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이어 팀 쿡까지 움직였다..우크라 31세 장관 '말의 외교'
“분노가 아니라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의 행동을 비난하기보다는 평화를 요구했다.” 팀 쿡(62)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자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이렇게 평했다. “쿡의 소심함은 정치적 논쟁을 피하는 사업일 뿐”이라면서다.
애플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쿡은 다음날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 전 CEO의 67번째 생일을 맞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라는 그의 요구를 기억하고 있다”고 추모하면서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나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평화를 요구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고 썼다. 이를 두고 WP는 “단어 사용에 매우 신중한 남자가 매우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해 쓴 글”이라고 평가했다.
‘실용주의자’ 팀 쿡의 제재 동참에 “충격적”
쿡은 사실 2014년 커밍아웃 후 동성애와 인권, 이민 등 사회 문제에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 반면 정치적으론 철저히 실용주의를 고집했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 기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식사와 정기적인 소통을 이어갔다.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 정책을 지지했지만, 중국 관세 부과엔 반대해 트럼프를 설득했다고 한다. 2017년 인터뷰에선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대해 “모든 국가가 나름의 법과 규정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아이폰은 중국 시장점유율 1위다.
애플이 뒤늦게 반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우크라이나 장관이 지난달 25일 쿡에게 직접 보낸 공개 편지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페도로프(31)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친애하는 쿡에게”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서 “앱스토어 접근 등 러시아 연방에 애플 서비스와 제품 공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조치가 러시아의 청소년과 깨어있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불명예스러운 전쟁을 멈추도록 도울 것”이라면서다.
“친애하는 팀” 공개서한 보낸 31세 장관
그의 편지가 쿡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 애플은 1일 러시아에 앱스토어와 애플페이 차단을 포함해 제품 판매 중단 조치에 나섰다. 정치 문제에 관여하지 않던 애플이 (이런 이유로) 판매 중단에 나선 건 전례가 없는 일로, 시장에선 “충격적”(NPR)이란 반응이 나왔다. 페도로프 장관은 2일 트위터에 쿡을 태그한 뒤 “이제 우리의 일을 끝내자”며 “그들(러시아)은 우리 아이들을 죽이고, (우리는) 이제 그들의 (통신) 접속을 막는다”고 환호했다.
WP는 우크라이나의 사이버전(戰) 수장인 페도로프 장관도 집중 조명했다. 2019년 최연소 장관으로 취임한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직접 애플뿐 아니라 글로벌 테크기업 50여곳 CEO들을 트위터에 태그해 반러 제재 동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후 메타와 유튜브는 러시아 국영 미디어를 차단했고, 구글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안전을 위해 구글지도의 일부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머스크와 실시간 트윗…스타링크 즉각 지원
페도로프가 이끄는 IT 군대는 공습을 피해 대피소나 지하실 곳곳에서 사이버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트위터에서 “‘IT 군대’를 창설한다”며 디지털 전문가 모집에 나섰다. 1년 전 98명이던 페도로프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현재 19만명을 넘어섰다. 알렉스 보르야코프 우크라이나 정보혁신부 차관에 따르면, 정보혁신부는 현재 구글과 메타, 애플, 넷플릭스 등과 실시간 소통 중이다. 보르야코프 차관은 WP에 “러시아인들이 아무 문제를 겪지 않으면 잘못된 상황을 인식할 수 없다”며 “세계적인 플랫폼과 시민사회의 행동은 러시아 정부는 용납될 수 없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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