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잔혹 범죄로 비판 직면한 유엔 안보리..'존재 이유 있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범죄가 연일 새롭게 드러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용론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 무용론은 예고된 전쟁조차 막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어린이까지 성폭행한 만행으로 국제적 공분이 이는데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
리즈 체니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10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있는 상황에서 (조직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존적인 의문이 생겼다”며 “유엔은 만들어졌을 당시 기대했던 종류의 효과적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니 의원은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기한 유엔 안보리 무용론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이같이 언급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일 유엔 안보리 연설에서 “러시아군은 오직 재미로 어린이와 일가족을 죽이고 시신을 불태웠다. 도망치던 민간인을 탱크로 뭉갰고, 자녀들 앞에서 여성을 강간·살인했다”며 “안보리는 있지만, 안보리가 보장하는 안보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모든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범이 이끄는 나라와 함께하면서 어떻게 세계는 효과적인 유엔 안보리를 가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발칸의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 대한 전범 재판을 이끌었던 제프리 니스 경은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히틀러가 (나치 전범 재판이 열린) 뉘른베르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를 쫓아내거나 거부권을 철회하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촉구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에 대한 법적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데이브 샤르마 호주 하원의원은 “유엔 안보리 구성을 다루고 있는 유엔 헌장 23조는 러시아가 아닌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구소련)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명시하고 있다”며 “소련은 존재하지 않고, 국제법상 존재하지 않는 국가의 후계자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련은 1991년 스스로 해체를 선언했고, 유엔은 이후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지위 이양을 공식 승인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샤르마 의원은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행동을 통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지낼 도덕적 가치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고, 법적 자격 증명도 부족하다”며 “세계는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박탈 요구에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도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유엔 헌장에는 ‘러시아 연방’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회원국이 유엔 헌장 원칙을 지속해서 위반하면 제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티센은 “(자격 박탈을) 추진하는 것과 결과를 낼 수 있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투표를 추진해 국제사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말리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조사를 결의하는 요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프랑스가 지난 8일 제출한 성명서 초안에는 “지난 3월 27~31일 말리 몹티 지역 모우라에서 민간인에 대해 자행된 인권 침해 및 학대 혐의에 대해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은 조사 필요성이 없다고 반대했다.
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해당 기간 모우라에서 외국인 용병과 연합한 정부군이 민간인 300여 명을 즉결 처형했다. 당시 외국인 용병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한 와그너 그룹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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