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한겨울 부안여행, 풍경에 풍경을 더하다

2022. 1. 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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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은 겨울에 더 빛나는 곳이다. 코끝으로 스치는 겨울바람의 시큰함이 좋고, 유난히 따사로운 햇살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 같은 변산의 노을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운 좋게’ 눈이라도 소복이 내려주면 내소사 가는 전나무 숲길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스러운 풍경을 선물한다. 빛과 어둠, 물과 바람의 힘으로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땅의 조화는 또 얼마나 신비로운가.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이 있는 부안의 겨울을 만난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이준익 감독이 만든 ‘변산’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학수가 고등학교 시절 습작한 짧은 시다. 영화에서 학수는 바다와 노을이 전부인 것 같은 고향 변산이 몹시 답답했다. 문학의 꿈은 저버린 채 무작정 상경해 무명 래퍼의 생활을 이어가던 학수는 그를 짝사랑하던 친구 선미의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강제 소환되고, 만사가 못마땅한 고향에서 온갖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는 고향. 그런 학수의 독백이 짠하고 쓸쓸하다.

“와, 고향이라고 해준 거 ×도 없으면서 증말. 씨×놈의 동네, 발목은 ×나게 붙잡네.”

‘산들바다의 고장’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처럼, 산과 들판, 바다와 섬을 고루 갖춘 곳이 전북 부안이다. 거기에 산자수려(山紫水麗: 산은 자줏빛, 물은 곱다는 뜻)함마저 갖췄으니 그 자연의 아름다움이 어떠할까. 물론 영화 속 학수의 꿈을 담아내기엔 작고 좁은 시골 마을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다던 학수의 말처럼, 변산으로 상징되는 부안의 자연은 언제나 빛나고 또 감동적이다. 그래서 학수의 ‘발목’을 잡던 고향은 요즘 아주 매력적인 동네가 되어 있다. 특히 겨울 부안의 풍경은 더욱 그렇다. 눈 내린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 변산 바다의 차가운 바람, 곰소항의 비릿한 바다 내음. 유독 겨울에 부안 생각이 많이 나는 이유들이다.

겨울바람이 매섭다. 몇 시간을 달려 내려와 마주한 변산 바닷가는 여전히 창창하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탁해진 가슴을 휘저어 이내 청량한 숨통으로 만들어 놓는다. 맑고 투명한 바다는 보기만 해도 얼음장 같이 차갑고 시린 듯하지만 왠지 가슴은 따뜻해진다. 부안의 겨울 바다가 전하는 위로다.

▶변산, 채석강과 적벽강

부안에 가면 변산이 있고, 그곳에 그 유명한 채석강과 적벽강이 있다는 건 대개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곳을 찾아가는 것이 결코 식상하지 않은 건 몇 번을 다시 봐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때문이다. 그래서 부안에 가면 꼭 변산엘 가야 하고, 변산에 가면 마땅히 채석강과 적벽강을 가봐야 한다. ‘강’이라 이름 붙였지만 채석강과 적벽강은 강이 아니다. 두 곳 모두 같은 이름을 가진 중국의 절경지와 견줘도 결코 손색이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채석강은 당나라 시선 이태백이 뱃놀이를 즐기던 중 강물에 떠 있는 달을 잡으려고 뛰어들었을 정도로 아름다운 중국의 채석강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적벽강 역시 중국 북송 때의 시인 소동파가 산수를 즐기며 시를 지었던 적벽강과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채석강과 적벽강은 물이 맑고 부드러운 모래가 일품인 격포해수욕장을 사이에 품고,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신비스런 역사와 자연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물이 빠지고 난 채석강에는 바닷물이 침식돼 퇴적한 너른 갯바위와 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짙고 푸른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검은 바위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듯 검은 갯바위 위를 걷는 여행자들이 한가득이다. 채석강은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 해안 절벽이 층층단애를 이루고 있어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로도 불린다. 특히 닭이봉 일대의 층암절벽은 변산팔경의 하나인 ‘채석범주(彩石帆舟)’로 불릴 만큼 경치가 매우 수려하다. 채석강과 적벽강의 풍경이 바다에 떠 있는 아름다운 돛단배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채석강은 넓적한 대리석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퇴적암의 층리가 빼어나다. 암반의 채색이 영롱하고 특히 햇빛에 반사되는 풍경은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답다. 오랜 세월 바닷물에 깎이고 다듬어진 온갖 모양의 갯바위 위를 걸으며 태고의 신비로운 흔적을 더듬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때를 잘 맞춰 가면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해식동굴도 볼 수 있다. 요즘 채석강을 찾는 사람들이 애정하는 포토존이 바로 이 해식동굴로, 동굴 안에서 바다 방향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 멋진 실루엣을 인생샷으로 남길 수 있다. 변산의 어느 바닷가나 마찬가지지만 붉게 물든 채석강의 해넘이도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

