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게 바꾼 서울페이+, 시민 편의성 증대 의문

임혜진 2022. 2. 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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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80억 아껴도 소상공인·소비자 불편하면 정책 취지 어긋나

[임혜진 기자]

▲ 서울페이+&서울사랑상품권  서울사랑상품권은 서울페이+, 신한은행, 티머니페이, 머니트리 앱에서 할인구매할 수 있다. 3월부터는 신한카드 앱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 서울특별시
 
정책의 중심은 정책 수요자인 시민이다.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만들고,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시민들이 불편하고 혜택도 못 본다면 정책의 설계든 집행이든 잘못을 바로잡고 보완해야 한다.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페이플러스(+)'가 그렇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사랑상품권 간편결제서비스인 제로페이를 '서울페이+'로 변경하고 결제 방식을 바꾸었다. 서울사랑상품권 위탁운영 및 판매대행 사업자가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하 '한결원')과 비즈플레이에서 신한 컨소시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변경된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하필이면 설 연휴를 앞둔 시기에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소비 심리도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명절은 소상공인들에게 반가운 이벤트였지만 서울페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충분한 설명과 홍보 없이 정책이 바뀌는 바람에 현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됐기 때문이다. 정확한 절차를 모르는 소비자와 가맹점주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서울시 입장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굳이 왜 제로페이 버렸나?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0원'이라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2018년 12월부터 3년간 소상공인들을 설득하여 겨우 자리 잡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였다. 시행 초기에는 민간 서비스보다 경쟁력이 낮아 비판도 많이 받았다. '관치 금융'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제로페이·서울사랑상품권은 팬데믹 시대에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2020년 시민이 뽑은 '서울시 코로나 10대 뉴스'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었다.
   
▲ 지역사랑상품권 운영구조 지역사랑상품권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협약 체결 또는 업무 위탁 등을 통해 지역사랑상품권 사무의 일부를 사업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 금융위원회
 
그렇다면 서울시는 왜 제로페이를 버렸을까? 가장 큰 이유는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이다. 법에 따르면, 판매대행점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자격을 갖춘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여야 하는데 한결원은 자격 미달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결원은 가맹점 모집·관리 업무를 위탁 운영했을 뿐, 판매대행점은 비즈플레이였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제로페이 공식 앱인 '비플제로페이'의 운영자는 비즈플레이로 해당 앱에서는 여전히 다른 지역사랑상품권을 판매 중이다. 시민들이 서울시 입장을 바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 데이터 독점 우려, 시민들 편의성 증대도 의문

서울시는 정책을 바꾸면서 달라진 혜택을 강조했다. 소비자는 현금 결제를 통해서만 서울사랑상품권 구매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체크카드·신용카드로도 할 수 있다. 가맹점은 상품권 결제 수수료 0원은 물론, 할인·적립 쿠폰 표출과 고객 리뷰·별점 등을 등록하여 가맹점 홍보를 지원하는 여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시민들은 대기업인 신한카드, 신한은행, 카카오페이 등이 사업자로 선정된 데에 우려가 더 크다. 대기업에 가맹점·고객 데이터가 넘어가면 나중에 독점적 지위에서 수수료를 올리는 등 횡포를 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랫폼 산업은 고객 종속(lock-in)을 통해 독과점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한편, 서울시는 상품권 발행 수수료를 낮게 계약해 연간 약 80억 원 정도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상품권 발행 규모도 점점 커지고 가맹점 28만 개를 53만 개(4월 말)로 늘릴 예정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예산 부담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서울사랑상품권 판매 앱이 16개에서 5개로 줄어들어 시민들의 불편함이 커졌다. 특히 신한카드 고객이 아니라면 상품권 카드 결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다른 지역 상품권을 같이 사용하는 소비자는 기존 제로페이 앱도 같이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정부의 한정된 예산으로 시민들 편의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면 민간 사업자와 협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충분한 설득 과정이나 단계적 적응 기간도 없이 일방적인 정책 시행은 필히 부작용을 낳는다. 서울시가 이러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4월 말까지 가맹점을 늘려도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다.

정책 홍보 제대로 해야 탁상행정 논란 피해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서울시 홈페이지에 홍보물을 올리고 20일부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4일 정책 시행 시점이 임박하여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한 것이다. 제로페이도 3년에 걸쳐 겨우 자리 잡았다. 시민들을 배려하지 않는 행정 편의적 결정이었다.

아무리 정책을 잘 만들어도 시민들이 모르면 말짱 도루묵이다. 정책의 목적은 시민들의 삶의 개선이다. 정책 수요자가 알지 못해 제대로 시행조차 못 한다면 시민 개개인도 손해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세금 낭비이다.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정책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각 부처는 국민들이 제도를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정책 홍보와 설명을 강화하고 꼼꼼하게 정책을 집행해 주기 바란다'며 모두 발언을 마무리했다.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시민들은 이제 지겹다. 시민들이 정책 효능감을 느끼려면 정책을 단순하게 만드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절차가 복잡하다면 시민들을 배려하여 최대한 설명하려는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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