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짝짓기 프로그램 전성기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2. 1. 2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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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짝짓기 프로그램 전성기가 다시 시작됐다. 채널A ‘하트시그널’이 대박을 치더니, 티빙 오리지널 예능인 ‘환승연애’가 큰 인기를 끌었고, 요즘은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이 화제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폭 넓게 사랑받는 건 아니지만 젊은 누리꾼들 사이에선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그 속에서 일반인 스타들도 탄생했다.


짝짓기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인기 장르였다. 90년대 MBC ‘사랑의 스튜디오’가 일반인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고, 2000년대에 접어들어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연예인들의 짝짓기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연예인 짝짓기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결혼으로까지 이어졌다.


예능이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리얼리티 관찰예능으로 넘어가면서 리얼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런데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 속에서 나타나는 관계들이 상당 부분 연기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리얼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반인을 내세우면서 더욱 강력한 리얼의 느낌을 준 SBS '짝‘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진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게다가 일반인이 갑자기 TV 프로그램에 나와 유명인이 됐을 때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도 너무나 컸다. 결국 한 출연자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면서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그후 짝짓기 프로그램이 주춤해진 대신 연예인 부부생활을 보여주는 관찰예능이 인기를 끌었다. 추자현, 우효광 부부가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런 연예인 부부 관찰예능의 화제성이 한 풀 꺾일 때쯤 ‘하트시그널’이 짝짓기 프로그램의 부흥을 알렸다. 그리고 그것이 '환승연애‘와 ’솔로지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짝짓기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인기를 끄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 연관됐기 때문이다. 짝짓기는 아기 또는 귀여운 것, 음식과 더불어 인간의 3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이중에서 둘만 꼽으라면 음식과 짝짓기다.


그럴 정도로 짝짓기가 인간의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대부분이 비슷한 구조의 짝짓기 이야기로 구성된다. 드라마팬들은 작품 초반만 봐도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를 예측할 수 있는데 그건 그만큼 드라마들의 짝짓기 표현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만들어지고 계속해서 사랑 받는 건 바로 그게 본능적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심이 크니 예능에서도 짝짓기 코드가 사랑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이들이 인생주기에서 가장 짝짓기에 열광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젊은 누리꾼들에게 짝짓기 예능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젊은이들의 짝짓기 욕구가 많이 좌절된 시대다. 극심해진 생존경쟁 속에서 현실 짝짓기에 소극적으로 변한 경우도 있고, 빈곤 때문에 포기한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새 이성을 만나기 힘들어진 측면도 있다.


이렇게 현실 짝짓기가 어려워지면서 가상을 통한 대리만족의 욕구가 더욱 커졌을 것이다. ‘하트시그널’이나 ‘솔로지옥’은 완전히 현실적이기보단 어느 정도 판타지성이 있는데, 욕구가 현실에서 좌절됐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가상 자극을 추구하다보니 그런 예능이 더 인기를 끌게 됐을 것이다.


청년들의 짝짓기 열망을 표현하는 짝짓기 예능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그 속에서 일반인 스타도 계속 탄생할 것이다. 그런데 이 일반인 출연자들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으면 논란이 연이어 터질 수 있다. ‘솔로지옥’의 송지아가 짝풍 사치품 착용과 개인 신상 스토리 진실성 논란에 휩싸였고, 다른 출연자에게도 경력 진실성 논란이 터졌다.


청년들이 가상 짝짓기에 과몰입해서 관심도 폭발적이지만 악플도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일반인 출연자에겐 감당하기 힘든 정서적 고통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짝짓기 프로그램을 통해 순식간에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이상 앞으로도 그런 스타가 되려는, 또는 경력과 스토리를 조작해서라도 짝짓기 스타를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 OTT 플랫폼이 뜨면서 짝짓기 프로그램이 더욱 자극적인 쪽으로 진화해갈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가상 짝짓기와 관련된 열망과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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