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먼저 언급했는데.. 이재명 '기축통화' 발언에 갑론을박

신상호 2022. 2. 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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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SDR 편입과 기축통화국 다르다".. 민주당 "말꼬리 잡기 그만"

[신상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리허설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첫 법정 TV 토론회에서 '원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 차이를 묻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질문에 "당연히 아는데 우리도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정도로 경제가 튼튼하다"고 답했다.

기축통화란, 국가 간 무역·자본거래에서 기본이되는 화폐를 말한다. 미국의 달러화처럼 국제적 신뢰가 높고 충분한 유통량을 가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가맹국이 국제수지 악화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 통화바스켓에 편입된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위안화 등 5개 통화가 기축통화로 불리고 있다.

특히 기축통화국은 국가채무 운용에 있어 비기축통화국에 비해 더 큰 이점을 갖고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0년 '국가채무의 국제비교와 적정수준'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축통화국의 유무에 따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정 국가채무 수준이 다르다"면서 "비기축통화국이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발행할 경우 초인플레이션과 외화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그동안 국채 발행을 늘려 코로나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민생경제 회복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축통화국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의 요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그 정도로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맹공 퍼붓는 국민의힘... '기축통화 가능성' 전경련이 먼저 언급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우리나라의 경제 실상과 거리가 먼 발언을 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기축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꼬집었다.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본부장도 "이재명 후보님. 우리나라가 곧 기축통화국이 된다고요?"라며 "최배근 교수가 그러던가요? 아니면 김어준씨?"라고 했다.

하지만 원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은 보수 진영에서 먼저 언급됐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지난 13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원화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5가지 근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원화의 기축통화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경련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5가지다. 전경련은 한국의 경제 위상(GDP 10위, 시총 9위)이 높아졌고, 특별인출권 편입국을 제외하면 수출 규모가 1위이며, 외환시장에서 원화 거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전경련은 "국제교역에서의 원화결제 비중과 원화자산에 대한 대외수요가 지속 증가했으며, 외환시장에서의 원화거래 비중도 2015년 위안화가 SDR에 편입될 당시의 위안화 수준에 근접했다"고 강조했다.

원화의 특별인출권 편입 여부는 올해 결정을 앞두고 있다. IMF 집행이사회는 올해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 구성 및 통화별 편입 비중을 검토하는데, 특별인출권 구성통화가 되면 사실상 기축통화의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전경련은 원화가 IMF 특별인출권 통화바스켓에 편입될 경우 장·단기적 경제적 효과는 총 112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아울러 "환율의 불안정성은 최대 38.5% 감소하며, 이에 따른 장기적인 수출 증대액은 지난해 실질 GDP의 0.9%에 해당하는 15조6000억원"이라며 환율 안정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의 공세가 계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전경련이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이라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가능성을 언급한 전국경제인연합회 보도자료 내용.
ⓒ 전경련
 
국민의힘 "SDR 편입과 기축통화국 다르다"... 민주 "말꼬리잡기 그만"

하지만 국민의힘은 IMF 특별인출권 편입과 기축통화국이 되는 것은 다르다며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허정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부대변인은 "이 후보 측은 '얼마 전 전경련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인용했다'고 했으나 SDR은 외환위기 등에 처할 때 담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권리지 기축통화가 아니다"라며 "기축통화는 오랜 국제 경제 질서와 국가 경제력 규모로 인해 인정받는 것이지 희망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주장은 말꼬리잡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가 한국의 기축통화국 포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기축통화의 지위를 인정받는 SDR 편입 가능성을 염두해 둔 것이고 그만큼 재정 건정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채이배 공정시장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본부장을 겨냥해 "'기축통화' 단어 하나를 붙들고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라며 "이 후보의 언급은 우리 경제가 튼튼하고, 재정 건전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고, 국가채무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떨결에 '국가채무비율이 60%가 적당하다'고 답한 윤석열 후보의 생각대로라면 (현재) 우리 국가채무비율은 48% 수준이므로 200조 정도 국채 발행 여력이 있는 셈"이라며 "코로나 위기 극복과 복지 확대 노력에 재정 건전성 운운하며 발목잡기 좀 그만 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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