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약물오염 심하다, 세계 137곳 중 43위..하수처리 100%인데 왜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물에 든 각종 약물 농도가 전 세계 137개 강 중에서 43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약물에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들이 복용한 약물이 대소변을 통해 배설되지만, 하수처리장에서도 완벽하게 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요크대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서울 한강 8개 지점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분석한 활성 약물 성분(API) 61종 중 23종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104개국 1052곳에서 61종 약물 분석
한국의 경우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와 강하병 박사가 지난 2018년 3월 한강 시료 채취를 맡았다.
한강 지점별로 이들 23종 약물의 농도를 합산한 '누적 농도'를 산출한 결과, L당 807~5700ng(나노그램, 1ng=1억분의 1g)이 검출됐다. 누적 농도가 가장 낮은 곳은 서울시 경계를 벗어난 한강 상류 지점이었고, 가장 높은 곳은 한강대교 지점이었다. 서울 성수·한남·성산·마포·행주·김포대교 아래 강물에서도 3430~5620ng/L의 약물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약물 누적 농도의 8개 지점 평균치는 4400ng/L로 논문에서 비교한 137개 강 가운데 43번째로 높았다. 4000ng/L을 초과한 강은 모두 44개였고, 47개 강은 평균 600ng/L 이하였다.
논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오염이 심한 곳은 파키스탄 라호르 지역으로 7만800 ng/L 농도가 관찰됐는데, 일부 지점에서는 누적 농도가 18만9000 ng/L에 이르렀다.
반면 아이슬란드 17개 지점과 베네수엘라 야노마니 마을의 3개 지점에서는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전체 조사에서 61종의 약물 가운데 53종이 1052곳 중 한 곳 이상에서 검출됐다.
연구팀은 "소득이 낮은 국가의 경우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편이어서 강물에서도 약물의 농도가 낮은 편이었고, 중간 소득 국가의 경우 약품을 사용하지만 하수처리율이 낮고 약물이 걸러지지 않아 강물의 약물 농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하수처리가 잘 되는 선진국의 경우 약물 검출 농도가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당뇨 치료제 '메트포르민' 가장 많아
이번 조사에서 인구가 많은 인도 델리나 미국 뉴욕, 영국 런던도 포함됐는데, 델리는 4만6000ng/L로 4위를, 런던은 3700ng/L로 47위를 기록했다. 뉴욕은 2600ng/L로 58위에 올랐다.
한강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약물은 당뇨약 성분인 메트포르민(Metformin)이었다. 8개 지점 평균 농도가 2281ng/L을 차지해 전체 누적 농도의 절반을 차지했다.
또, 통증을 다스리고 간질 환자의 발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약물인 가바펜틴(Gabapentin)이 평균 922.5ng/L, 커피 등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평균 156ng/L, 당뇨병 치료제인 시타글립틴(Sitagliptin)이 145ng/L, 담배 니코틴 대사 산물인 코티닌이 평균 120ng/L, 통증 치료제인 프레가발린(Pregabalin)이 90.8 ng/L 등이 검출됐다.
"약품 수거 체계 마련 등 오염 방지 노력 필요"
대표적인 사례가 고혈압 치료제인 텔미사르탄(telmisartan)이다. 최근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 연구팀이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상하이 하수처리장 처리 수에서 텔미사르탄이 750ng/L까지 검출됐는데, 이번 요크대 연구의 분석 항목에서는 빠졌다.
전문가들은 "강물이 약물에 오염되면 물고기 같은 동물의 번식·행동에 영향을 주는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상수원 오염을 통해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항생제 내성균이 늘어나는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사용하지 않는 약품을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별도의 수거 체계를 마련하는 등 약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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