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셀코리아' 채권은 '바이코리아'..지난달 4조 담은 외국인

이태윤 2022. 3. 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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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셀(Sell) 코리아’ 중인 외국인 자본이 국내 채권은 사들이며 1년 넘게 ‘바이(Buy) 코리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고민하는 트레이더의 모습. 뉴욕 AP=연합뉴스

주식은 던지고 채권은 사고.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투심이 엇갈리고 있다. 증시에서 ‘셀(Sell) 코리아’ 중인 외국인이 채권은 1년 넘게 ‘바이(Buy) 코리아’ 행진 중이다. 미국 등에 앞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있는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안해진 유럽 시장의 자금도 일부 흘러들었단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국내 상장 주식 2조58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상장 채권 시장에서는 6조4270억원을 사들였다. 이 중 만기상환액인 2조4770억원을 제외하고도 순매수 금액은 3조950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에만 채권 4조원 어치를 쓸어 담았단 이야기다.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실 외국인의 한국 채권 러브콜은 지난해부터 계속됐다. 지난해 1월 151조5080억원이던 외국인의 국내 상장 채권 보유금액은 지난달 221조9410억원으로 불어나며 14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체 채권 상장 잔액 중 외국인 보유 비중도 지난해 1월 7.3%에서 지난달 9.7%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투자 규모를 줄이는 편이 좋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도 밀려 올라간다. 채권값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외국인 자본이 한국 국채를 쓸어담는 것은 중국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나은 만큼, 장기적으로 안전해서다.

주요 국가 국가신용등급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게다가 국가신용등급에 비해 국채 금리도 비교적 높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 평가 기준 상위 세 번째인 ‘AA’이다. 무디스 기준 AA- 등급인 홍콩·대만보다 한 단계 위고 A+인 중국·일본보다는 두 단계 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2.828%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0%대인 일본(0.221%)과 대만(0.865%)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2.377%)와 비교해도 0.4~0.5%포인트가량 높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채권금리도 오른 영향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전 세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다양화 차원에서 채권을 보유해야 한다”며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만큼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상대적으로 뛰어나다”고 말했다.

환차익도 외국인 투자자에겐 한국 채권이 매력적인 요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전략 파트장은 "채권 투자의 경우 금리 차 외에 환 헤지 수익이나 비용도 고려한다"며 "미국과 금리 차이가 좁혀져도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살 때 선물환 이익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한국 국채 수요를 늘린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달 국채 순매수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곳은 유럽(1조8010억원)이었다. 아시아(1조3000억원)와 중동(6000억원), 미주(4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채권 순투자 중 77%가 국채였는데, 이는 전 세계 채권투자 펀드 자금의 유입일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유럽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월간 외국인 상장채권·주식 순매수·매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분위기 속 외국 투자자의 한국 국채 장기 투자도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년 미만 잔존 만기 채권 규모는 3320억원 줄어든 반면 1~5년 잔존만기 채권은 2조3050억원 늘었다. 5년 이상 장기 채권 순투자도 1조9770억원 증가했다.

외국인의 한국 채권 러브콜이 이어지지만, 개인투자자가 채권 투자에 나서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채권 투자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채권을 만기까지 유지하기보다 팔고 금리가 더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편이 유리한데 개인의 경우 이런 거래가 쉽지 않아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올라 한국과 차이가 좁혀지면 외국인 자본의 한국 채권 선호도 약해질 것”이라며 “채권에 10년 장기투자하는 것보다 금리가 높은 적금에 가입하는 편이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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