적벽강, 채석강
퇴적암의 층리가 빼어난 채석강
채석강에서 내다보이는 북쪽 해변에 적벽강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23호인 후박나무 군락이 있는 연안에서 용두산을 돌아 절벽과 암반이 펼쳐지는 약 2km의 해안을 적벽강이라 부르는데 마치 사자가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엎드려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붉은색을 띤 바위와 절벽으로 해안이 이루어져 있어 해질 무렵 석양이 비치면 짙게 물드는 바위와 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오랜 침식작용과 풍화작용으로 빚어낸 기암괴석과 지질을 토대로 형성된 적벽강에서는 아름다운 주상절리와 페퍼라이트를 만나볼 수 있다. ‘페퍼라이트’는 격포리 퇴적층인 셰일층에 용암이 뒤섞여 만들어지면서 그 모양이 후추를 뿌려놓은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의 희귀한 암석이다. 이곳 역시 채석강과 마찬가지로 물때를 잘 맞춰 찾으면 신비로운 해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의 침식작용으로 인해 각기 다른 지질의 암석들이 오묘하게 뒤섞인, 신비한 모습들이다. 또 적벽강 일대는 변산 앞바다를 수호하는 ‘계양할머니’의 전설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계양할머니를 바다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수성당 일대도 돌아볼 만한 곳이다.

채석강과 적벽강의 매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물때를 맞춰야 하는 게 첫째 조건이다. 물이 들어와 있는 만조 시기에는 채석강이나 적벽강 모두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안 절벽에 불과해 보이지만, 물이 빠져나간 시간대에 찾으면 이곳이 왜 국가지질명소가 됐으며 명승으로 꼽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내변산, 내소사와 개암사

개암사 일주문, 내소사 전나무 숲
내소사 대웅보전 꽃살문은 불교예술의 정수로 꼽힌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제일 풍경은 아마도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이 아닐까. 크기와 모양새는 조금 다르지만 개암사 입구의 전나무 숲도 매력적인 풍광을 하고 있다. 눈이라도 소담스럽게 내려준다면 세상 그 어떤 풍경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곳이 된다. 두 절에는 또 다른 풍경도 있다. 변산팔경으로 꼽는 ‘소사모종(蘇寺暮鐘)’과 ‘개암고적(開岩古跡)’이다. 소사모종은 노을이 질 무렵 서서히 다가오는 어둠을 헤치고 은은히 울려 퍼지는 내소사의 신비로운 저녁 종소리라는 뜻이다. 개암고적은 ‘변산을 여는’ 개암사와 우금산성의 아름다운 경치를 말한다.

내소사와 개암사는 부안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여행자들에게 속세의 번뇌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천년 고찰의 자비이자 고귀한 선물이다. 과거 선계사, 실상사, 청림사 등 명찰이 많았지만 잇따른 전란에 소멸되고 천년 고찰의 자태와 기품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곳은 이 두 사찰이다. 두 곳 모두 작고 소박한 도량이다. 다만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청정하고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자연과 사색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사찰이다.

