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결정적 순간들..'위기의 연속' 극적 단일화로 승기 굳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것은 지난해 3월 4일이었다.
그는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총장직을 던졌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정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높은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선 승리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많았다. 정치적 경험도, 세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대권을 차지했다. 검찰총장을 지냈던 인사가 자진사퇴 이후 1년 만에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한 일이었다.
이는 그만큼 위기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6월 29일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가 ‘광야’로 나온 배경에는 국민적 지지가 있었다.
하지만 대권 도전 뒤 검증 국면에 직면했다. 30%대의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은 지난해 7월 10% 후반대로 급락했다. 여권 등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망감도 번져갔다.
타개책은 전격적인 국민의힘 입당이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7월 30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해 여권의 공세에 대항할 ‘방어막’을 마련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 경선도 난관이었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경쟁 주자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윤 당선인은 높은 지지율로 ‘대세론’을 구축하는 듯했으나 홍 의원이 2030세대의 지지를 무기로 윤 당선인의 독주 체제를 위협했다.
‘손바닥 왕(王)자’ 논란,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 ‘개 사과’ 논란 등이 잇따라 터졌다.
말실수도 겹쳤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경선판이 요동쳤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5일 최종 득표율 47.85%로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윤 당선인은 후보 선출 이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격차를 벌려 나갔다. 당내에서는 “승기가 굳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또 악재가 터졌다. ‘원톱’으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됐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인선 갈등으로 합류를 보류했다.
이준석 대표는 ‘패싱’에 반발해 ‘잠행’에 들어갔다. 당 내홍이 폭발하면서 선대위 출범은 미뤄졌다.
선대위는 지난해 12월 3일 ‘울산 회동’ 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가 합류하며 같은 달 6일 간신히 출범했다.
그러나 15일 만에 이번에는 ‘윤핵관(윤석열 대선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준말)’ 논란이 터지면서 이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던졌다.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5일, 대선을 63일 남긴 상황에서 선대위 해체를 결정했다. 규모만 크고, 대응은 느리다는 비판을 받았던 선대위를, 슬림화한 선대본부로 대체했다.
윤 당선인은 이어 이 대표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하고, 김 전 위원장과는 결별을 선택했다.
“김 전 위원장이 없이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1월 7일 공개된 윤 당선인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6%였다.
대선 후보 선출 직후인 지난해 11월 19일 한국갤럽의 4자 구도 조사 당시 지지율은 42%였다. 49일 만에 16%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지난 1월 7일 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 36%를 기록하며 윤 당선인을 1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그 사이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나선 안철수 대표는 지지율 15%로 치고 올라왔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내부에서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이 시점이다.
윤 당선인은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2월 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일화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윤 당선인에게 직접 전화해 단일화 가능성을 타진한 것도 이날이었다.
단일화는 녹록지 않았다.
안 대표는 지난 2월 13일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던졌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안 대표는 일주일 뒤인 지난 2월 20일 제안을 철회하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단일화는 물 건너가는 듯했다.
윤 당선인 측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안 대표 측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꾸준히 물밑 협상을 진행했지만 대선 투표용지 인쇄를 하루 앞둔 2월 27일에도 단일화 담판은 불발됐다.
단일화는 최종 결렬된 듯 보였지만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극적으로 단일화 협상이 타결됐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이 2일 마지막 법정 TV토론을 마치고 윤 당선인과 안 대표의 만남을 타진했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장 의원 매형인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의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만나 2시간 30분 만에 단일화에 합의했다.
안 대표가 사퇴하고 윤 당선인으로 단일화를 하기로 결론 내렸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3일 오전 단일화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함께 포옹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순간이 20대 대선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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