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말 통과 법률로 재정부담 매년 14.6조 늘어[뉴스원샷]

손해용 2022. 5.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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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한 국회에서 지난해 법률 제·개정을 통해 늘린 재정 부담이 향후 5년간 연평균 14조6113억원(재정지출 증가 + 조세수입 감소)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년도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재인 정부 막판에 재정 부담이 큰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짐을 지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1년 가결 법률의 재정소요 점검’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들이 시행되면서 2022∼2026년 추가되는 재정지출은 총 38조3203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5년 동안 정부의 재정지출이 연평균 7조6641억원씩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같은 기간 세제 지원, 세금감면 등을 통해 줄어드는 조세수입은 총 34조7261억원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6조9452억원이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재정지출과 줄어드는 조세수입을 합친 재정부담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14조61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정처가 지난해 가결된 법률 중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칠 법률 153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예정처는 향후 5년간 비용을 추계했는데, 5년 이후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재정지출을 늘린 분야를 보면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씀씀이가 가장 많이 커졌다. 연평균 2조3871억원을 더 써야 해 국가지출(지자체는 제외) 증가분의 38.2%를 차지했다. 영아수당 신설 등을 담은 아동수당법, 출생아에 200만원을 지급하는 ‘첫만남이용권’ 같은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 등을 개정한 여파다. 이어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화 등으로 ‘산업ㆍ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에서 지출이 연평균 1조7120억원(전체 증가분의 27.4%) 증가했다.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조세수입이 감소한 분야를 보면 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운영하는데, 올해부터 1인당 지원액을 늘리면서 해마다 1조674억원의 국세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이를 포함해 각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연평균 4조6452억원의 수입이 감소한다. 이 밖에 중고차 취득세 감면 연장, 1세대 1주택자 과세기준액 상향 등에 따라 세수가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나라살림에 영향을 주는 법률 가운데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처럼 시행이 불가피한 것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영아·아동 수당이나 저출산 관련 예산처럼 재정지출 효과 분석 없이 선심성으로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는 정책도 있다. 현 정부 임기 막판에 재정부담을 키웠다는 점도 논란이다. 법 개정을 통한 재정 부담 확대는 정권 초기에 이뤄지고, 임기 막판에는 정권 초 만든 정책의 연착륙과 국가 채무 관리에 역점을 두는 게 일반적이어서다.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국회 통과 법안의 재정 부담(향후 5년간 연평균)은 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9조244억원에서 2018년 15조 3323억원으로 늘어난 뒤 2019년에는 6조1915억원, 2020년에는 5조99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도의 3배에 가까운 14조611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 정부의 재정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당장 윤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209조원이 필요한데,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기존 예산 구조조정으로 20조원, 경제 발전을 통한 추가 세수로 20조원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는 한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문 정부가 펼친 확장 재정의 후유증까지 안고 출발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강 교수는 이어 “세수 확보 여건이 녹록지 않기에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며 “세출 구조조정으로 예산 낭비를 막고, 민간 성장을 독려해 세금 수입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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