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좀비가 왜 나와?" 십대들이 주인공인 K좀비

장혜령 2022. 1. 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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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장혜령 기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에 퍼진 바이러스를 통해 10대들 사이의 인간 군상을 들여다보는 좀비 장르 시리즈다. 근절되지 않는 학원 폭력과 왕따가 도사리고 있는 작은 사회,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의심과 믿음, 협동과 성장을 함께하는 이야기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유연하게 풀고 익숙한 좀비 클리셰를 비틀어 냈다.

주동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2D 그림체를 3D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 최고의 전문가가 뭉쳤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의 감독 이재규, 드라마 <추노>의 천성일 작가의 시너지로 탄생했다. 웹툰의 영상화가 많아지고 있는 시점과 콘텐츠의 자율화를 지향하는 넷플릭스를 만나 표현 수위가 한층 세졌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중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최고 심의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로 기록되었다.

좀비의 공격성이나 물리는 과정과 변하는 과정, 교내 흡연과 비행, 극단적인 선택의 장면, 임대 아파트 차별 등 10대가 주인공이지만 10대는 정작 볼 수 없는 유해한 콘텐츠로 판정받았다.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 고립된 학교 희망이 있나?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넷플릭스
 
평화롭던 어느 날 서울 인근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발생한다. 체온이 급격히 저하되고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몽롱한 시선으로 힘겨워 하던 한 학생. 갑자기 돌변해 학교에서 소란스러운 소동극 후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병원과 학교가 초토화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사람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고 좀비로 변해버린 학생과 교사.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좀비가 돼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하루아침에 학교가 좀비 바이러스 천국이 되자 온조(박시후), 청산(윤찬영), 남라(조이현), 수혁(로몬)은 힘을 합쳐 위험에서 벗어나려 사투를 벌이지만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다. 119에 도움을 요청해도 비상계엄령이 선포돼 도시 전체가 봉쇄된 상태기 때문. 끝까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릴 수 없기에 나름대로 배운 생존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해간다.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되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었던 가장 안전한 학교가 서로를 죽고 죽이는 가장 살벌한 장소로 변해버린 지금. 휴대폰도, 식량도, 지켜줄 어른도 없는 상황 속 과연 살아남은 학생들은 무사히 학교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학교에 좀비보다 무서운 게 있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킹덤> , <부산행> 등 K-좀비의 진수를 세계에 알린 콘텐츠들에 변주를 시도한 작품이다. 그동안 성인을 대상으로 한 좀비물은 많았지만 십 대를 주인공으로 한 좀비물은 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관계가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준다. 학교가 이 지경이 되더라도 게임이나 영화 속 이야기라고 장난처럼 생각하거나, 어른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행동과 말로 웃음을 유발한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장르 '좀비물'과 차별점을 꼽자면 무척 빠르고 강하다는 점이다. 소리를 쫓아 움직이며 물린 부위가 변형되며 다양한 형태의 좀비가 된다. 감염된 사람마다 발현되는 시간과 증상이 약간씩 다르며, 감염이 시작될 때 환각은 극도의 공포를 유발한다. 때문에 살아야겠다는 발악을 하면서 더욱 공격성을 보이게 된다.

기괴한 좀비의 몸짓은 배우 출신 안무 지도자가 혹독한 훈련으로 탄생했다. 좀비를 연기할 60여 명의 배우가 4개월간 트레이닝으로 표정과 연기를 만들어 나갔다. 이로써 화끈한 액션과 충격적인 비주얼로 탄생된 비주얼은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 요소라 하겠다. 원테이크로 찍었다는 급식실 장면은 역대급 공포를 선사한다.

또한 바이러스 실체의 접근법도 다르다. 대부분 실험이나 실수에서 비롯되거나 원인불명인 경우가 많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 냈다. 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처한 팬데믹과도 오버랩되며 극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총이나 군인이 등장하기 보다 친구한 학교에서 대걸레, 책걸상, 급식판 등 학교 소품을 이용한 무기는 친숙함을 넘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과학실, 음악실, 방송실, 미술실, 보건실, 급식실도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좀비에 두려움에 떨어야 할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녹색 교복으로 빨간 피와 보색대비를 이루게 만들었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넷플릭스
 
학교라고 해서 안전하거나 학생이라고 순수한 건 아니라고 본 시각도 노골적이다. 집단 이기주의와 나만 살겠다는 양심 없는 행동, 보이는 폭력보다 보이지 않는 폭력도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좀비 바이러스의 출현보다 없어지지 않는 사회 문제가 더욱 와닿을지도 모른다. 잔인한 현실이지만 무한 경쟁 속 승자와 패자는 학교에도 사회에도 존재한다.

몸은 어른처럼 커졌지만 마음은 미성숙인 청소년의 정체성은 하루하루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족, 친구, 이성, 공부 등 개인의 문제도 혼란스러운데 목숨까지 위태롭다면 어쩔 것 같나. 어린이와 어른의 낀 세대가 겪는 죽음과 삶의 경계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십 대들의 마음으로 이입해 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아이들은 어른과 소통이 잘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하나의 대립 구도로 잡아냈다.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 속 학생들과 교사, 경찰, 군인, 소방관, 국회의원, 유튜버, 부모 등 학교와 사회라는 두 진영에서 만들어 나가는 절망과 희망의 에피소드는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 영상 콘텐츠계를 이끌어나간 신예 배우의 얼굴이다. <벌새>로 그해의 발견이라 할만한 박지후, 아역부터 차근차근 성인 필모그래피를 쌓았던 윤찬영,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눈에 띄는 인턴을 연기했던 조이현, 드라마 <파수꾼>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해 인정받은 로몬,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이유미의 활약 등. 젊은 얼굴로 꽉 찬 활약이 제2의 <오징어 게임>을 이어 받을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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