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무력감에 수의사 가운 벗었다..그가 만든 '기적의 어플' [별★터뷰]
동물을 살리고 싶어 수의사를 꿈꿨는데, 오히려 제 손으로 생명을 죽이고 있었다. 9년 전 이환희(36)씨를 괴롭힌 고민이다. 이씨는 2013년 4월 경기도 가평군에서 군 대체복무를 하며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했다.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예비 수의사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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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안 된 유기동물 기다리는 건 ‘죽음’
“더 이상 치료를 할 방법이 없을 때, 고통을 덜어줄 방법이 없을 때 선택해야 하는 게 안락사예요. 그런데 보호소에서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건강한 동물도 안락사를 했어요. 수의사가 해야 할 일인가 싶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이 컸습니다.”
수의사이자 개발자로…‘이중생활’의 시작
그해 11월, 이씨는 유기동물 입양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를 세상에 내놨다. 개발에 돌입한 지 약 2개월 만이었다. 포인핸드는 9년이 지난 지금 전국유기동물보호소로 구조된 동물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국내 최대 유기동물 입양애플리케이션이 됐다. 2013년 11월 어플이 출시되고 포인핸드로 가족을 만난 동물만 10만 마리가 넘는다.
포인핸드라는 독특한 이름도 이씨가 직접 지었다. 대표 사진처럼 동물 앞발(Paw·포)과 사람 손(hand·핸드)이 맞잡는 다는 의미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동물을 사람처럼 여긴다면 ‘핸드인핸드’(손에 손 잡고)와 같은 의미인 셈이다.
“동물 살리고 싶어”…결국 수의사 가운 벗다
2017년 4월 이씨는 결국 수의사 가운을 벗기로 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와 부모님이 말렸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때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만큼 간절했던 거죠. 수의사 마이너스 통장으로 5000만원 빚을 내서 시작했어요”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유기견은 상처많다?…편견 없어졌으면”
지난해 8월엔 한 유명 방송인이 “전문가는 유기견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는 충격이 컸다고 한다. “그 한마디에 유기동물이 부정적으로 규정되고 일반화되는 현실 때문”이다. 이씨는 당시 칼럼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만든 방송인의 말에 반박했는데, 여러 악플이 달려 마음고생을 했다. 동시에 신발끈을 다시 조이는 계기가 됐다. 유기동물은 ‘아프고 상처받았다’는 편견을 더 열심히 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거다.
“아직 목표의 절반도 안 와…사지 않고 입양하는 날까지”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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