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반도체 패권 경쟁에 수십조 투자..삼성·TSMC·인텔 수혜
미국과 유럽이 앞다퉈 반도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등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공급 대란을 겪은 주요 선진국이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기술 주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8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EU(유럽연합)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일 목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EU 반도체법(EU Chips Act)’을 내놨다. 이 법안에는 반도체 산업에 최대 450억유로(약 61조45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 진행 중인 300억유로(약 41조원) 규모의 공공·민간 투자에 150억유로(약 20조4500억원)를 추가 투입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이 법안을 기반으로 현재 9% 수준인 유럽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목표는 국제적 수요 급증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기존에 해오던 것보다 4배 더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이 일제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한 것은 기술 패권 경쟁에 밀려서는 자립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전 세계에서 미국 주도로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IT 기업에서는 세계 주요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 계획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이를 투자 유치와 연결 지으려는 시도가 잇따른다. 인텔은 유럽에 이어 200억달러(약 23조9000억원)를 투자해 미 오하이오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대만의 TSMC도 미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4조3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에서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탄탄한 민관 협력 체계 구축과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대미 투자·수출 기업들은 관련 법안 통과 때 활용할 수 있는 혜택과 기회를 살피는 동시에 대중국 견제 강화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 가능성에 다각도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6호 (2022.02.16~2022.02.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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