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우리는 이미 늙었다 꽃 피는 계절에

2022. 2. 3. 20: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마가 식지 않았다 온종일 몰려다니고 어깨를 부딪치며 아무 곳이나 노려보았다 친구들은 흙바닥에 땀만 적시다 주유소에서 총을 잡거나 중국집 바이크를 몰고 떠났다 축축이 젖어 흩어질 때 벌써 어른이 된 듯한 냄새가 풍겼다 나는 동네 이름이 부끄러워 한여름 밤에도 매일 먼 뒷골목으로 돌아서 걸어왔다 밤새 천변을 따라 흐르는 바람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최백규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중

읽는 이들을 아련한 10대 시절로 되돌려 보내주는 시다. ‘온종일 몰려다니고’ ‘아무 곳이나 노려보았다.’ ‘부끄러워’ 했고 ‘바람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인생의 꽃 피는 계절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애틋하고 외로운 시절이었다. ‘벌써 어른이 된 듯한 냄새가 풍겼다’는 문장이 그 시절의 혼란과 불안을 묘사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