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2인승 성적은 아쉽지만 '새 역사' 남겼다
[박장식 기자]
지난 14일에서 15일까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2인승 봅슬레이 원윤종·김진수 조가 최종 19위를 거두었다. 함께 올림픽에 나선 석영진·김형근 조는 24위를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아쉬운 성적이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원윤종·서영우 조가 6위라는 성적을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2인승 봅슬레이에 출전한 선수로서는 최고의 기록을 냈던 바 있기 때문. 특히 원윤종 선수는 '단짝' 서영우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올림픽 합류 불발이 더욱 아쉬웠을테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새 역사'도 썼다. 한국 봅슬레이 역사상 처음으로 두 개의 조가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더욱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의 문턱을 밟고, 더욱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파일럿 원윤종 조, 그리고 파일럿 석영진 조는 19일 역시 '첫 역사'를 쓰며 봅슬레이 4인승에 출전한다.
▲ 결승성 통과하는 석영진-김형근 조 대한민국의 석영진-김형근 조가 14일 중국 베이징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2인 1차 시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14일 옌칭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렸던 첫 번째 시기. 원윤종·김진수 조는 호랑이가 그려진 하얀색 썰매를 잡고 출발선 위에 섰다. 치타와 같이 썰매를 잡고 달려나간 두 선수는 스타트 기록 5초 08의 기록으로 출발했다. 상단부 커브를 안전하게 빠져나간 원윤종·김진수 조는 썰매가 밀리는 '슬립'이나 충돌 없이 중반에 진입했다.
하지만 8번 커브에서 크게 충돌이 발생했다. 하지만 다시 가속을 올린 원윤종·김진수 조는 360도로 트랙이 회전하는 크라이슬에 진입하기 전 118.1km/h의 속도, 37초 50의 레코드로 크라이슬에 진입했다. 크라이슬을 통과한 직후 충돌이 잦은 구간에서 슬립이 발생했지만, 최고 속도를 133.9km/h까지 올리며 59초 89로 레이스를 마쳤다.
이어 출발한 석영진·김형근 조는 반대로 태극을 연상시키는 색깔의 호랑이가 그려진 검은 썰매를 끌고 나타났다. 무섭게 달려나가며 스타트 기록을 5초 15로 출발한 석영진·김형근 조는 첫 구간을 접촉 없이 빠져나가며 기분좋은 출발을 이어나갔다. 중반까지 충돌 없이 37초 77로 크라이슬에 진입했다. 이때 속도는 117.6km/h.
충돌 없이 주행을 이어나갔던 석영진·김형근 조는 최고 속도를 134.4km/h까지 올려나갔다. 막판 커브에서 충돌이 발생했지만, 강한 슬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렇게 1분 00초 28의 기록으로 들어온 석영진·김형근 조는 1차 시기 23위에 올랐다. 원윤종·김진수 조는 14위.
이어진 2차 시기에서 원윤종·김진수 조는 기록 단축을 위해 달려나갔다. 힘차게 출발한 선수들의 스타트 기록은 5초 12. 주행에서 만회를 노렸던 원윤종·김진수 조는 다시 초반 '슬립'이 발생하며 아쉬운 레이스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앞서 충돌이 발생한 8번 커브를 안정적으로 통과하며 118.0km/h의 속도로 크라이슬에 진입했다.
충돌 위험이 컸던 구간에서 큰 충돌은 없었지만, 후반 강하고 길게 슬립이 발생하며 지난 최고 속도보다 느린 132.8km/h의 최고 속도를 기록한 원윤종·김진수 조는 1분 00초 28의 레코드로 2차 주행을 마쳐 도합 순위 16위로 내려갔다.
이어 출발한 석영진·김형근 조는 5초 17의 스타트 기록으로 트랙을 달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앞선 레이스처럼 충돌 없이 안정적인 라인을 잡아나간 석영진·김형근 조는 가속을 붙여나가며 117.3km/h의 속도로 크라이슬을 통과했다. 133.2km/h의 최고 속도에 올랐지만, 다시 후반 충돌이 발생하며 1분 00초 46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도합 순위는 23위.
