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에서도 새싹은 돋는다, 산불 이긴 강원도 숲의 힘

경북 울진과 강원도에서 벌어진 대형 산불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쓰리게 했다. 시커멓게 변한 산을 보면 언제 예전 모습을 되찾을지 아득하다. 비록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숲은 언젠가 되살아날 테다. 강원도 양양·속초·고성에서 산불의 아픔을 이겨낸 숲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화마가 삼킨 숲을 회복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산불로 소실된 문화재를 그대로 전시해 참상을 기억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소나무 일색이었던 야산을 꽃동산으로 가꾼 사례도 있다. 얼마 전 시커멓게 불탄 산도 머지않아 새싹이 돋고 울울한 숲을 이룰 것이란 작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서핑 성지 만든 그 바람

식목일을 하루 앞둔 2005년 4월 4일. 강현면 사교리 야산에서 발생한 불이 최대 초속 32m의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해변까지 번져 천년고찰 낙산사까지 집어삼켰다. 원통보전 등 목조건물과 보물 479호 동종이 전소했다. 산불은 신기하게도 석굴 위에 자리한 홍련암을 덮치진 않았다. 해풍이 맞받아친 덕이었다. 이후 홍련암은 기도 도량으로 더 명성을 얻게 됐다.

17년이 지났어도 낙산사는 당시의 아픔을 생생히 기억한다. 녹아버린 동종과 그을린 건물 잔해를 의상기념관에 전시했다. 강릉의 악기 장인이 원통보전 대들보로 만든 첼로와 바이올린이 희망과 회복의 메시지도 전한다. 재난을 보여주는 ‘다크 투어리즘’의 현장이라 할 만하다.

낙산사는 숲을 되살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산불 이후 다시 조성한 소나무숲은 십여년이 지난 지금 산불이 났나 싶을 만큼 무성해졌다. 원통보전에서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꿈이 이루어지는 길’ 솔숲이 특히 좋았다. 16일 보타전 주변에는 매화와 복수초가 만개해 봄 분위기가 완연했다. 낙산사 수미 스님은 “최근엔 불에 약한 소나무 대신 느티나무 같은 활엽수를 방화림으로 심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숲으로 재탄생한 국유림



꽃동산으로 거듭난 마을 야산
2019년에도 동해안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2005년 양양 산불처럼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월 4일이었다. 산불 진원지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화마는 고성과 속초 산야 17㎢를 삽시간에 삼켰다. 4000여 명이 대피했고 사상자도 13명이나 나왔다. 3년이 지난 지금도 토성면 일대는 민둥산처럼 황량하다. 고성군과 산림청이 죽은 나무를 베고 조림도 했지만, 숲다운 숲의 모습을 이루려면 10년은 더 필요하단다. 이 와중에 토성면 성천리 산불 피해지를 꽃동산으로 꾸며 눈길을 끈다.


양양·속초·고성=글·사진최승표기자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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