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프로스펙스 '품절 대란'..올드 브랜드 '역주행' 비결 3

박수호,윤은별 2022. 5. 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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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 23일은 유통업계가 기억해야 할 날짜로 인식된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포켓몬빵’의 재출시일이기 때문.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SPC는 포켓몬빵을 출시,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월 500만개를 판매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히트 비결은 ‘띠부실(일종의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 덕분이었다.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던 이 띠부실 탓에 빵은 버리고 띠부실만 챙기려 해 문제라는 기사도 쏟아졌다. 10여년 만에 이런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포켓몬빵으로 유도, 아이를 유괴하려 하니 조심하라’는 글이 회자될 정도로 또 다른 방식의 사회문제 출현 가능성까지 대두된다.

# 추억 소환은 포켓몬빵만이 아니다. 최근 빙그레는 단종됐던 ‘링키바’를 재출시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고객센터,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재출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최근 1년간 고객센터 약 140여건, SNS 해시태그 약 170회, 네이버에서 ‘링키바’ 검색 횟수는 최근 3년간 약 2만건에 달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회사 측은 아직은 출시 초기이고 성수기가 아니라 유의미한 매출 추이 등은 없으나 일부 소비자들이 SNS 후기들을 올리고 있어 여름에 접어들면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억의 브랜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10년 전 단종된 브랜드가 다시 출시되는가 하면 국내에서 철수했던 해외 유명 브랜드가 한국에 재진출하기도 한다. 이른바 ‘올드 브랜드’의 귀환이다.

장성철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레트로(복고) 트렌드가 힘을 얻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여기에 좀 더 스토리를 입히고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려는 소비재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 기성 소비층에게는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익숙한 듯하지만 이색적인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엑스틴 이즈 백’ 트렌드도 무시할 수 없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X세대(1965~1980년생)를 시장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지목했다. 소비력이 강한 이들 세대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X세대가 즐기던 브랜드가 재조명받는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다시 히트 치고 있는 올드 브랜드. 각 업체는 어떤 전략으로 접근했기에 ‘역주행 흥행’을 하는지 유형별로 나눠 분석해봤다.

빈폴은 2030세대 고객이 선호할 만한 트렌디한 디자인에 ‘가성비’를 갖춘 라인인 ‘그린 빈폴’을 선보이며 MZ세대 맞춤형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Y2K’, 세기말 감성 건드렸다

▷MZ세대에게는 ‘불안감’ 공감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레트로 열풍.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지난해부터는 여기서 좀 더 진화하고 있다. 복고풍 레트로에 ‘Y2K(잠깐용어 참고)’ 감성을 입힌 브랜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99년은 20세기 마지막 해였는데 이때는 새로운 세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와 종말이라는 두려움이 교차하던 때다. 이런 감성은 패션, 문화 산업 쪽에서 강렬한 디자인, 파격적인 코디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됐다.

이런 감성이 다시 최근 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Y2K 트렌드를 주도하는 소비자는 MZ세대다. 그동안의 레트로 열풍은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이 주 소비자였다면, Y2K는 그들의 조카, 자녀 세대로 세기말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젊은 소비자가 주도한다. 왜일까.

세기말의 불확실성은 쨍한 컬러감, 화려한 스팽글과 같이 강하고 화려한 것이 특징인 ‘Y2K 스타일’을 낳았다. 다소 촌스럽더라도, ‘더 재밌는 것’을 찾는 MZ세대의 마음에 Y2K 스타일이 쏙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 장기화, 저성장, 고용 불안 등으로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MZ세대의 불안감이 세기말 소비자의 불안함과 맞아떨어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세련되고 깔끔한 것만 보고 자란 MZ세대 ‘펀슈머(재미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Y2K 스타일은 재밌게 여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새 천년을 앞둔 인류의 불안함이 녹아든 당시의 트렌드가 지금 결혼, 취직 등으로 불안해하는 젊은 층의 감성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Y2K 트렌드가 특히 요동치는 분야는 패션업계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의 6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Y2K’를 꼽았다. 부츠컷 청바지나 멜빵바지,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등이 대표적인 Y2K 패션 스타일이다.

