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명의 퍼스펙티브] 기초연금 월 40만원 공약, 미래세대 등골 휜다

입력 2022. 4. 4. 00:37 수정 2022. 4. 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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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에 갇힌 연금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
대선후보 1차 TV 토론에서 연금개혁 합의가 있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제안에 대선후보들이 동의하면서다. 큰 의미를 부여할 합의가 도출되었음에도 여전히 찜찜하다. 연금개혁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연금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그렇지 않아도 지속이 불가능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더 골병드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악이 개혁안으로 둔갑한 것이다. 정작 개혁안은 개악으로 폄하되어, 목소리만 크고 책임의식은 없는 이익집단의 비난거리로 전락했다.

「 월 40만원 지급 땐 2030년 49조원, 2050년 160조원 필요
지속불가능한 대표적 인기성 공약 … 재정악화 가팔라져
선진국처럼 기초연금은 취약노인 위주로 선별 지원해야
난치병에 빠진 국민·공무원·군인·사학연금도 수술 절실

대선후보들의 연금개혁 합의 도출 이후 정의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에서 연금 공약을 발표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진보 진영에서 주장하던 국민연금 급여율 인상을 통한 공적연금 강화가 불가능하다고 해서다. 대신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초연금은 40만원으로 월 10만원 인상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기초연금 10만원 인상 공약을 발표하였다. 거대 양당 모두 산적한 연금 문제 해결은 회피하며 표 얻을 궁리만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시한부 제도로 전락한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이 이 지경이 된 것도 선거 때마다 벌어진 포퓰리즘 때문이었다. 1960년 평균수명 52세 시절에도 60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었던 공무원연금은 제도 시행 2년 만인 1962년에 20년만 가입하면 퇴직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고등학교 졸업자가 공무원이 된 경우, 40대 초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1990년대 초까지 연금 지급액을 두 배 가까이 인상했다.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 1500조원 넘어

윤석명의 퍼스펙티브

보험료 납부자가 많고 수급자가 적을 때는 숨길 수 있으나 수급자가 늘면 곧바로 문제가 터지는 것이 연금의 생리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하던 공무원연금의 재정 불안정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화되다 보니, 2000년대 초 재정안정조치 시늉을 하면서 국가 지급보장이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운 조치를 도입했다. 군인연금에도 도입한 지급보장은 발생하는 연금 적자 모두를 국가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거다. 지속 불가능한 제도를 국가에 떠넘긴 것이다. 초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아 제도 존속이 불가능해진 사학연금은 30대부터 연금을 받는 수급자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호시탐탐 국가 지급보장 조항 도입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무작정 확대한 연금제도가 국가 몰락을 초래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입자·수급자를 포함해 약 200만 명, 국민의 4%에게 적용되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국가부채가 2020년 1045조원이다. 이것마저도 2019년 국가부채 산정 시 가정을 바꾸는 꼼수를 동원해 100조원가량 축소한 수치다. 2020년 한 해에 증가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국가부채가 100조원을 넘는다.

국가가 국민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발표조차 하지 않는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는 적게 잡아도 1500조원이 넘는다. 이미 지급을 약속한 금액이 2500조원을 넘다 보니, 적립금 950조원을 고려해도 1500조원 이상이 부족한 상태라는 뜻이다. 국민연금 재정평가 기간인 70년 후, 즉 2092년까지의 누적 적자는 무려 2경3000조원(경상가 기준), 현재가로 환산해도 7750조원에 달한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200년 후인 2222년까지도 연금 부채가 없는 캐나다와 대비된다. 이처럼 처참한 상황임에도 또 다른 재앙의 문이 열리고 있다. 기초연금 때문이다.

일본은 보험료 내야 기초연금 받아

기초연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에서였다. 국민연금 도입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제도 지속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제도 개편을 모색하면서다. 기획단이 제안한 개편안은 70%였던 국민연금 급여율을 40%(30%포인트 삭감)로 낮추고,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는 것이었다. 단 보험료를 낸 가입자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안이었다.

