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 합병, 대주주만 유리" 개미·기관 다 들고 일어났다

김연주 2022. 4. 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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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원들이 20일 동원의 우회상장 신청 기각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동원산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동원참치’로 익숙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이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블래쉬자산운용과 이언투자자문, 타이거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원산업의 주가는 저평가되고 상대 회사(동원엔터프라이즈)의 주가는 고평가됐다”며 “동원산업의 주주에게 매우 불리한 이런 시점에 합병을 결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이들은 이달 말까지 동원그룹 측이 합병비율 재고에 나서지 않으면 5월 초 법적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이미 지분 1%도 확보해 향후 주주대표 소송 등도 진행할 수 있다. 지난 20일에는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한국거래소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날에는 경제개혁연대가 동원그룹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합병가액에 문제를 제기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산업 계열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논란의 시작은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과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면서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지난해 말 기준 99.56%에 달하는 사실상 오너일가 소유의 비상장 회사다. 동원산업은 총발행주식 수의 20.6%를 소액주주가 보유한 상장사다.

김남정 부회장

동원그룹 의뢰로 평가를 담당한 회계법인은 증시에 상장된 동원산업 기업가치를 약 9155억 원(산술평균주가 24만8961원 적용)으로 평가했다. 반면 비상장 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약 2조2300억원(주당 19만1130원 적용)으로 평가했다.

이례적으로 애널리스트의 비판 보고서까지 나왔다. 유안타증권의 최남곤 연구원은 지난 20일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비율에 대한 적정성 점검’이란 보고서를 발간하며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으로 보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높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를 높게, 동원산업의 가치는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동원산업 합병 논란 일파만파.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실제 지난해 매출액 2조8020억원, 영업이익은 2610억원(연결기준)인 동원산업의 회사가치를 9155억원으로 판단한 건 지나친 ‘후려치기’라는 게 반대 측의 주장이다. 게다가 동원산업의 경우 자산가치(38만 2140원)가 기준시가(24만 8961원)보다 높지만,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했다.

반대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최 연구원은 “영업이익(별도기준)도 동원산업 측이 훨씬 큰 데다, 현금창출능력(EBITDA)의 경우 동원산업(1548억원)과 동원엔터프라이즈(511억원)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고 꼬집었다.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개요.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동원그룹이 제시한 가격(23만8186원)은 합병 공시 직전 주가(26만5000원)보다도 낮다. 한 소액주주는 “불만 있는 주주는 손해 보고 나가라는 의미”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동원산업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에는 합병가액을 정할 때 자산가치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을 뿐, 반드시 자산가치를 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평가 역시 적법한 산출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며 금융당국이 합병 비율을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0년에도 OCI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산정하면서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했고, 결국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자산가치로 변경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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