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V '인터랙티브' 실험..유재석 업고 대세 예능 될까
“어, 자물쇠가 있네요! (비밀번호는) 네 자리….”
지난 3일 공개된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 ‘플레이유’ 4회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오이도 차량 기지에서 폐열차에 올라탄 유재석은 ‘열차 끝에 있는 조종실에서 보물을 획득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그러나 첫 번째 칸에서부터 자물쇠로 잠긴 문에 맞닥뜨린 유재석. 그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열차에 있는) 신발 개수?” 등 비밀번호를 추측하는 댓글을 쏟아낸다. 이중 “기차 번호 아닐까요”라는 ‘촉 좋은’ 시청자 댓글 덕에 유재석은 비밀번호를 풀고,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플레이유’는 유재석이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예능이다. 매주 화요일 라이브 방송에서 유재석은 제한 시간 100분 안에 ‘폐공장에서 휴대폰을 찾아 로그인하기’ ‘동료들을 구출해 섬에서 탈출하기’ 등의 미션을 달성해야 한다.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실시간 채팅으로 다양한 전략이나 의견을 제시하고, 유재석은 이 중 눈에 띄는 댓글에 따라 미션을 풀어나간다. 시청자들 간 의견이 갈릴 때면 투표 기능을 활용해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쪽을 택하는 식으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렇게 100분여간 유재석이 홀로 미션을 수행하는 라이브 방송을 30분 안팎으로 편집한 본편은 카카오TV를 통해 공개된다. 지난달 12일 공개된 1회는 반나절 만에 약 60만 뷰, 일주일 만에 115만 뷰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3일 공개된 4회는 공개 닷새만인 8일 기준 136만 뷰를 기록하는 등 관심도 갈수록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은 평일 낮에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평균 1만여명 이상이 지켜본다.
그동안에도 카카오TV는 ‘생존남녀 : 갈라진 세상’, ‘빨대퀸’ 등의 오리지널 예능에서도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을 꾸준히 실험해왔다. 10명의 플레이어가 생존 경쟁을 벌이는 서바이벌 예능 ‘생존남녀’에서는 시청자들이 생존자를 예측하는 투표 결과에 따라 최대 1억원의 상금까지 받을 수 있는 포맷을 도입했고, ‘빨대퀸’에서는 MC 홍현희가 벌어들인 수입을 기프티콘으로 시청자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시도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익명을 원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시청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은 뉴미디어를 베이스로 하는 카카오TV가 지상파 방송이나 기존 OTT들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차별점 중 하나”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자 참여를 강화한 콘텐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인터랙티브 예능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시청자들은 콘텐트를 수동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소통’하지 않는 예능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의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는 재미에 빠져본 경험이 있다”며 “앞으로는 기존 방송 채널에서도 인터랙티브 포맷이 진화를 거듭하며 많은 시도가 이뤄질 거라 본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TV의 모든 인터랙티브 예능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듯, 출연자 선정과 ‘날것의 소통’이 동반하는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쌍방 소통을 강화하면 몰입감이 높아지는 순기능이 있는가 하면, 출연진을 향한 과도한 비방이나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 평론가는 “편집이나 모니터링을 통한 위험 제거 외에도 여러 상황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탁월한 진행자가 성공의 필수조건”이라고 분석했다. 김헌식 평론가도 “‘플레이유’는 ‘유재석이 내 말에 움직인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쾌감이 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진행자 선정이 중요하고, 제작진이 사전에 진행자에 대한 악플이나 무리한 요구를 자제해주길 고지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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