내소사는 ‘다녀가는 모든 이들이 새롭게 소생한다’는 의미를 담아 올 래(來), 되살아날 소(蘇) 자를 쓴다.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혜구선사가 창건한 절로 처음에는 소래사(蘇來寺)라 불렀다고 한다. 세월이 한참 흘렀어도, 내소사를 말해주는 인상적인 이미지는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600m가량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이다. 이 길은 ‘전나무 사이로 내리는 비’, ‘4월의 신록’, ‘겨울의 눈꽃’으로 표현되는 전나무 숲 3경이 생겨날 만큼 아름다운 길이다. 바라던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어제 내린 눈이 보기 좋게 덮여 있다. 진하게 퍼져 흐르는 숲향이 속세에 찌든 심신을 정화시켜주는 듯 청량한 기분을 만들어준다. 눈을 들어 나무 꼭대기를 바라보면 거기에도 길이 있다. 내가 걷는 숲길과 닮은 하늘길. 그 길로 바람이 따라 걷는다.

내소사 앞마당에는 천 년 넘은 거대한 느티나무가 건재하고 고색창연한 대중보전이 넉넉한 품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빛이 바래 더욱 기품이 느껴지는 법당 안에는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등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불단 후불 벽면 전체 가득 백의관음보살좌상이 그려져 있다. 이 벽화는 국내에 남아 있는 백의관음보살좌상으로는 가장 크다. 백의관음보살좌상의 눈을 보고 걸으면 눈이 따라오는데, 그 눈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내소사를 찾는 사람들의 기원이 이어진다. 내소사 대웅보전에는 수많은 이들의 찬사가 이어진다. 17세기 사찰 건물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는 의견도 있다. 쇠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를 깎아 맞춰 지은 건축 방식이 경이롭고, 목공예의 극치를 보여주는 정면 3칸 8짝의 꽃살문은 그 섬세함과 화려함이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내소사는 흔들리지 않는 구도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전각의 단청은 모두 벗겨졌지만 남길 것도 없고, 가져갈 것도 없는 무소유의 정신을 일깨워주는 그런 도량이다. 눈이 살짝 덮인 단아한 사찰은 말없이 고요하다. 그러면서도 속세의 고뇌를 씻어내기 충분한 감사와 위로의 시간을 안겨주고 있다.

내소사에서 내변산 속으로 더 갚이 들어가면 개암사가 있다.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묘련왕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문무왕 16년(676년) 원효와 의상이 우금암 아래 굴속에 머물면서 중수하였다고 전해진다. ‘개암’이라는 이름은 기원전 282년 변한의 문왕이 진한과 마한의 난을 피해 이곳에 도성을 쌓을 때, 우(禹)와 진(陳)의 두 장군으로 하여금 좌우 계곡에 왕궁 전각을 짓게 하였는데, 동쪽을 묘암, 서쪽을 개암이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개암사는 내소사 못지않은 공력에, 풍광과 운치까지 지니고 있는 사찰이다. 작년 6월, 절 뒤편에 솟아있는 ‘우금바위 일원’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면서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내소사와 마찬가지로 사찰 입구의 전나무 숲이 아름답고 걷기 좋은 길이다. 수령 150년 이상 되는 큰 키의 전나무들이 사찰로 들어가는 이들의 기분을 청정하고 고요하게 해준다.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2층 누각 형태의 보제루가 있고, 보제루를 지나면 대웅전과 그 뒤로 우뚝 솟은 우금바위가 절경을 만들어낸다.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개암사를 찾아온 수고는 충분히 보상받는 느낌이다.

▶예술, 휘목미술관과 금구원야외조각미술관

휘목미술관, 휘목미술관, 금구원야외조각미술관
잠시, 부안의 자연에서 눈을 돌린다. 어디에서나 문화와 예술이 따라 붙는 고장인 만큼 관심과 눈길을 끄는 예술 공간이 그곳에 있다. 곰소항과 변산 사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휘목미술관과 금구원야외조각미술관 모두 개인이 터를 잡고 오랜 시간동안 하나하나 일군 귀한 공간이다. 소장하거나 전시해놓은 작품도 적지 않아 넉넉하게 시간 여유를 두고 찾아가 즐기면 좋을 곳들이다.