비케이브의 브랜드 ‘리(Lee)’의 부활은 이런 트렌드의 대표적인 예다. 1889년 미국에서 설립된 데님 브랜드 리는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 처음 선보였다. 리바이스와 함께 주요 데님 브랜드로 인기를 끌다, 2000년대 초반 판매 부진으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런데 MZ세대 대상으로 커버낫, 마크곤잘레스 등의 브랜드를 성공시킨 비케이브에서 ‘Lee’의 ‘역주행’ 가능성에 주목했다. 3040세대에는 레트로 감성을, 1020세대에는 새로운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투 트랙 마케팅’ 전략을 쓰면 먹힐 수 있다고 봤다. 2년 전 국내 브랜드 판권을 확보한 비케이브는 큼직하고 강렬하게 로고를 부각하는 디자인, 무신사 같은 젊은 층이 많이 애용하는 패션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전략으로 국내 시장에 재진출했다. 예상은 그대로 먹혔다. ‘Lee’는 무신사의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한 시간 만에 1억5000만원어치가 팔려 나가기도 했다. 그 덕에 지난해에만 판매가 기준 매출 200억원, 올해는 500억원을 기대한다. 여세를 몰아 올해 또 다른 ‘올드 브랜드’인 랭글러를 선보일 예정이다.

폴로 랄프 로렌 역시 Y2K 붐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랄프로렌코리아의 매출은 2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랄프 로렌 역시 지난해부터 세기말 인기 끌었던 강렬한 원색 계열, 큰 로고의 패션 디자인을 다시 부각시켰다. MZ세대는 곧바로 화답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롯데백화점 폴로 매출의 절반이 30대 이하 소비자에서 나왔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 ‘리(Lee)’가 Y2K 열풍에 힘입어 부활했다(위). 지난해에만 매출 200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500억원을 기대한다. 에스콰이아는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의 판매 전략을 각각 다르게 구사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친다. 사진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판매되는 에스콰이아의 고가 라인 ‘블랙 에디션(아래)’. (비케이브, 형지에스콰이아 제공)

▶추억의 브랜드도 새 옷 입어야

▷브랜드는 그대로…기능은 업그레이드

올드 브랜드가 뜬다 해서 우후죽순 재출시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마케팅이나 고객 접근 방식, 제품력 등에서 ‘진화’를 꾀한 곳만 주목받는 분위기다. 판매 방식의 ‘디지털 전환’, 젊은 층을 겨냥한 감성 마케팅, 유명 브랜드와의 적극적인 협업 등 새로움을 계속 추구해야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역대 대통령 구두로 유명한 형지에스콰이아의 60년 전통 구두 브랜드 ‘에스콰이아’가 대표적인 예다. 에스콰이아는 종전의 오프라인 중심 판매 방식을 과감히 탈피한 후 새로운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등 비대면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 전용 제품도 내놨다. 그 결과 저조하던 온라인 매출을 전체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투 트랙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에스콰이아는 디지털 전환을 꾀했지만, 단 한 곳의 오프라인 매장도 줄이지 않았다. 매장을 주로 찾는 단골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대신 채널별로 주력 제품을 달리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고급 라인을 주로 판매한 반면 온라인에서는 ‘유명 브랜드’ 이미지는 강조하되 진입장벽이 낮은 중저가 라인을 주로 판매해 세대 불문 ‘가성비’ 심리를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매출 반전에 성공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전통 브랜드 빈폴도 변신을 거듭하면서 매출 재반등이 일어난 경우다. 빈폴은 2030세대 고객이 선호할 만한 트렌디한 디자인에 ‘가성비’를 갖춘 라인인 ‘그린 빈폴’을 매 시즌 선보이고 있다. 그린 빈폴 가격대는 빈폴 메인 상품의 70~80% 수준이다. 더불어 M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올 봄여름 시즌에는 스누피 캐릭터로 유명한 미국 애니메이션 ‘피너츠’와, 빈폴골프는 캐주얼 브랜드 ‘오아이오아이(OiOi)’와 협업한 라인업으로 인기를 끌었다.

보수적인 제약업계도 새로운 시도로 ‘역주행’하는 사례가 있다.

