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들 죽인다" 보이스피싱..편의점주 비상벨이 막았다
“기프트카드 40만원 어치를 사야 돼요. 빨리 좀 주세요.”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홍모(60)씨의 편의점에 들어온 손님 A씨(여·68)는 다급해 보였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불안해 하는 그의 모습에 ‘보이스피싱 범죄’가 아닐까하는 편의점 주인의 의심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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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직감”…A4용지에 ‘아들 납치됐다’
오후 1시쯤 편의점에 들어온 A씨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기프트카드를 찾았다. 홍씨는 “보이스피싱 아니냐?” “기프트카드가 왜 필요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A씨는 “보이스피싱 아니고, 내가 쓸 것”이라고 답하며 “시간 없으니 빨리 달라”며 홍씨를 다그쳤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상했던 홍씨는 A씨에게 “보이스피싱인 것 같다”며 재차 설득했다. 그러면서 피싱범과 통화 중인 A씨가 자신의 상황을 적을 수 있도록 A4용지를 몇 장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놨다. 홍씨에 따르면, A씨는 그제서야 펜을 들고 ‘아들이 납치를 당해서 돈(을) 요구하는 대로 보내고 있다’고 썼다고 한다. 아들 걱정에 ‘신고는 하지 말아달라’고도 적었지만, 홍씨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편의점 내 ‘비상벨’을 눌렀다.
피해자 “나 좀 내버려둬라. 아들 살려야 한다”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경찰관에게도 “나 좀 내버려두고 제발 좀 가라. 아들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거듭 설득한 경찰은 A씨 아들의 전화번호를 A4용지를 통해 받았고, 아들과 통화해 신변을 확인했다. 그 사이 40만원 어치의 기프트카드를 구매하고 편의점을 나서는 A씨를 따라간 경찰은 핸드폰을 넘겨 받아 “왜 사기를 치냐”며 피싱범을 다그쳤다. 이에 피싱범이 수화기 너머에서 욕설을 내뱉는 것을 듣고 나서야 A씨는 보이스피싱임을 깨닫고 안도했다고 한다.
현장에 출동한 노원경찰서 화랑지구대 관계자는 이후 A씨를 지구대에 데려와 아들과 통화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A씨의 핸드폰이 해킹돼있음을 확인하고 근처 서비스센터까지 동행해 핸드폰 초기화를 도왔다. “추가 피해가 없도록 조치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감사장·포상금 수여…“신고 적극적으로”
보이스피싱범을 ‘검거’해야 수여했던 포상금은 지난해 1월부터 ‘범죄 예방’만 해도 지급할 수 있도록 정책이 변경됐다.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신고 유도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홍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평소 편의점 본사와 경찰서를 통해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받았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코로나19 시대에 전국의 편의점 점주들이 많이 힘든 것으로 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들 힘을 내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는데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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