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19억 장비' 中짝퉁 알고도 방치한 육군..신고 당했다
육군이 중국산 ‘짝퉁’ 해안 감시장비를 납품받고도 반품ㆍ환불하거나 장비를 교체하지 않아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행위’로 신고당했다.
육군은 ‘해ㆍ강안 과학화 경계사업’이란 명칭으로 219억원을 들여 동ㆍ서ㆍ남해안 일대 경계를 맡는 9개 사단(강화도 해병 2사단 포함)에 원거리 카메라 등 감시장비를 설치하고 현재 운용 중이다. 여기엔 '노크·헤엄 귀순' 사건과 올해 첫날 탈북민 월북 사건이 발생했던 22사단 경계 지역도 포함돼 있다.
검찰 수사 결과 해당 사업에서 납품업체 등이 빼돌린 부당이득은 약 120억원(항포구 감시장비 포함)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육군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3일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전 권익위 국방 담당 조사관)은 육군참모총장과 육군본부(육본) 정보작전참모부 해강안과학화경계사업 담당관, 육본 법무실장 등에 대해 “하자 처리 등 미이행으로 인한 국고손실 방치”를 이유로 전날 권익위에 부패행위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예비역 해군 소령인 김 소장은 현역 시절인 지난 2009년 ‘계룡대 군납 비리’를 고발하는 등 방위산업ㆍ군납 비리 사정에 밝은 전문가다.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ㆍ강력수사협력부는 이번 납품 비리 사건과 관련해 업체 대표와 브로커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육본이 지난 2020년 3월 발주한 해당 사업에서 중국산 저가 감시장비를 국내에서 만든 제품인 것처럼 속이는 이른바 ‘라벨 갈이’ 수법으로 104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해 8월 육본이 발주한 항포구 감시장비 사업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1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서욱 국방장관이 육군참모총장 재직 시절에 진행됐다.

이처럼 검찰 기소로 범죄 행위가 밝혀졌지만, 육군은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반품ㆍ환불 등 하자 처리를 하지 않고 가짜 감시장비를 계속 운영 중이다. 육군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번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해 육군은 재판 결과에 따라 필요한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지난해 10월 경찰(국가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나왔을 때도 육군은 비슷한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중앙일보 2021년 10월 27일자 14면〉
문제는 계약상 하자 처리 기간(2년)이 올해 12월 31일까지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통상 수년이 걸리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 기한이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해당 사업의 계약 특수 조건에 불법ㆍ부정행위로 부당이득을 취할 경우 해당 금액은 물론 법정이자까지 물도록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육군이 재판을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 건 군납을 주도한 부서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전형적인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부당이득 환수 시 관련자들의 징계가 불가피하니, 이를 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례도 있다. 군은 군납업자가 6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지난 2018년 ‘대북확성기 납품 비리’ 사건 때도 하자 처리 및 부당이득금 환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군내 관련자들 징계도 없었다. 확성기는 창고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군 내에선 “납품업자 입장에선 불법을 저질러도 형만 살고 나오면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대북확성기 납품 비리 사건만 봐도 당시 3년형을 선고받은 업자를 두고 ‘징역 1년에 20억원’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황당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군납과 달리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방산 계약의 경우, 검찰의 기소는 물론 감사원 감사 결과만 나와도 방위사업법령에 따라 철저하게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고 가산금까지 물도록 하게 돼 있다”며 “군납은 관련 법규가 없어 비리가 발생해도 국민 세금만 축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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