▲ 1차 시기 마친 원윤종과 김진수 대한민국의 원윤종(앞)-김진수 조가 14일 중국 베이징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2인 1차 시기에서 주행을 마치고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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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같은 장소에서 열린 3차 주행. 원윤종·김진수 조는 앞선 아쉬움을 만회하는 주행을 해야만 했다. 맹렬히 달려나가 5초 14의 스타트 기록으로 출발한 원윤종·김진수 조는 상단부를 통과하며 속도를 높여나갔다. 큰 접촉 없이 나가나 싶었던 원윤종·김진수 조는 다시 중반부에서 큰 충돌과 슬립으로 아쉬운 레이스를 이어갔다.
크라이슬 진입 순간 118.0km/h의 속도를 기록한 원윤종·김진수 조는 37.67의 기록으로 크라이슬에 들어섰다. 이어진 직선 구간에서 다시 가속을 올린 원윤종·김진수 조는 후반에는 큰 접촉 없이 133.6km/h의 탑 스피드를 기록하며 피니시 라인을 통과, 1분 00초 10의 성적을 기록했다. 순위는 16위 유지.
석영진·김형근 조는 4차 시기 출전을 위해 20위 안에 드는 것이 중요했다. 검은 썰매 위에 올라탄 석영진·김형근 조는 5초 18의 스타트로 출발했다. 충돌 없이 초반 커브를 통과한 석영진·김형근 조는 가속을 올려나가기 시작했다. 117.3km/h로 크라이슬에 진입, 안정적으로 통과해 후반부에 진입했다.
하지만 슬립이 발생하며 속도를 크게 올리지 못한 석영진·김형근 조. 특히 막판 커브에서 여러 차례 충돌이 발생하며 썰매가 요동쳤고, 탑 스피드는 132.7km/h로 지난 시기에 비해 낮아졌다. 후반 아쉬움을 극복하지 못했던 석영진·김형근 조는 1분 00초 52, 도합 3분 01초 26의 성적을 기록하며 24위로 2인승 레이스를 마쳤다.
마지막 4차 시기에 도전한 원윤종·김진수 조는 하얀 썰매를 몰아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썰매 탑승 직후 스타트 라인 직후의 트랙에 이리저리 충돌한 원윤종·김진수 조는 초반 가속을 원활히 받지 못했다. 다시 안정을 찾은 원윤종·김진수 조였지만, 아쉬웠던 초반 가속 탓에 크라이슬 진입 순간 117.0km/h의 속도에 머물렀다.
38초 35의 레코드로 크라이슬에 진입한 원윤종·김진수 조. 후반 구간에서 비교적 큰 실수 없이 132.5km/h의 최고 속도로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 원윤종·김진수 조는 1분 00초 97로 아쉬움이 남는 결과를 냈다. 원윤종·김진수 조의 최종 성적은 도합 4분 01초 24로 19위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대회의 금·은·동은 독일이 휩쓸며 썰매 강국 독일의 이미지를 굳혔다. 금메달은 도합 3분 56초 89의 기록을 올린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조가, 은메달은 선두와 도합 0.49초의 시간 격차를 가져간 요하네스 로크너 조가, 동메달 역시 도합 3분 58초 58의 성적을 기록한 크리스토프 하퍼 조가 올랐다.
난제 딛고 새 역사 쓴 봅슬레이 대표팀, 두 번째 새 역사 도전
지난 평창 때 '홈 트랙'으로서 이점을 보았다 해도 이번 성적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 여러 차례 TOP 10을 기록했던 원윤종 파일럿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표팀이 코로나19며, '화물 오배송' 등 여러 어려움을 겪은 끝에 출전한 올림픽이었기에 더욱 그런 어려움이 뼈아프게 느껴진다.
올 시즌 중국 옌칭에서의 테스트 이벤트 후 유럽에 보내져야 했을 썰매가 담긴 화물은 생뚱맞게 한국에 도착해 대표팀을 당황케 했고, 코로나19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시즌 코로나19로 인해 국제대회 출전이 줄어든 것도 선수들에게 유무형의 영향을 끼쳤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도 최초의 기록을 썼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하지 못했던 두 파일럿의 동반 출전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나온 것이다. 성적과 상관 없이,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는 결과였다.
물론 새 역사로의 도전 역시 하나 더 남아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의 대단원을 장식할 남자 봅슬레이 4인승 종목이 19일과 20일 열린다. 원윤종·김동현·김진수·정현우의 '원윤종 조', 석영진·이선우·장기건·김태양의 '석영진 조'가 출전한 가운데, 두 팀 모두 4차 시기 출전권을 넘어 'TOP 10'에 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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