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은 눈길 한 번 안 주는 '파괴의 현장'
대통령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은 공허한 구호로서 난무할 뿐, 위기를 일으킨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책과 공약은 힘을 못 쓰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신공항 건설' '핵발전소' '석탄발전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노동자, 농민 등 기후위기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외면받고 있다. 이에 전국 120여개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11일부터 '기후대선전국행동 <기후바람>'을 진행한다. 현재의 정치가 담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바람'과 목소리를 모아, 기후대선과 기후정의의 '바람'으로 한국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가기 위해 기획되었다. 기후바람은 "기후말고 체제를 바꾸자, 기후말고 대선을 바꾸자"는 슬로건으로, 2월 11일 삼척석탄발전소 건설 현장을 시작으로 가덕도와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경주 핵발전소의 주민, 보령의 비정규발전노동자와 홍성의 생태유기농민, 인천 영흥석탄발전소와 청주 LNG건설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아울러 2월 25~26일, 서울에서 집중행동을 벌인 뒤 기획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자말>
[권우현]
▲ 삼척 맹방해변 퍼포먼스 |
ⓒ 기후위기비상행동 |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비롯한 시민들이 이번 대선을 기후위기 대응의 변곡점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한 여정인 '기후바람'의 첫 행선지가 바로 맹방 해변이었다.
▲ 삼척시청 앞 기자회견 |
ⓒ 기후위기비상행동 |
삼척블루파워는 2.1GW 용량의 발전소로 원전 2기 용량에 맞먹는다. 삼척 석탄발전소가 가동되면 연간 1200만 톤 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국내 석유 정제 산업의 총 연간 배출량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서두에 언급했듯 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맹방해변의 침식을 비롯한 해안의 파괴, 발전소 부지 내 석회동굴 훼손 우려 등과 같은 오염과 파괴 또한 진행형이다.
그러나 향후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가장 중차대한 기간 동안 국정을 책임지고자 하는 대선후보들은 이 파괴의 현장, 위기의 뇌관을 외면하고 있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강원도에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의 처리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있으며, 윤석열 후보는 짓고 있는 것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선이 유력한 누구도 시민들의 미래와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의 말을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석탄 화력발전소의 퇴출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대책이 정치의 쟁점이 되기 또한 더욱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 기후대선을 위한 손가락 투표 퍼포먼스 |
ⓒ 기후위기비상행동 |
▲ 삼척시내 삼보일배 |
ⓒ 기후위기비상행동 |
"대선 후보, 탈석탄 공약하라"는 구호에 맞춰 징이 울리고 사람들이 무거운 세 걸음을 걷고 무릎을 꺾어 땅바닥에 엎드렸다. 개인적으로, 지루할 것 같다고 못마땅해했던 삼보일배 행진이었지만 막상 걷는 동안에는 몇 번이나 울컥이는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기후 재앙에 맞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시민들의 행렬, 지역의 평화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행렬에 '정치'가 없었다. 시민들이 찬 바람을 맞으며 외로운 삼보일배를 이어가며 우리의 존엄함을 지켜내는 동안 대선 후보들은 어디에 가 있단 말인가.
차기 정부, 그리고 단임의 정부 임기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넘어서야 하는 체제의 낡은 관습은 석탄발전소뿐만이 아니다. 삼척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고 '명사십리', 맹방해변을 지켜내는 일은 그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기후여정'의 약 열흘간의 길도 그 초입일 것이다.
▲ 맹방해변에 모인 기후바람 참가자 |
ⓒ 기후위기비상행동 |
▲ 기후바람 포스터 |
ⓒ 기후위기비상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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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기후위기비상행동 홈페이지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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