2003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재정안정조치가 시급했음에도 야당은 재정안정이 아닌 기초연금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국민연금 재정안정조치의 시급성이 희석됐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한나라당에 기초연금 TF가 구성되었다. 당시 박근혜 대표가 세금 걷어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정치·경제적인 파급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권력에 줄 대려는 폴리페서들이 노인에게 좋고 선거에서 표도 얻을 수 있다 하니 기초연금 도입을 검토해 보라고 했을 것이다. 문제는 기획단에서 논의하였던 기여 방식이 아닌, 세금을 걷어 줄 수 있도록 기초연금 성격을 변질시켜 박근혜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가 연금을 배워온 일본 기초연금은 보험료를 내야만 받을 수 있게 운용하고 있다.

재정안정조치가 시급하다는 정부와 달리, 당시 여당은 기초연금 도입에 우호적이었고 야당은 적극적이었다. 교착상태에 놓였던 연금 논의가 2007년 2월 26일 전경련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한국사회보장학회 토론회에서 물꼬가 터졌다. ‘기로에 선 한국의 연금’을 주제로 필자가 발표한 뒤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수세에 몰려있던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당시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이 당 차원에서 연금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하면서다.

OECD, 기초연금 대상자 축소 권고

이후 밀고 당기는 논의 끝에 2007년 4월 2일 국회에서 연금 관련 두 개의 법안 표결이 있었다. 국민연금 급여율을 낮추고 보험료는 인상하는 국민연금 개편안과 65세 이상 노인에게 세금 걷어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제정안이 그것이다. 그런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국민연금 재정안정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마지못해 합의했던 기초노령연금 제정안은 통과되고, 국민연금 개편안은 부결됐다. “연금개혁이라는 쓴 보약(국민연금 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달콤한 사탕(기초노령연금 제정안)을 상에 올려놓았더니 보약은 차버리고 사탕만 먹었다.” 국민연금 개편안 부결에 책임지고 사퇴한 당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남긴 말이다.

이렇게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선거 때마다 10만원씩 인상되고 있다. 국민의힘 공약인 월 40만원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부부 기준으로는 현행처럼 20% 감액돼도 월 64만원이 지급된다. 보험료를 내서 받는 국민연금의 평균액인 55만원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기초연금에는 독소조항까지 있다. 국민연금에 10년 이상 가입하면 기초연금을 최대 50%까지 삭감하고 있어서다. 이래저래 취약계층은 국민연금에 성실하게 가입할 유인이 없다. 선거 때마다 표 더 얻으려 꼼수 부리면서 누더기 제도가 됐다.

선거 때마다 10만원씩 올리는 기초연금은 돈은 많이 들면서도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효과가 작다. 2010년 이후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이고 절대 빈곤에 속한 취약 노인에게 연금을 더 지급하라는 OECD 사무국 권고안의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현재 기초연금 수급자의 3분의 1은 OECD의 상대빈곤(중위소득 50% 미만, 월 97만원) 개념으로도 빈곤한 노인이 아니다. 빈곤하지 않은 노인이 기초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들(중위소득 30% 이하, 월 58만3443원)과 똑같은 액수의 기초연금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1990년대생이 연금개혁 요구해야

빠르게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조건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다 보니 공약대로 월 40만원을 지급한다면 2030년 49조원, 2050년에 160조원이 필요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60년 233조원, 2090년에는 479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마저도 향후 70년 동안 현재가치로 월 40만원 지급한다는 가정에 따라 나온 수치다. 8년 후인 2030년의 기초연금 지출액인 49조원은 매년 경항공모함 33척, 중·대형 항공모함 7척을 건조할 수 있는 금액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10만원씩 인상하는 고리를 끊지 않으면 이보다 훨씬 많아진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보고서는 인기가 있어도 지속 불가능한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한다. 난치병에서 불치병으로 넘어가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과 이미 난치병으로 접어든 국민연금의 시급한 개혁은 방치하면서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의 등골을 휘게 할 기초연금 공약은 노인 표 더 얻겠다고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이러한 현실의 최대 피해자가 될 1990년대생이 연금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들의 삶과 직접 연결된 문제라서 그렇다. 주요 OECD 국가는 90년대생에 무거운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이미 연금 자동안전장치를 도입했다. 과거에 세금을 걷어 보편적으로 지급하던 기초연금은 취약 노인 중심의 선별적 제도로 고쳤다. 90년대생이 나서서 빠른 연금 개혁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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