직면한 정치적 현실을 정당화시켰다. 더 나아가 지지자들의 폭발적 반응까지 이끌어 냈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거대양당 체제가 살아있는 한 쉽게 바뀌기도 어렵다. 정치인의 욕망, 정당의 선택은 결국 명분보다는 실리부터 챙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재명이든 또는 누구든 한국 정치의 ‘진영대결’은 사람과 정당을 구속한다. 이런 점에서도 구조, 즉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박상병(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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