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반도체, 언제나 1등은 아니었다

김준엽 2022. 5. 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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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글로벌시장 D램 점유율 합계는 72%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뛰어든 건 1983년이었다.

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하기엔 규모가 작고 기술도 부족하다는 이유도 들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진출 선언 7개월 만에 64K D램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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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산업부 차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글로벌시장 D램 점유율 합계는 72%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42.3%로 1위, SK하이닉스가 29.7%로 2위다. D램에서 두 회사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뛰어든 건 1983년이었다. 이병철 삼성 회장은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회장은 미국을 둘러본 후 반도체가 향후 산업을 뒤흔들 근간이 된다고 판단했다. 안팎으로는 우려와 냉소가 가득했다. 가전제품 품질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간신히 맞추는 회사가 첨단산업의 끝이라는 반도체에 뛰어들겠다고 하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인텔은 이 회장에게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꼬기도 했다.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 내수시장이 작고, 반도체 관련 산업이 취약하며, 사회간접자본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하기엔 규모가 작고 기술도 부족하다는 이유도 들었다. 당시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을 따라올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이 가득했다. 불과 6개월 후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진출 선언 7개월 만에 64K D램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였다. 그리고 1992년 D램 시장에서 일본 도시바를 제치고 1위에 오른다. 이후 20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내친김에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낸드플래시에서도 1위에 등극했다.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 천하가 됐다.

SK하이닉스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3년 현대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 1995년 세계 최초로 256Mb S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하지만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혔다. 1999년 김대중정부가 대기업 중복투자를 막겠다며 ‘빅딜’을 추진했고, LG는 반도체 사업 지분 전체를 현대에 넘겼다. 그렇게 하이닉스가 탄생했다. 두 기업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2000년대 초반 반도체 불황이 찾아오면서 회사는 휘청거렸다. 반도체는 적절한 시기에 대규모 투자가 성패를 가르는데, 한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2007년 기점으로 벌어진 ‘메모리 치킨게임’도 견뎌내야 했다. 일본, 대만 메모리 업체들이 치킨게임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하이닉스는 버텼다. 그리고 SK에 인수되면서 반등하게 된다.

두 회사의 과거를 되짚어본 것은 지금도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상기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1분기 사상 최대 성적표를 받았지만 외부에선 위기라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대만 TSMC와 격차가 벌어진다고 비판받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17년 출범했다. TSMC와 함께 7나노 미만 공정을 양산하며 5년 만에 글로벌 2위까지 올랐다. 대만은 국가 전체가 TSMC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메모리 치킨게임에서 한국에 패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기까지 느껴진다. 대만 언론은 연일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쏟아내고 별다른 확인 없이 확대 재생산한다.

예나 지금이나 반도체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에는 기업 간 혈투였다면 이제는 국가까지 개입해 전장이 확대했다는 것이다. 우리 상황도 과거와 다르다. 전에는 아무것도 없이 성공 신화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성공한 경험과 자신감이 있다. 반도체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는 민관이 원팀으로 승리 공식을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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