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젠 한국 인력 안빼간다..'기술 도둑' 中 달라진 수법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가 중국 기업에 유출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국가 핵심산업인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가 중국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검수완박’으로 기술안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반도체·OLED 장비 빼갔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반도체와 OLED 장비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관련자 일부는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비는 산업발전법에 따라 부품이나 설계 도면의 해외 반출이 금지돼있다.

이는 보안 및 관리가 강해지고 있는 인력·원천기술과는 달리 자국으로 들여오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또 당장 특정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요 부품과 설계 도면 등을 들여다보면서 제품 생산에 어떤 기술과 원리가 사용됐는지도 알 수 있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 세메스에서 근무하던 A씨 등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반도체 세정 장비의 생산기술과 그 도면을 중국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세메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로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공급하는 회사다. 산업계와 검찰은 A씨 등이 세메스 퇴직 후 회사를 설립하고 중국으로부터 수백억원대 투자금을 받는 대가로 장비 설계도면 등을 넘기고 중국 현지에 장비가 설치되게끔 도왔다고 본다.
OLED 장비 유출 방식도 흡사하다. B씨 등은 디스플레이 세정 장비의 설계도면을 중국에 유출했는데 이들은 2016년 중국 현지에 법인까지 설립했다. 국내 업체에만 공급해야 하는 장비를 중국 회사에 넘기면서 정상적인 수출 계약처럼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설립한 법인의 회계상 매출액은 5년 만에 3배가량 늘었다.
기술 유출 3분의 2는 중국으로
국정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2월까지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모두 99건이다. 이 중 34건이 경쟁사에 유출될 경우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 핵심기술’이었다. 앞서 국정원은 유출된 산업기술 중 3분의 2가 중국으로 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기술 유출의 경우 은밀히 진행되는 만큼 실제 적발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건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산업기술의 국가 안보 차원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OLED 등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어 제도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술인력 유출 등 우리 기술 보호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입법이 필요한 부분까지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인수위는 국정과제 목표 중 하나로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한 지식재산 보호체계 확립”을 내세웠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업계에서는 주요 기술 유출될 경우 2~3년의 기술 격차가 단번에 좁혀질 수 있다고 본다.
‘검수완박’, 기술안보도 위협
이 같은 상황에서 기술유출 방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검찰 수사권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공표되면서다. 기술유출 등 경제범죄 수사는 가능하다지만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 출범 전까지로 제한됐다. 무엇보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개정된 법에 따라 수사를 한 검사는 재판에서 손을 떼야 한다.
특허청이 2017~2019년 영업비밀 관련 형사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죄율이 34.5%에 달했다. 일반 형사사건의 1심 무죄율은 1% 미만이다. 기술유출 사건의 무죄 비율이 30배 이상 높았다. 외국 기업이 관련돼 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대규모 기술유출 피의자를 대리하는 데다 전문기술의 영역이다 보니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쉽게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다.
검찰 내 기술유출 사건 전문가인 이춘 부장검사는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핵심기술 해외유출 사건 같은 전문분야 사건은 수사와 기소를 연계해야 한다”며 “전문적 기술 이해와 쟁점 기술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 기록만 검토해서 대응하는 게 실제론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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