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외상일까 혁신일까..'BNPL 서비스'

송승섭 2022. 1. 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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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하라'에 MZ 열풍
미국 등 영미권서 연간 이용자 1억 돌파
신용도 안 따져 리스크 관리 어렵다 지적도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결제 방식으로 BN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디다스 온라인 몰. 사진=아디다스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꼭 필요하거나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돈이 모자랐던 적 있으실 겁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대부분 구매를 단념하거나 혹은 나중에 구매하기 위해 저축을 시작합니다. 친구나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있고, 신용카드를 이용해 할부로 구매하는 방법도 있겠네요. 그런데 금융권에서 최근 새로운 결제방법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BNPL’이죠.

BNPL은 ‘Buy Now, Pay Later’의 약자입니다. 번역하면 ‘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하라’죠.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거치지 말고 일단 사라는 뜻입니다. 돈은 일정 시점까지 갚기만 하면 되고요.

‘그냥 외상 아냐?’ 싶으시겠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가 실제 등장했습니다. 일종의 선구매·후불결제 서비스죠. 돈은 누가 내주냐고요?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제업체가 대신 내줍니다. 결제업체가 가맹점에 대금 전액을 알아서 넣어줍니다. 결제업체는 소비자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받고요.

얼핏 생각하면 신용카드의 할부 서비스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BNPL과의 가장 큰 차이를 하나만 꼽자면 바로 ‘신용’입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일정한 신용점수와 소득이 있어야 하죠. 할부 서비스를 지나치게 이용하면 신용점수가 하락하는 일도 생깁니다. 할부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사용 대가로 할부 수수료도 내야 하고요.

반면 BNPL은 어떠한 신용점수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신용점수와 상관없이 만 18세 이상이기만 하면 대부분 이용할 수 있죠. 나눠 갚는다고 해서 수수료를 매기지도 않고요. 그러다 보니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이용하기 어려웠던 MZ세대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목돈이 없어도 BNPL을 이용하면 갖고 싶었던 물건을 할부로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부상하는 'BNPL'…배경에는 "MZ 고객 확보"

그럼 BNPL은 어떻게 수익을 올릴까요?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도 않는데 말이죠. BNPL은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습니다. 통상 거래액의 2.5~4%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죠. 소비자가 BNPL로 100만원짜리 신발을 구매하면, 가맹점이 BNPL 업체에 2만5000원~4만원을 받는 식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의문점이 생깁니다. 그럼 가맹점들은 왜 BNPL 회사와 결합했을까요? 가맹점 입장에선 BNPL 때문에 2.5~4%의 손실이 발생하는데도 기꺼이 수수료를 내죠. 가맹점들은 BNPL 덕분에 MZ세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소비욕구가 크지만 구매력이 부족한 MZ세대가 BNPL 덕분에 자사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는 거죠.

이미 해외에서는 BNPL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 연간 이용자 수가 이미 1억명을 돌파했다고 하죠.

기업들도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간편결제 기업인 페이팔의 ‘페이인4(Pay in 4)’나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플랜잇(Plan it)’이 대표적입니다. 아마존은 어펌이라는 회사와 협업해 50달러 이상 구매할 때 BNPL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고요. 국내에서도 소액(30만원)에 한해 BNPL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거나 적극 검토하는 추세입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신용점수를 따지지 않고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죠. BNPL 이용자 3분의 1이 연체를 경험했다는 통계도 나온 적 있고요. 또 불필요한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고, 단순 외상결제일 뿐 혁신으로 보기 어렵단 비판도 나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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