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수위, 감사원에 "공공기관 전반 감사를"..알박기 빼나

대통령직인수위가 지난달 감사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초기 감사원의 공공기관 감사가 공공기관장 ‘물갈이’로 이어졌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에서도 기관장 교체용 감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인수위와 감사원에 따르면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지난달 25일 감사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전반적으로 점검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라며 “공공기관 감사는 한번 매듭짓고 넘어갈 일”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의 이런 주문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이른바 ‘알박기’ 공공기관 인사를 교체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교체기마다 감사원이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공공기관 인사 물갈이가 이뤄진 전례가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8월엔 감사원이 공공기관 53곳을 대상으로 한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엔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채용 관련 비위행위가 담겼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었다. 감사보고서 발표 뒤 우예종 사장을 빼곤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감사를 진행했던 김종호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은 이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됐고, 감사원은 또 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에 관한 공직 비리 기동점검과 지방공기업 감사 결과를 연이어 발표했다. 당시 공공기관들은 감사원의 잇따른 감사를 기관장 교체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업무보고에서 인수위가 주문도 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감사원의 대대적인 공공기관 감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은 올해 초 감사 대상 공공기관으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25개 기관을 발표했지만, 감사원 관계자는 “대상 기관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공공기관 감사를 당부한 건 공공기관장 교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감사 빼고는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면 공공기관도 새로운 정책 방향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관장과 임원으로 바뀔 필요는 있다. 그런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때문에 지금은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재인 정부 초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퇴를 종용한 사건이다. 이들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신 전 비서관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기관장과 임원 물갈이를 위해 공공기관 감사를 언급한 건 아니었다는 게 인수위의 공식 입장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인사 교체를 위해 보복성 공공기관 감사를 주문하지 않았다.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있으니 전반적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강화해야 하고, 공공기관 개혁이 필요하다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인수위에선 기획조정분과와 경제1분과에서도 공공기관 개혁을 주요 의제로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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