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치' 랑랑이 달라졌다 .."결혼, 아이 낳고 다른 레벨에 온듯"
피아니스트 부부 "서로 이해하고 협력"
'지나치다' 비판 듣던 랑랑의 바흐 연주, 힘 빼고 자연스러워져

“표현은 과장됐고, 감상적이다. 그는 그동안 분명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수많은 팬을 얻었다. 하지만 지나친 표현을 하던 습관이 반복되곤 한다.”
2020년 10월 4일 뉴욕타임스의 음악 비평가 앤서니 토마시니가 쓴 글이다. 혹독한 비평의 대상은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40). 랑랑이 녹음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해 토마시니는 이 대곡을 다루는 랑랑의 연주가 낭만주의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혹평했다. 제목은 ‘지나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The Pianist Who Plays Too Muchly)’였다.
골드베르크는 한 주제에 30개의 변주가 있는, 피아노 음악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2년 전 랑랑의 녹음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의 앤드류 클레멘츠도 “음악에서 에너지를 지나치게 짜낸다. 감상적으로 느린 속도와 표현은 바흐보다는 라흐마니노프에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랑랑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 곡의 연주를 예고했을 때도 지나친, ‘투 머치’랑랑을 예상할 수 있었다. 감상적이고, 자의적으로 속도를 변경하며, 기교를 과시하는 랑랑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그의 연주는 바뀌어 있었다. 느린 부분을 유독 느리게 연주하는 해석은 여전했지만 과시적으로 멜로디를 살려내는 대신 힘을 뺐다. 음악의 속도를 규칙 없이 바꾸는 습관도 거의 없애서 청중이 기대하는 바흐의 음악에 가까워졌다.
“땅에 발을 딛게 된 듯하다.” 연주 다음 날 만난 랑랑은 2019년 결혼한 지나 앨리스 레드링어(28)와 함께였다. 지나 앨리스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를 둔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는 네 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에서 공부했고, 지난해 11월 데뷔 앨범 ‘원더월드(Wonderworld)’를 냈다.
랑랑은 17세에 데뷔한 후 전 세계에서 연주하는 스타다. 최근 몇 년엔 변화가 많았다. 2017년 팔의 부상으로 무대를 떠났다가 바흐 녹음으로 복귀했고, 결혼해 지난해 1월 아이를 냈고, 코로나 19로 인한 공연 취소가 이어졌다. 이번 한국 공연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었다.

이런 모든 과정 후 랑랑은 “편안해졌다”고 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해석을 두고는 “사실 나는 음반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며 웃은 뒤“다만 녹음 이후 실제 무대에서 연주를 최근 시작하게 되면서 더 자연스럽게 연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땅에 발을 딛었다. 다른 레벨로 간 느낌”이라고 말하게 된 배경이다.
지나 앨리스는 같은 피아니스트로서 랑랑의 작업에 함께 한다.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 랑랑이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 또 오르간을 연구할 때부터 함께 했다”고 했다.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짜여있는 바흐의 작품에서는 숨을 곳이 없다. 원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열광적인 팬은 아니었는데, 랑랑과 함께하면서 이 곡의 의미를 알게 됐다.”
부부 피아니스트의 삶은 만족스럽다. 랑랑은 “아내가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많은 과정을 이해하고 서로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지나 앨리스는 “다른 모든 피아니스트처럼 어려서부터 랑랑을 롤모델로 삼았다”며 “부부가 되어 보니 그는 음악에 아주 진심인 사람이고, 그동안 얻은 명성도 아마 그 진심 덕분인 듯하다”고 했다.
랑랑은 지나 앨리스의 첫 번째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지나는 소리에 대한 감각이 아주 좋은 피아니스트다. 다만 스튜디오 녹음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일의 진행방식에 대해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아주 빠르게 배우더라!” 지나 앨리스는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한국 동요인 ‘엄마야 누나야’를 연주했다. “아이에게도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준다”고 했다.

부부는 중국의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는 스타이고, 상하이ㆍ파리ㆍ뉴욕에 집을 마련해 연주 여행을 다닐 때마다 아이, 또 아이를 봐주는 부모님과 가까운 집에서 모인다. 2008년 설립한 랑랑 국제음악재단은 미국ㆍ유럽ㆍ중국에서 아이들의 음악 교육을 지원한다. 랑랑은 “아내가 재단의 대변인과 같은 역할을 맡게 됐다”고 했고 지나는 “아이 중에서도 여자아이들의 음악 교육으로 재단의 활동을 확장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랑랑의 변화 뒤에는 이제 돌이 지난 아들이 있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예외 없이 웃음을 짓는다. 아무리 복잡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그 미소를 보면 모든 게 해결된 기분이다.” 또 “웃고 있다가 갑자기 울고 화를 내는 아이를 보면서 변화무쌍한 모차르트 작품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독일어ㆍ영어ㆍ한국어가 유창하고 중국어ㆍ불어로도 의사소통하는 엄마처럼, 그들의 아들도 뭐든지 빨리 익힌다고 한다. 랑랑은 “생후 1년인데 벌써 피아노 6개 건반을 한 손으로 짚고, 매일 피아노를 가리키면서 자신도 치겠다고 한다”면서 기쁜 미소를 지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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