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정화식물의 이런 효과, 나만 몰랐던 건가요?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이나영 기자]
2년 전,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사무실은 차분하고 조용한 공간이었는데, 무언가 삭막하다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나의 새 마음을 둘 곳이 필요해.'
처음 해보는 업무가 많아서 낯설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자리였는데, 내 어설픔과 당황하는 모습이 어찌 비추어지나 염려를 많이 하게 되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종종 사무실에 혼자 남게 되면 지치고 피로한 상태가 되어 멍하니 있곤 했다.
어느날 아침, 화원에 들렀다가 칼라데아프레디 화분을 하나 사들고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사무실의 빈 자리에 화분 하나 놓으면 괜찮겠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 칼라데아프레디 |
ⓒ 이나영 |
칼라데아프레디는 잎사귀에 진한 초록색 무늬가 선명한 화초이다. 잎사귀의 문양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는데,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해보니 잎사귀가 또르르 말려 있었다. '왜 이러지?' 하고 찾아보니 수분에 민감한 아이라고 한다. 잎마름을 느끼면 수분증발을 막으려고 스스로 잎을 도르르 말아버린다고 했다.
그만큼 잎의 증산 작용이 활발해서 습도조절 능력이 탁월하기도 하고, 실내의 유해한 공기를 맑게 해주는 성질을 가진 공기정화식물이라고 했다. 그날 바로 분무기를 사고,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잎사귀에 '칙칙칙' 물을 뿌려주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 되었다.
'보기보다 예민한 녀석이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예민함이 싫지 않았다. 나는 바라는 게 있거나 서운한 감정 같은 게 있을 때 잘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다. 내 바람을 솔직하게 꺼내는 일이 부끄럽거나 보기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언제나 대범하고 의연하지도 못하면서....
▲ 테아블야자 |
ⓒ 이나영 |
매일 아침, 도르르 말린 잎사귀에 물을 뿌려주면서, '목말라?' 하고 마음의 소리를 건네면서 점점 정이 들었다. 새로운 잎도 열심히 밀어내주어 화분은 금세 무성한 초록색 밭이 되었다. 내가 애쓰고 신경 써주는 만큼 바로바로 반응하는 아이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분을 하나 들여놓으니 옆자리에 또 한 친구를 들여놓게 되었다. 이왕이면 사무실 환경에 어울리는 화초가 좋을 것 같아 검색하다가 테이블 야자를 갖다두었다. 일단 키우기가 무난하다는 평가가 마음에 들었고, 미끈하고 날씬한 모양에 끌리기도 했다.
테이블야자는 공기 속에 있는 화학적 물질을 잘 빨아들이기도 하고 새집증후군에도 좋은 식물이어서 이사나 개업선물로 인기 있는 식물이다. 이 아이도 건조하면 잎사귀 끝이 살짝 타들어가는데, 역시나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면 '나, 괜찮다'라고 말하는 듯 싱싱해진다.
가지를 잘라 물꽂이를 해도 오래 살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무탈하게 잘 자라주는 착한 아이이다. 칼라데아프레디가 새침한 소녀같다면, 테이블 야자는 마음이 느긋하고 평화로운 소년을 연상시킨달까.
존재 자체로 이로운 일을 하는 아이들
하나 둘 사무실에 화초를 들이기 시작하면서 식물에 대해 좀 더 세심한 관찰력을 가지게 되었다. 저마다 다른 잎사귀의 모양이 신기했고, 다 같은 초록색이어도 똑같은 초록색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화초들의 색감과 무늬 같은 것들이 좋았다. 그러다 '줄리아페페'를 만났다. 잎사귀의 무늬가 아몬드같다고 해서 '아몬드페페'라는 별명을 가진.
▲ 줄리아페페 |
ⓒ 이나영 |
그렇게 사무실에 화초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출근을 하고 들어서는 그곳이 '내 공간'이 되어갔다. 시간이 흐르며 업무는 차츰 익숙해졌고, 업무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 의연해지기도 했다. 마음이 복잡한 날이면 출근길 화원에 들러 작은 화초를 사들고 와서 화분에 심고, 물을 주고, 분갈이와 가지치기를 하곤 했다.
어떤 화초는 빛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그늘에서 잘 자란다. 물을 매일 주어야 하는 아이가 있고 한 달에 한두 번만 주어도 끄떡없는 아이가 있다. 그렇게 화초마다 각기 다른 성격과 개성을 살피고, 공부하고 알아가며 나만의 작은 밀림을 가꾸어나가는 일은 평화롭고도 즐거운 일이다.
식물은 그저 물과 햇빛을 받아 가만히 숨을 쉬는 것뿐인데, 존재 자체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해준다고 생각하니 이 아이들을 대하는 내 마음이 가끔은 경건해질 때가 있다.
나는 오늘 내가 한 말과 행동, 내 눈빛과 손길로 무엇을 맑게 하고 이롭게 했을까. 누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내가 있는 공간의 공기를 정화시켜줄 수 있었을까. 나는 그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식물에게 언어가 있다면 배워보고 싶다. 평화와 침묵, 묵묵히 버티는 힘만으로 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출근시간, 교통체증과 도시의 소음을 견디다 살짝 지친 마음이 되어 사무실 문을 연다. 가방을 내려놓고 커피를 내리는 시간, 분무기에 물을 담아 나의 초록색 친구들에게 칙칙칙 물을 뿌려준다. 분명히 소리를 낼 수 없는 아이들인데 대화를 하는 기분이 되는 시간이다. 이 평화로운 순간, 초록색 잎에 맺힌 물방울이 내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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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writeu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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