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대형 산불의 진짜 원인, 산림청은 정말.. [최병성 리포트]
[최병성 기자]
▲ 산불 후 숲을 싹쓸이 했다. 산불 복구가 아니라 산림 파괴다. |
ⓒ 최병성 |
여기는 몽골 사막지대가 아니다. 산불이 지나간 후, 숲의 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해 민둥산으로 만들었다. 동물의 가죽을 벗겨 놓은 듯 시뻘건 산림 토양이 흉물스럽게 드러났다. 불탄 나무 재와 토양이 유실되며 댐을 오염시키고 있다.
▲ 불탄 나무들을 싹쓸이한 까닭에 토사가 댐으로 쓸려들어가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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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1년여 전인 2021년 2월 21일 경북 안동의 임하댐 주변에 산불이 발생했던 곳이다. 단 한그루의 나무도 남기지 않고 벌목했다. 모든 나무들이 불에 탔기 때문일까? 시뻘건 거죽을 드러내고 있는 산불 피해 현장을 돌아보았다. 참혹한 현장 곳곳에서는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 산불 후 숲을 싹쓸이 한 현장 곳곳에 진달래가 피었다. 잘린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움싹들이 올라온 것들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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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불에 타지 않은 참나무들까지 베어졌다. 잘린 참나무 그루터기마다 가지들이 솟아올라 있었다. 활엽수는 소나무에 비해 불에 잘 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에 타도 잘 죽지 않는다. 그럼에도 참나무까지 모두 베어낸 것이다.
▲ 지난 3월 울진 산불로 엄청난 면적의 산림이 파괴되었다. 검은 색이 수관화로 나뭇가지 끝까지 타죽은 것이다. 누렇게 된 것은 산불 열기에 잎사귀가 누렇게 죽어가는 소나무들이다. |
ⓒ 최병성 |
또 정부는 동해안 산불 복구에 417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긴급 벌채비용 532억 원과 장기 산림복구 비용 2688억 원도 책정되었다.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긴급 벌목을 하고, 산사태나 토사유출 등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산간계곡부에 석축을 쌓는 사방댐 공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과연 긴급 벌채와 사방댐으로 산사태 등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임하댐 산불 벌목 현장처럼, 산불 후 긴급벌채가 오히려 산사태 등의 위험을 더 키우는 것은 아닐까? 정부 대책이 과연 타당한지 살펴보자.
울진 산불의 처음과 끝
▲ 울진 동해안 산불 현장 항공지도다. 중앙의 최초 발화지점에서 우측 동해안 방향으로 3시간만에 울진 원전으로 퍼져갔고, 이후 10일 동안 겨우 7.5km 반경으로 후진하며 머물렀다. |
ⓒ 구글지도 |
정부는 산사태 등의 2차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긴급벌채 비용을 책정했지만 산불이 최초 발생하여 원전까지 전진해 간 방향을 보자. 높은 산이 거의 없다. 대부분 높이 150~200m의 낮고 경사가 완만한 산들이 이어져 있다. 때문에 들판을 달리듯 산불이 바다까지 거침없이 번진 것이다. 해발고도 1000m 응봉산의 높고 경사가 가파른 지형들은 후진산불이 퍼져가는 발화지점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 최초 산불 발화지점에서 동해안 바닷가 울진 원전까지 3시간만에 불길이 퍼졌는데, 한결같이 150~200m의 낮은 지형의 산들로 이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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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산불 피해가 발생한 민가 주변에는 긴급벌채를 해야 할 만큼 급경사 산림이 많지 않다. 산불 피해목으로 인한 산사태 위험이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2차 피해 방지라는 이름으로 532억 원을 들여 긴급벌채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벌거숭이 민둥산을 만들어, 이로 인한 홍수 및 산사태 위험이 더 커진다.
