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후반기 원구성 뇌관..비판 여론에도 버틸까
기사내용 요약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입법에 차질
여야 대치, 지지층 결집에 유리 판단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한 지난해 7월 양당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합의 파기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체계자구 심사권 축소 등에도 여전히 법사위가 국회내 상원(上院)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직을 넘겨줄 경우 의석 우위에도 윤석열 정부 견제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등 입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필두로 윤석열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 후반기 원구성 합의 파기까지 연속되는 여야 대치 구도가 지지층 결집이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의 합의 파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유지를 버틸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야 된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전통적으로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법사위원장을 맡아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어 "20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으며 제대로 국정과제를 추진하지 못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을 여당에서 수행해야겠다해서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며 "그게 제대로 안 돼서 초기에는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다 맡아서 일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제 여야가 바뀐 상황이기 때문에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윤호중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간 후반기 법사위원장직 양보 합의에 대해서는 "전반기 원내대표가 후반기 원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합의를 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공개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에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권 조정) 합의를 파기하는 걸 보면서 과연 (지난해 원 구성) 합의가 의미가 있을까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하겠다는 입장을 공론화한 바 있다.
그는 같은날 뉴시스에 "2년마다 원구성 협상을 하고, (협상 주체를) 당시 교섭단체 대표로 규정한 국회법 절차를 준수하자는 것"며 "(지난해 7월 합의는)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한 것이고 당시도 이 문제에 대해 비판이 있었다, 국회법 밖의 문제를 제가 다 동의하고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박 원내대표는 체제자구 심사권 축소 등 부대 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합의 파기 명분으로 제시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법사위원장직을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당시 국민의힘의 논리도 차용했다. 이는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논리다.
국회 관행상 국회 법안 처리 과정의 물길을 쥐고 있는 법사위원장직은 제1야당이 맡아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전반기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명분 삼아 법사위원장직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직을 맡지 못하면 어떤 상임위원장직도 받지 않겠다고 국민의힘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자 입법 독재라는 비난에도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독직하는 21대 전반기 원구성을 강행하는 정치적 부담을 감내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시 여당이 입법을 담당하는 법사위원장직을 맡고, 야당이 예산을 담당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구사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을 이용해 국정 발목잡기를 위해 입법 바리케이트를 치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지난해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의회 독재와 입법 독주라는 비판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워지면서 윤호중 당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21대 전반기 국회 개원 1년2개월인 같은해 7월 후반기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양보하는 조건으로 상임위원장직을 11대 7로 분배하는 전반기 원구성 재협상을 타결했다.
대신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체계자구 심사권을 축소하는 등 법사위의 힘을 뺴는 법사위원장직 양보 부대조건도 만들었다. 하지만 대선 패배 이후 자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국민의힘의 논리를 들고 나온 셈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직을 가져가려면 국회의장직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의 월권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로 합의문에 서명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사위원장과 국회 의장을 동시에 차지하겠다는 것은 독선이자 뻔뻔스러움의 극치라고 아니할 수 없다"며 국회는 172석에 이르는 민주당이 상임위 및 본회의 소집과 법안처리, 의원 징계까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의회 독재상황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까지 차지해서 얼마나 더 많은 폭거를 저지르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원 구성 협상 파기 선언은 정당성도 명분도 없다. 국민 눈에는 치졸한 대선분풀이로 보일 따름이다. 민주당은 더 이상 국회를 우습게 만들지 말라. 민주당이 또 다시 나쁜 선례를 만든다면 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