폐교한 운호초등학교 터를 활용해 만든 2007년 개관한 휘목미술관은 전라북도에서 도립미술관 다음으로 큰 미술관으로 조각공원, 누드화갤러리, 카페, 펜션 등과 함께 휘목아트타운 내에 있다. 서해바다와 내변산의 절경이 포근하게 감싸는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아트타운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정원에 ‘발가벗은 모자상’과 ‘배가 불룩한 소년상’, ‘키스하는 연인’ 등 국내 현대 작가들의 조각품들이 전시돼 있다. 회색 건물의 미술관은 다양한 모양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고, 누드화, 추상화, 정물화 등 다양한 장르의 대형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원로 작가들의 초대전과 테마 기획전이 정기적으로 류경채, 오승우, 박득순, 박영선 등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600여 점이 교체 전시된다. 미술관과 누드화갤러리는 아트카페 이용 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금구원야외조각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조각공원으로 알려진 곳이다. 조각공원의 효시인 셈이다. 조각가 김오성의 작업공간이자 전시공간으로 작가의 열정이 담긴 150여 점의 작품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조각공원은 야외전시장과 실내전시실로 나뉘어 있다. 실내전시장은 주로 소품들이 전시돼 있고 야외전시장에는 1961년 초창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대형 돌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개인 천문대 1호인 금구원천문대도 있다. 돔 형식의 천정이 열리는 구조로 만들어진 천문대에는 미국 아스트로 피식스 사에서 제작한 유효경 206㎜ 굴절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날이 맑은 날 태양계, 행성, 성운 등을 관측할 수 있다. 별자리를 연구하고 천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체험 관광지로 알려져 있으며 천체 관측은 사전 예약해야 체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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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목미술관

위치 전북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77-1

운영 시간 10:00~18:00 *월요일 휴관

-금구원야외조각미술관

위치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861-20

운영 시간 일출 직후부터 일몰 1시간 전까지

▶맛, 곰소항과 풀치조림

곰소항
변산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곰소항은 작고 아담하다. 이젠 작은 배들과 홀로 남은 등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1970년대만 해도 칠산어장이 조기 파시로 유명해지면서 조기잡이 배를 비롯한 어선들이 몰려 성시를 이루던 곳이었다. 조기 파시의 황금기는 추억이 됐지만 지금은 전국 3대 젓갈시장으로 불리며 젓갈단지로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근에 있는 곰소염전 덕이다. 곰소염전은 국내 몇 안 되는 천일염 생산지로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라는 속담이 생겨날 정도로 귀한 곰소 천일염을 젓갈 만드는 데 제공했다. 곰소 천일염은 무기질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게랑드 소금과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매년 봄, 내변산 소나무 군락지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송화가루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자연 그대로의 송화가루 소금이 곰소 천일염이며, 곰소 젓갈의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된다.

여기까지 왔으니 곰소젓갈단지에서 짭조름한 젓갈 맛을 보고 가도 좋다. 곰소젓갈단지에는 바지락적, 황석어젓, 조기젓, 멸치젓 등 곰소 천일염으로 만든 200여 종의 젓갈이 판매되고 있다. 곰소 젓갈은 짠맛이 덜하고 담백하다. 또 오래 숙성시켜 맛과 향도 뛰어나다. 자고로 자던 사람도 숟가락을 쥐게 만든다는 곰삭은 젓갈이다.

곰소항 인근에는 생선과 젓갈을 주 메뉴로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식당들 앞에는 짚으로 엮은 생선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작은 갈치 새끼를 말리는 모습이다. 그게 바로 풀치다. 풀치는 풀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린 갈치 자체를 풀치로 지칭하는 것이지만 풀치를 염장하여 굴비처럼 엮어 말린 것도 풀치라 부른다. 곰소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요리가 바로 이 풀치로 만든 풀치조림이다. 무와 감자, 양파 등의 채소에 매콤한 양념을 해서 졸여내는 게 풀치조림이다. 보기에는 갈치조림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풀치를 말려서 조리를 하기 때문에 살이 더 단단하고 쫀득하다. 뼈를 발라 먹기 귀찮기도 하지만 수고가 아깝지 않은 특별한 맛이다.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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