▲ 산불로 많은 산림이 불탔지만, 민가 지역은 산사태 방지용 긴급벌채가 필요할 정도로 급경사 진 지역이 많지 않다. 오히려 긴급벌채가 산사태 위험을 높일 수 있다. |
ⓒ 최병성 |
산사태 위험 높이는 긴급벌채
긴급벌채의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난 2020년 10월 27일 산림청이 배포한 <긴급벌채 95억 원 추가 투입으로 산불 피해지 복구 박차>라는 보도자료를 찾아냈다. "경북 안동과 강원도 고성의 산불 피해목으로 인한 2차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95억 400만 원을 투입해 이미 긴급벌채를 실시했고, 또 다시 95억 원을 추가 확보해 아직 다 벌목하지 못한 나무들을 신속하게 벌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 2000년 9월 찍은 사진이다. 2000년 4월 산불로 불탄 곳을 단 5개월만에 싹쓸이 벌목해 산사태 위험 지역으로 만들었다. 우측은 불탄 나무들을 베어 놓은 것이다. 가운데 계곡부에 벌목한 나무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포클레인들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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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탄 나무들을 벌목하여 포클레인들이 계곡으로 모아 끌어내리고 있다. 이로인해 산림은 초토화되어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고, 영양분이 없는 산림은 나무를 새로 심어도 잘 자라지 못한다. 복구라는 미명 아래 국민 세금을 퍼부어 오히려 산림을 파괴한 것이다. |
ⓒ 최병성 |
▲ 2020년 안동산불 현장의 긴급벌채로 잘린 나무들이다. 초록 잎사귀를 달고 있는 활엽수들도 잘렸다. 하층에 새로 잎을 달고 자라기 시작한 나무와 풀들이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 |
ⓒ 최병성 |
나무가 없는 산에서는 당연히 비가 오면 산사태가 발생한다. 그동안 산림청은 산불 지역의 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한 후 산사태를 방지한다며 계곡마다 커다란 돌들로 사방댐을 쌓으며 혈세를 퍼부어왔다.
환경부는 2003년 1월 배포한 <동해안 산불지역 생태계복원에 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소나무림이 산불에 취약한 것은 얇은 수피로 생장점이 쉽게 손상되고, 낙엽이 봄에도 많이 축적되어 있으며 4월에도 잎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활엽수림의 우수한 자연복원력은 산불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산불 이후 움싹(맹아) 등에 의한 재생능력이 높기 때문이다"라며 "인공조림의 경우에는 산불 직후에 산불 피해목 및 움싹 등을 제거하고 조림하는 관계로 토사유출이 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산불 후 싹쓸이 벌목을 하지 말고 자연 스스로 복원되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인공조림지보다 종 다양성도 더 좋다고 강조한 것이다.
울진 산불이 커진 이유
산불은 나무의 큰 줄기가 타는 수간화, 그리고 나무 꼭대기까지 타는 수관화, 바닥의 낙엽과 초본류가 타는 지표화, 그리고 땅 속 낙엽 분해물과 뿌리까지 타들어가는 지중화 등으로 구분한다.
▲ 산불이 소나무만 타고 이동했다. 활엽수는 멀쩡하다. 소나무는 산불이 타고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것이다. |
ⓒ 최병성 |
울진 산불이 크게 번진 이유는 소나무가 많은 지형이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불에 잘 탈뿐만 아니라, 소방헬기가 물을 뿌려도 한겨울에도 무성한 잎사귀에 부딪혀 물이 바닥의 산불 진화에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지난 3월 31일 국회서 열린 '산불 정책에 대한 차기 정부의 과제'라는 토론회 축사에서 "지역 특성상 경북·강원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소나무림이 산불에 매우 취약하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숲가꾸기 사업과 내화수림대 조성을 통하여 산불에 강한 산림조성의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90년대부터 수시로 발생하는 동해안 대형 산불로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지난 2019년 펴낸 산불 백서에서도 소나무가 동해안 대형 산불의 원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산림청의 송이숲 가꾸기 실시 안내 자료. 송이숲을 만들기 위해 소나무 사이의 활엽수들을 모두 베었다. 이게 산불이 잘 나는 동해안 산림에서 산림청과 지자체가 해온 일이다. |
ⓒ 최병성 |
산림청은 주민들이 송이 숲을 원할 뿐 아니라 토양이 척박해 활엽수가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동해안에 소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 참나무를 베어내고 소나무를 심은 울진의 산림 현장 모습. 참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지형이 아니라, 그동안 송이숲을 만든다며 활엽수를 베어내고 소나무만 키워왔던 것이 산불을 키운 것이다. |
ⓒ 최병성 |
<서울신문>은 2021년 4월 25일자 <송이소나무에 송이가 없다. 하나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송이소나무를 통한 자연산 송이군락지 만들기에 15년 동안 매년 수억 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송이 생산량이 전무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나무로 인한 산불의 대형화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동안 산림청과 지자체들은 불에 잘 타는 소나무를 심어 송이 하나 따보기도 전에 태워 없어지게 했다.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산불 피해지에 소나무를 심고 있고, 이번 동해안 산불 피해지에도 긴급벌채 후 소나무를 심는 우를 범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산불로 타 죽은 소나무 숲들을 살펴보았다. 숲가꾸기로 나무들을 잘라 바닥에 쌓아둔 것들이 산불을 더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장작더미가 되었다.
