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에게 향하는 화살, 어디까지가 온당할까 [장수정의 장담]

장수정 2022. 1. 3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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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학대 논란 '태종 이방원', 주연 배우 주상욱에게 튄 불똥

대부분의 주연 배우들은 대본을 외우고, 연기를 하는 것 외에도 홍보 활동에 참여하고, 현장 분위기를 이끄는 등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한다. 높은 개런티와 주인공이라는 위치는 주연 배우들이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그 이상의 책임감을 가지는 이유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KBS

최근 어떤 논란이 불거지면, 그 논란의 내용과 상관없이 으레 출연 배우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하차를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생겨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 맞는 책임감은 분명 가져야 하는 것이지만, 선을 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앞서 KBS1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말을 학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동물자유연대가 스턴트 배우를 태운 말이 양발에 줄이 묶인 채로 달려오다가 고꾸라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말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던 것이다.


이후 KBS가 해당 의혹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촬영에 임했던 말이 일주일 후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중들의 분노가 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폐지를 주장하는 글이 게재됐으며,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권 단체들은 ‘태종 이방원’ 측을 상대로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현재 ‘태종 이방원’은 2주째 결방을 이어가고 있다.


말을 학대한 정황이 분명하게 드러난 이상, 제작진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을 막을 수는 없다. 특히 사안이 큰 만큼 사과만이 아닌, 새로운 대책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의혹이 불거진 직후 KBS가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라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해 책임을 축소한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그들이 이 논란에 어떻게 대처하고 책임을 다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다만 문제는 일부 네티즌들은 제작진을 향한 비난을 넘어, 주연 배우 주상욱의 SNS를 통해 그의 사과와 하차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상욱은 물론, 그의 아내인 배우 차예련의 SNS를 통해 남편이 사과, 하차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출연진에게 ‘실망했다’는 반응들이 쏟아진 적이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설강화’의 협찬, 광고사에 항의하는 것은 물론, 정해인, 지수 등 배우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불매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촬영 방식 또는 각본, 연출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일임에도 주연 배우, 또는 출연 배우라는 이유로 그 책임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작품의 논란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함께 사과하는 사례들도 없지는 않다. 앞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비난을 받다가 폐지를 하게 되자 배우 장동윤, 감우성, 박성훈 등 배우진도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앞서 배우 송중기가 tvN 드라마 ‘빈센조’ 종영 인터뷰를 하며 중국 기업의 비빔밥을 PPL로 사용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다수의 매체를 통해 “외적인 논란이 있었으니, 그럴수록 드라마 자체의 매력을 높여 실망하신 분들의 신뢰를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 오히려 현장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실망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은데 주연 배우로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었다.


이것이 앞선 사례들과는 다른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조선구마사’의 장동윤, 감우성 등은 비록 역사 왜곡 의혹이 있는 작품에 출연은 했지만, 사과를 하면서 이미지 타격 축소했다. 송중기 또한 작품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면서 대중들의 실망감을 최소화했었다.


그러나 배우들이 자청해서 사과를 하는 것과 이를 대중들이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촬영과 각본, 연출은 엄연히 제작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연기를 하는 배우가 타인의 책임을 함께 감당하지 않은 것이 비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이들을 향한 대중들의 실망감까지는 막을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실망감을 표하는 것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이다.


연예인들은 대중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활동을 펼친다. 그래서 다수의 연예인들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곤 한다. 그러나 그 ‘관리’는 결국 각자의 몫이다.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행보에 대해 응원하거나 실망하는 것은 대중들의 몫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상의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선을 넘은 의견은 정당한 비판이 아닌 악플이 될 수도, 정의가 아닌, 새로운 폭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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