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강수연

한승주 2022. 5. 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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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의 속어)가 없냐."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인데 사실 이 말의 저작권은 영화배우 강수연에게 있다.

한국 영화계가 어려웠던 시절, 그는 영화인을 두루두루 챙기며 사석에서 이 말을 즐겨 했다.

류승완 감독이 이 대사를 '베테랑'에 가져다 썼다는 건 영화계에 잘 알려진 얘기다.

지난 7일 55세 나이로 세상과 이별한 강수연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원조 월드 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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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의 속어)가 없냐.”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인데 사실 이 말의 저작권은 영화배우 강수연에게 있다. 한국 영화계가 어려웠던 시절, 그는 영화인을 두루두루 챙기며 사석에서 이 말을 즐겨 했다. 류승완 감독이 이 대사를 ‘베테랑’에 가져다 썼다는 건 영화계에 잘 알려진 얘기다.

지난 7일 55세 나이로 세상과 이별한 강수연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원조 월드 스타였다. 네 살에 아역 배우로 시작해 ‘씨받이’(1987)로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긴 머리가 여배우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 삭발을 하고, 한강 투신 장면도 대역 없이 찍었다. 그와 같이 일했던 감독들은 강수연을 연기관이 뚜렷하고 고집 센 열정적인 배우로 기억한다. 중년에도 꾸준히 연기해 영화계에 족적을 남겼다.

강수연은 리더십이 탁월한 행정가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흔들릴 때 집행위원장을 맡아 존립이 불투명하던 영화제를 다잡았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계기로 부산영화제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반 토막이 났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평가받던 부산영화제는 순식간에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강수연은 2015~2017년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영화계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유명 게스트를 유치하고, 기업의 후원 조인식 등도 마다하지 않고 뛰었다.

2016년 부산영화제를 며칠 앞두고 그를 만난 적이 있다. 강수연은 어두운 복도 의자에 앉아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스태프들까지 다독이고 있었다. “해운대에 천막을 치는 한이 있어도 영화제는 열려야 한다”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극장에 혼자 가서 영화를 보는 일이 설렌다”며 “연기 잘 하는 할머니 배우로 늙고 싶다”고 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던 날, 믿기지 않는 그의 부고가 전해졌다. 빈소에 모인 많은 이들은 말을 잃었다. “우리 장례식을 치러줄 사람이 먼저 갔다”는 임권택 감독의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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