▲ 숲가꾸기로 잘라 쌓아 놓은 장작더미들이 산불을 더 키우는 역할을 했다. |
ⓒ 최병성 |
그런데 숲가꾸기로 잘라 쌓아 둔 장작들이 숯덩이가 될 만큼 그 뜨거운 불길에서도 타지 않은 나무들을 발견했다. 벚나무와 참나무류였다.
▲ 재가 될만큼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벚나무는 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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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이미 2003년 보도자료에 지적한 바와 같이 활엽수들은 산불에 강하다. 강원대학교 이시영 교수와 충북대학교 안상현 교수가 2009년 4월 한국방재학회논문집에 실은 '지표화 산불피해지의 수종별 임목 고사율 비교분석'이라는 논문에서도 활엽수가 불에 강하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산불 피해를 받은 소나무 등 7개 수종의 임목고사율을 조사한 결과,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가 20%로서 가장 적었으며, 리기다소나무 59%, 낙엽송 63%, 해송 70%, 소나무 81%, 잣나무 93%, 삼나무 100%로써 참나무류의 임목고사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시영 교수 등의 조사 결과는 참나무 등의 활엽수는 산불이 지나가도 고사율이 20%에 불과할 만큼 산불에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산림청과 경상북도는 참나무 등의 활엽수를 베어내고 소나무 위주의 송이 숲을 조성해왔다. 결국 송이버섯을 따기 위한 송이 숲 조성이 산불의 급속한 확산과 산불 진화 실패의 한 원인이 된 것이다.
숲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계속 변화된다. 키 작은 나무- 소나무- 참나무-서어나무 등으로 변해가는 숲의 변화 과정을 자연 천이라고 한다. 지금 동해안에 소나무가 많아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소나무 숲이 울창해지면서 척박하던 토양이 비옥해지고, 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살기 좋은 숲으로 서서히 천이과정 중인 것이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송이 숲을 만든다며 천이과정 중에 있는 숲을 인위적으로 교란시켜 산불에 잘 타는 숲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 2000년 삼척에서 타고 내려온 산불 후 소나무를 심었는데, 2022년 3월 울진산불이 타고 올라가며 다시 인공조림한 소나무 숲을 태웠다. |
ⓒ 최병성 |
불타 죽은 소나무 숲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었다. 2000년 산불 후 조림하였으니 벌써 약 20년이 되었다. 그러나 소나무 키가 별로 크지 않았다. 긴급벌채로 싹쓸이하여 영양분이 사라진 숲에선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까닭이다. 곳곳에 여전히 붉은 토양이 노출된 모습이다. 산불 후 긴급벌채 한다며 포클레인이 휘젓고 다닌 후유증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 미국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의 산불 후 모습이다. 죽은 나무들을 그대로 두었다. 저절로 나온 어린 나무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
ⓒ 홍석환 |
그런데 한국은 산불이 발생하면 산사태를 방지한다는 미명 아래 싹쓸이 벌목하여 벌거숭이산으로 초토화시킨다. 산사태 위험은 몇 배나 더 높아지고, 토양에 영양분이 없으니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잘 자라지도 못한다.
산불 후엔 숲의 복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에 맡겨두는 자연 복원이 더 건강한 숲으로 성장하는 길이다. 국민 세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막대한 세금을 산을 파괴하는데 쏟아 붓고 있다. 경제림으로 육성할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연 스스로 복원하도록 맡겨두어야 한다. '자연을 그냥 놔두는 것이 자연을 가장 잘 관리하는 것이다'라는 외국 산림과학자의 말을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난 노루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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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불은 진화뿐 아니라 산불 예방과 산불 후 복원의 문제도 중요합니다. 세계는 자연복원을 우선시하고 있으나, 우리는 인공조림하며 혈세 낭비하고 오히려 숲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살려내기 위해 앞으로 산불과 산림 정책 전반에 걸쳐 문제점을 조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들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보해주실 분은 cbs5012@hanmail.net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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