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이웃집 토토로', 10월 영국에서 연극으로 제작

장지영 2022. 4.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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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제작.. 스튜디오 지브리가 먼저 무대화 제안
프로듀서로 참여한 히사이시 조는 OST 외에 사용하지 않은 곡도 제공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한 장면.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이하 RSC)가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를 오는 10월 연극으로 선보인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RSC 극단은 26일(현지시간)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를 무대 버전으로 10월 8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1988년 대본 및 감독을 맡은 ‘이웃집 토토로’는 어머니의 요양 때문에 도시에서 시골로 온 사츠키와 메이 자매가 신비로운 생명체 토토로를 만나 고양이 버스를 타는 등 신비로운 모함을 한다는 줄거리다.

RSC가 지브리, 영국 극단 임프로버블(Improbable), 일본 닛폰 TV와 공동제작하는 연극 ‘이웃집 토토로’는 극작가 톰 모튼-스미스의 각색을 토대로 연극 및 오페라 연출가 펠림 맥더모트와 인형극 전문가 바실 트위스트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담당했던 히사이시 조는 이번에 OST 외에 당시 작곡했다가 사용되지 않은 음악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연극 ‘이웃집 토토로’의 제작비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RSC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에리카 와이먼 RSC 예술감독 대행은 “큰 사랑을 받아온 마법같은 이야기를 무대화하는 것이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을 만들려는 우리의 목표에 들어맞는다”면서 “이번 작품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열렬한 팬들까지 극장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선보이는 연극 '이웃집 토토로'의 포스터.

RSC의 ‘이웃집 토토로’ 무대화 추진은 5년 전 지브리가 히사이시를 통해 처음 연락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사이시는 영국 언론에 “일본에서는 연극과 뮤지컬 팬이 많지만, 막상 세계적인 오리지널 작품은 없다. 하지만 ‘이웃집 토로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작품이기 때문에 제대로 무대화 되면 세계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 미야자키 감독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자 ‘네가 할 수 있으면 해 봐’라고 말했고, 그 후 일본 밖에서 무대화 기회를 찾았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후 히사이시는 ‘이웃집 토토로’의 무대화를 알아보던 중 친분 있는 작곡가 필립 글래스를 통해 영국 연출가 맥더모트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그즈음 RSC가 작가 모턴-스미스에게 가족 대상 공연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는데, 모턴 스미스가 떠올린 작품이 바로 ‘이웃집 토토로’였다. 하지만 지브리에 어떻게 연락을 취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RSC에서 더 진척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얼마 뒤 지브리가 RSC에 자신들의 애니메이션 무대화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히사이시와 미야자키 등 지브리 관계자들이 RSC에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히트 뮤지컬 ‘마틸다’를 만든 것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각색을 맡은 모턴-스미스는 “일본에서 미야자키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내게 ‘페미니스트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웃집 토토로’는 어린 소녀들이 중심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게(페미니스트인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하면서 “원작 애니메이션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무대로 가져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원작에선 대사가 없는 장면도 많기 때문에 공연에선 애니메이션엔 없는 장면들이 추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히사이시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이 많은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또 작품과 관련해 연출가 맥더모트는 “‘이웃집 토토로’는 음악이 많이 나오는데다 극 중 라이브로 연주될 예정이지만 뮤지컬은 아니다. 그리고 작품에 인형극 기법을 활용하는 한편 움직임도 많기 때문에 두 자매를 어린아이들이 연기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작품에는 친환경적 메시지가 많이 녹아 있는 만큼 무대와 인형 등에 환경 감수성이 많이 반영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무대화 된 '추억은 방울방울'. 극단 와라비좌 포스터

한편 지브리의 작품이 무대화되는 것은 ‘이웃집 토토로’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199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이 2011년 지브리 사상 처음으로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극단 중 하나로 동북지방 아키타현에 자리 잡은 극단 와라비좌의 6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이후 2013년에도 재연됐다. 극단 와라비좌의 역사와 교육적 역할, ‘추억은 방울방울’의 배경이 같은 동북지방(야마가타현)인 것이 고려됐다. 그리고 1997년 개봉한 ‘원령공주’는 2013년 영국 극단 홀 호그 시어터(Whole Hog Theatre)에서 연극으로 선보여졌다.

사실 1989년 개봉된 ‘마녀배달부 키키’의 경우 ‘추억은 방울방울’이나 ‘원령공주’에 앞서 여러 차례 무대화됐다. 왜냐하면 원작이 동화여서 애니메이션과 별개로 무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명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가 1993·1996년 뮤지컬로 처음 선보였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와는 상관없다. 그리고 영국 극단 서더크 플레이하우스도 2016·2017년 연극으로 공연했으며, 일본 극단 시키 출신인 기시모토 고키의 연출로 2017년 뮤지컬로 만들어진 이후 2018·2021년 재공연됐다.

일본 공연 제작사 도호가 지난 2~3일 도쿄 제국극장에서 선보인 연극 '센과 치히로의 모험'의 장면. 도호 홈페이지

또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미야자키의 단편만화 ‘최빈전선’은 2019년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1984년 개봉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2019년 신바시 연무장에서 가부키로 전·후편 나뉘어 공연된 이후 지금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지브리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가부키 버전이다. 올해는 일본 대형 공연 제작사 도호가 2001년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지난 2~3월 연극으로 선보였다.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원작 애니메이션을 무대에 충실하게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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