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색 '베리 페리'..익숙한 듯 오묘한 메타버스 시대를 표현
팬톤은 미국 뉴저지주의 작은 인쇄소로 시작한 색채 전문 기업. 직원이었던 로렌스 허버트가 화학 전공을 살려 안료 재고와 컬러 잉크 생산을 체계화·단순화한 것이 지금의 모체가 됐다. 특히 1963년 수많은 색에 고유 번호를 붙여 일명 ‘팬톤 컬러매칭시스템(PMS)’을 만들면서부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1만가지 이상의 색을 시스템으로 체계화한 팬톤 컬러매칭시스템은 각종 시각예술 분야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 건축, 패션, 도료 등 산업 전반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색상 표준이다.
팬톤은 컬러매칭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축적한 색상 정보를 이용해 색상 컨설팅, 트렌드 컬러 예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0년부터는 매년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와 사회 현상 등을 분석해 ‘올해의 색’을 제안하는데, 이때 발표된 색상은 패션·뷰티 업계뿐 아니라 다른 산업군에서도 관심을 갖고 활용할 정도로 영향력이 높다. 실제 2018년 팬톤 올해의 색으로 울트라 바이올렛이 선정된 이후 비주류 색상이었던 보라색이 급격히 유행하기 시작했다. 2019년의 리빙 코랄과 2020년의 클래식 블루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례없는 팬데믹이 계속되던 2021년에는 얼티미트 그레이와 일루미네이팅이라는 두 가지 색을 올해의 색으로 발표하며 눈길을 끌었다. 각각 회복탄력성과 희망을 상징하는 회색과 노란색 계열 색상은 전 세계인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더불어 두 가지 색상을 동시에 선정해 사람 사이의 연대를 강조한 것 역시 남다른 의미로 남았다.
2022년에는 사상 최초로 기존 컬러 차트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색상, 베리 페리를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다. 베리 페리는 일관되고 평온한 분위기의 파란색과 힘찬 에너지가 감도는 붉은빛의 보라색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믿음직스러우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활기나 즐거움, 역동적인 존재감이 느껴진다. 팬톤은 이처럼 대비되는 성질의 색이 만나 묘한 균형을 이루는 베리 페리가 격변하는 지금의 시대를 반영한 것이라 설명한다. 보라색과 파란색이 뒤섞여 새로운 색으로 거듭나듯, 격리된 현실과 디지털 생활이 융합돼 나타난 메타버스 시대와도 잘 어울린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의 베리 페리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스타일링을 할 때는 미색 아이템과 함께 코디하면 데일리룩으로 부담 없으면서도 생기 있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좀 더 화려한 느낌을 원한다면 광택감이 있는 소재를 매치하거나 슈트 차림에 포인트가 될 타이 컬러로 활용, 또는 블랙 코디에 장갑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어 인테리어나 고가의 가전, 가구 등으로 표현할 때는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색채가 강해 벽면 전체 도색이나 커다란 소파보다는 커튼, 문, 스툴이나 소파 쿠션 등 포인트 색상으로 활용해 공간에 입체감을 주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류지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