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치료 방치된 일반관리군 확진자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정채영 2022. 2. 1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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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재택치료 '집중' '일반' 나눠 관리..집중군만 모니터링, 일반군은 "알아서 해라"
확진자 "양성이라는 문자 이후 연락 없어..동거가족 격리 지침도 없어"
"커뮤니티에서 근근이 정보 얻어..정부 지침 제대로 있다면 안심하고 격리할 수 있을 것"
동네 의원들 정보·준비 부족..'호흡기 지정 의료기관' 없는 곳 많고, 재택치료 원하지도 않아
지난 3일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의료진이 재택치료자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정부가 '집중관리군' 확진자에 중심을 둔 재택치료로 전환하면서 스스로 건강관리를 해야만 하는 이른바 '셀프 치료'의 '일반관리군' 확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0일부터 재택치료 대상은 고위험군인 '집중관리군'과 그 외 '일반관리군'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건강 관리를 받는다.


정부는 60세 이상과 코로나19 경구용(먹는) 치료제를 투약 대상자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을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한다. 집중관리군의 경우 담당 의료기관이 하루 2번 건강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필요하면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도 처방한다.


하지만 일반관리군은 집에서 스스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일반관리군은 증상이 악화하는 등 진료가 필요할 때는 직접 인근 병·의원이나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받거나 외래진료센터를 찾아 검사, 처치, 수술, 단기 입원 등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정부지침상 별도의 모니터링이나 관리는 없는 것이다.


자가격리를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용했던 GPS(위치정보시스템) 사용도 폐지됐다. 역학조사 방식 또한 조사관이 일일이 추적하는 방식에서 확진자가 직접 온라인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달라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관리 대상이었던 확진자가 이제부터 확진자 개인의 책임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침 변경 시점 직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하루아침에 바뀐 지침에 몹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보건소에서는 양성이라는 문자 외에 어떠한 안내가 오지 않아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20대 마모씨는 지난 9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그는 "보건소에서 양성이라고 연락이 온 이후 다른 지침을 안내해주지 않았다"며 "코감기, 목감기 증상과 발열, 기침, 후각 상실의 증상이 나타나 치료도 받고 싶지만 그 어떤 지침도 없다. 확진 전에 처방받은 약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마모씨는 이어 "동거 가족도 있지만 이들에 관한 안내도 없었다. 이들이 돌아다니고, 생활하는 건 개인 양심에 맡긴다는 의미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하루 아침에 규정이 바뀌면서 키트 하나도 받지 못하고 집에 갇혀있는 것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8일 양성 판정을 받은 30대 김모씨는 "검사를 받은 병원은 거주지와 다른 지역인데 다른 관할구로 이동한다는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며 "동거가족에 관한 지침도 안내도 없어서 스스로 보건소에 전화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3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심지어 2명은 검사 결과도 아직 안 나왔다"며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는 감염병이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나 급격히 중증으로 넘어가는 경우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침 변경 당일인 1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도 아직 안내를 받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코로나 환자들이 많은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어떤 게 정확한 지침인지 혼란스러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10일 양성 판정을 받은 40대 김모씨는 "보건소에서 양성이라는 문자와 역학조사 문자가 왔다"며 "처음 겪는 감염병인데 밤에 갑자기 아파지기라도 하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몰라 걱정이 된다. 보건소에 물어보니까 119를 부르라고 했지만 코로나 확진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보건소 연락받은 경우에만 움직인다는 얘기를 들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재택치료 전화상담은 연결이 되지도 않아 직접 비대면 진료 어플리케이션(앱)을 찾아 진료받고 약을 배송받았다. 연결이 가능한 센터가 있으면 좋겠다"며 "정보 접근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직접 연락해 알려주지 않으면 정말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지침이 바뀌기 전에도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재택치료는 마비돼있었다. 격리 해제될 때가 돼서야 연락받은 확진자도 있었다.


지난 5일 확진 판정을 받은 임모(36)씨는 "재택치료 5일 차인 9일에 연락이 처음으로 왔다"며 "확진 당시 콧물이 줄줄 나서 밤에 잠도 못 이룰 정도였고 목도 아팠지만, 병원 진료를 받으라든지 어떤 상태인가 묻는 확인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뉴스나 네이버 카페를 통해 겨우 정보를 얻었다. '7일이 지나면 격리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 연락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임 씨는 "솔직히 직접 겪어 보니 코로나19라고 해서 감기와 크게 다르거나 더 무서운 것 같지는 않다"며 "만약 이런 정보를 미리 주고 지침을 내린다면 확진자들이 좀 더 안심하고 격리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반관리군 확진자의 ‘셀프 치료’ 전환을 앞두고 환자 관리를 맡을 동네 의원들이 정보와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새로운 방역 체계의 핵심은 일반관리군 확진자를 동네 의원이 비대면으로 전화 진료(처방) 해주는 것이지만, 호흡기 지정 의료기관 가운데 상당수가 재택치료를 원하지 않는 데가 많아 정부 뜻대로 될지 불투명하다.


정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 414곳과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1932곳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1932곳이 다 참여해도 경기도 가평·과천·안성, 강원도 속초·양양·평창, 대구시 남구, 충남 논산·보령 등 41개 시·군·구엔 호흡기 진료 지정기관이 아예 없어 이 지역 확진자들은 '셀프 치료' 중 동네의원 진료가 필요할 경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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