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포스텍' 휘젓고 다닌다, KAIST 넙죽이..MZ 꽂힌 이 놀이
홍지유 2022. 1. 30. 10:00
"슝슝이도 숭실인들이 있어 항상 행복했다슝"
지난 6일 숭실대학교의 마스코트인 백마 '슝슝이'가 친구들에게 남긴 인사다. 이날 슝슝이는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간다"며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프리허그를 나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교육 시대를 맞이한 대학들이 마스코트를 활용한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학교에 제대로 나오지 못한 신입생의 소속감을 끌어올리고 교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많은 대학 마스코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학생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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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앙이는 내 친구" 마스코트에 빠진 학생들
중앙대 마스코트인 '푸앙이'는 중앙대 캠퍼스 연못에서 태어난 청룡이다. 중앙대 본관과 학생 식당 등 캠퍼스 곳곳에서 초대형 푸앙이 인형을 찾을 수 있다.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에 재학 중인 김다윤(23)씨는 "지난해 핼러윈 시즌에 학교에서 푸앙이와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푸앙이 스티커를 아이패드에 붙이고 다닐 만큼 애정이 많다"고 말했다.
상명대 마스코트인 21학번 사슴 '수뭉이'는 성격유형 검사(MBTI) 결과가 'ENFP' 유형이라는 설정이 있다. ENFP는 '재기발랄한 활동가' 유형으로 사교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수뭉이는 "사람을 만날수록 에너지가 충전되고 호기심이 넘쳐서 궁금한 건 못 참는 ENFP"라며 "올 겨울에는 상명대학교의 든든한 수호신이 되기 위해 수호신학개론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있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대학들은 마스코트 홍보가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스토리텔링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귀여운 동물의 외형을 갖춘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MBTI, 말투, 세계관 같은 '성격적' 요소가 인기를 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재학생들에게 고민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비대면 수업 확산으로 학교에 정을 붙이지 못하는 학생들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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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넙죽이' 포스텍 간 이유
'넙죽이'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스토리텔링이 대박을 친 사례다. 날카로운 타원 모양에 동그란 눈을 가진 KAIST의 마스코트 넙죽이는 2014년 데뷔 당시 '반달돌칼 같다', '외계인 같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학생들이 이를 자조하면서 올린 수많은 패러디물이 인기를 끌며 지금껏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넙죽이가 납치돼 KAIST의 라이벌인 포스텍(포항공대)에 남겨졌다는 설정의 '포스텍을 휘젓고 다니는 넙죽이'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페이스북 '포스텍을 휘젓고 다니는 넙죽이' 페이지의 팔로워 수는 4000여명으로 KAIST 재학생의 약 40%에 달한다.
신입생 기념품에 마스코트를 활용하는 대학도 늘었다. 숙명여대는 로고를 형상화한 '눈송이' 캐릭터가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대학은 2022학년도 신입생들을 위해 '눈송이 굿즈(기념품)'를 준비했다. 한양대도 사자 마스코트 '하이리온'이 그려진 열쇠고리와 우산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친근감을 주는 마스코트가 애교심과 소속감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고 분석한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캐릭터와 소통하고 캐릭터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것에 익숙한 세대"라며 "과거에는 대학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했다면 지금은 학생이 주요 플레이어가 돼서 홍보용 내러티브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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