용각산이 대표적인 예다. 보령제약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용각산은 무려 55년 전에 출시된 기침가래약이다. 20년 전만 해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성분은 그대로지만 맛과 먹는 방식에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브랜드도 ‘용각산쿨’로 리뉴얼했다. 용각산쿨은 복숭아와 민트 2가지 맛으로 한방 제제의 거부감을 줄이고,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는 과립형 1회용 스틱 포장 형태로 만들었다. 기존 호흡기질환 의약품에서 찾아볼 수 없던 독특한 제품은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헛기침 광고’가 반향을 일으키면서 용각산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은 2030세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용각산쿨의 올 3월 판매량은 직전 1~2개월 평균 대비 201% 증가했다.

2000년 초반 즉석카메라 열풍의 주인공 한국후지필름의 ‘인스탁스’ 브랜드도 진화를 거듭한 끝에 다시 요즘 ‘품절템’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후지필름이 올해 초 선보인 ‘인스탁스 미니 에보(Instax Mini Evo)’가 그 주인공. 이 제품은 촬영 직후 바로 인쇄되는 기존의 즉석카메라와는 달리, 디지털카메라기 때문에 미리 찍고 사진을 확인 후 출력할 수 있게 설계했다. 또 블루투스 호환을 통해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원격 촬영이 가능하며,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까지 필름으로 출력이 가능하게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출시 이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라고 소개했다.

올 2월 SPC삼립이 출시한 포켓몬빵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돌풍을 부르고 있다. (SPC삼립 제공)

▶“부활 원해? 고객에게 물어봐”

▷롯데리아 추억의 버거 투표 70만 참여

지난해 롯데리아는 ‘2021 대한민국 레전드 버거 선발전’을 열었다. 추억의 버거를 내걸고 소비자들이 투표, 그중 호응이 높은 순서대로 재출시하는 이벤트였다. SNS 영상은 총 182만뷰, 레전드 버거 투표 수는 약 70만을 기록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이후 롯데리아는 선발전에 최종 우승한 메뉴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를 단종 7년 만에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롯데리아는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 출시에 앞서 자사 주문 앱 ‘롯데잇츠’의 기존 가입 고객을 위해 콤보 메뉴를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다운로드 쿠폰을 내놨는데 공개 3시간 만에 선착순 1만개가 조기 소진됐다.

1991년에 나왔다 단종된 롯데제과 아이스크림 ‘조안나바’ 역시 소비자들의 심폐소생술(?) 덕에 부활했다. 조안나바는 1990년대 연간 5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던 제품. 2015년 단종됐지만 소비자들이 ‘조안나바’ 판매 요청을 계속하고 SNS에서도 예전 사진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구애활동을 벌여 ‘조안나바’가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전통의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역시 소비자와 호흡을 맞춘 제품 기획으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최근 출시한 ‘마라톤 220’은 마라토너 데이브 맥길리브레이가 1978년 미 대륙 횡단 시 착용한 러닝화로 스니커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유튜버 ‘와디’와 협업해 복각한 블루와 옐로 컬러 한정판 신발이다. 요즘 MZ세대에 익숙한 래플(추첨을 통한 구매자 선정 방식) 응모 방식으로 눈길 끌며 약 5000여명의 참여를 이끌기도 했다. 프로스펙스는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소비자 참여형 기획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브랜드 재건에 나설 계획이다.

장성철 교수는 “아무리 올드 브랜드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해 사전 수요를 점검하며 실패 확률도 줄일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총평했다.

▶일부 브랜드 재출시 반응 덤덤

▷디아도라, 챔피온 인지도 올리기 총력

물론 올드 브랜드가 다시 나오는 족족 다 히트하는 건 아니다. ‘디아도라’나 ‘챔피온’ ‘노티카’ 같은 패션 브랜드는 패션 전문 업체가 브랜드 판권을 다시 확보해서 국내에 들여와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싸이월드 역시 최근 다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추억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등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기는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현재 각광받는 SNS 대비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 기능 면에서 얼마나 혁신성, 편리성을 갖추느냐 등의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향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은 올드 브랜드의 장점이지만 그 밖에 지금 소비자에게 어필할 ‘한 방’이 없다면 재출시 소식은 ‘반짝 효과’만 낳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잠깐용어*Y2K 연도를 뜻하는 Year, 숫자 2, 1000을 가리키는 Kilo의 앞 글자를 따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세기말의 생활양식을 가리킨다. 원래는 2000년을 앞두고 당시 컴퓨터가 2000년 이후의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버그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박수호 기자,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7호 (2022.05.04~2022.05.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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