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이라 다행" 김다미가 말하는 '그 해 우리는'
[오수미 기자]

앳된 얼굴의 김다미는 데뷔 이후 강렬한 색채의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배우였다. 영화 <마녀>에서는 살인무기로 길러져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는가 하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뺨을 때리고 복수하는 천재 소시오패스로 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1월 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다시는 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던 인연이 10년 만에 눈앞에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예측불허 청춘 로맨스다. 극 중에서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 국연수(김다미 분)와 전교 꼴등이었던 최웅(최우식 분)은 '1등과 꼴등의 만남'이라는 콘셉트의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만나 사귀다가 헤어진 사이다.
두 사람이 스물 아홉살이 되던 해, 과거 다큐멘터리가 갑자기 인기를 끌면서 이들은 카메라 앞으로 강제 소환된다. 극 중에서 김다미는 성공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현실주의자 국연수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지난 캐릭터들이 다소 과장되고 극적이었다면 이번엔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지난 1월 27일 오전 화상 인터뷰로 김다미를 만났다.
최고 시청률 5.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한 <그 해 우리는>은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얻으며 연일 화제를 모았다. 김다미는 코로나 19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 인기를 실감하기는 어려웠다면서도, 촬영현장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환호를 들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했다. 사람들이 (촬영하는) 우리를 보고 '와, 웅이다' '연수다' 그런 반응만 보여줘도 성공한 거다. 근데 정말 (촬영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었다. 초반에는 못 느꼈는데 방송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는 환호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 좋아해주시는구나' 하고 느꼈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 해 우리는>에 열광한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우리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가슴 설렜던 첫사랑을 경험해 본 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김다미 역시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최웅과 국연수의 로맨스에 대해서도 "판타지같은 부분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정말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라, 많이들 공감해주시지 않았나 싶다. 커다란 사건은 없지만 인물의 감정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라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악역이 없어서 모든 인물을 사랑해주신 것도 너무 좋았다"고 꼽았다.
극중에서 국연수는 태어날 때부터 따라다녔던 가난 때문에 늘 쫓기는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가 5년 전 최웅과의 이별해야 했던 이유도 역시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보다 현실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감정이나 아픔을 잘 드러내지도 않고 숨기는 성격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다미는 국연수를 연기하면서 고민한 부분이 많았다면서도, 캐릭터에는 많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다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마지막회에서 부부가 된 두 사람의 모습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신을 꼽았다. 그는 "대본에는 '안녕하세요, 최웅 국연수 부부입니다'라고만 쓰여 있었다. 현장에서는 마지막에는 웃으면서 끝낼까,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떤 행동을 할까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다양한 버전으로 촬영했다. 같이 인사하는데 잘 안 맞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인사하고 나서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고 장난치기도 하고 그랬는데 방송분에는 인사하는 걸로 나왔더라. 그 장면을 찍을 때 너무 재밌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우식과 김다미는 지난 2018년 영화 <마녀>를 통해 호흡을 맞춘 이후 3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기도 하다. 김다미는 "다시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이런 (로맨스) 캐릭터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마녀> 촬영 당시의 최우식을 회상하며 "자유롭게 캐릭터로서 행동하고 연기하는 (최우식) 오빠의 모습이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다른 작품으로 만나고 싶었다. 촬영할 때는 워낙 친한 사이라 처음부터 편안하게 찍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잘 맞는 느낌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지난번에는 액션 신이 많았고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이 거의 없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느낌이 그때(마녀)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다. 이번엔 현장에 아예 웅이가 되어서 왔더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다미는 특히 로맨스 호흡을 맞추는 부분에서 최우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큰 목표는 일상적인 부분들을 잘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사 자체도 일상의 느낌과 톤이 많았다.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만화적인 모습도 있었기 때문에, 다르게 보여야 했다. 로코(로맨틱 코미디) 장르여서 호흡이 얼마나 중요하고, 상대 배우에 따라서 많은 게 바뀔 수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다. (파트너가) 최우식이라서 다행이었다. 오빠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다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을 것 같다. 최우식이 최웅이라서 (드라마가) 지금처럼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부터 대학생, 직장인의 모습까지 10년의 세월을 그려낸 <그 해 우리는>에서 '그 해'는 주인공들이 열아홉살 첫사랑을 시작했던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김다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그 해'는 언제였을까. 그는 영화 <마녀>로 데뷔했던 2018년을 꼽았다. 김다미는 "인생의 많은 것들이 바뀌는 시기였다. 뭔가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처음으로 커다란 화면에 제 얼굴이 계속 나오고, 부모님과 친구들이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신기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한 해 동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데뷔작 <마녀>부터 <이태원 클라쓰> <그 해 우리는>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마다 연기 호평을 얻으며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고 있는 김다미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면서도 그는 다음에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이야기 하며 눈을 반짝였다.
"요새 촬영이 없을 때는 정말로 집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좋은 작품들을 많이 찾아보려고 하고있다. 이제 촬영이 끝난지 한 달 됐는데 며칠 전에야 마지막 방송을 했다. 한달이 훌쩍 지나가버렸는데 2월부터는 쉬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려고 한다. 캐릭터로서도, 연기할 때도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 이번에는 현실 로맨스를 해봤으니 다음 작품에는 아예 밝은 느낌의 재미있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아니면 깊게 어두운 캐릭터라든가. 일상에서 벗어난 것 같은 캐릭터도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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