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김민재가 우리 구단에?" 페네르바체 LoL팀 '레이'의 축구 인터뷰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배구의 김연경, 축구의 김민재 사이에도 터키 명문 페네르바체에는 여러 한국인이 있었다. e스포츠 대표 종목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들이다. 특히 전주 출신인 '레이' 전지원은 김민재 경기를 관전했던 축구팬으로서 한 구단 소속인 것이 더 신기하다고 했다.
터키는 자체 LoL 리그를 가진 나라다. 이스탄불 명문 구단 페네르바체, 베식타스, 갈라타사라이 모두 LoL 구단을 운영한다. 한국 선수들은 세계 최강답게 터키 10개 팀 중 일곱 팀에 진출해 활약 중이다. 페네르바체를 거쳐간 '운타라' 박의진, '히릿' 신태민 등에 이어 지금은 전지원과 '크래시' 이동우가 소속돼 있다.
전지원은 LoL의 빅 리그라고 할 수 있는 북미, 중국, 한국의 강팀에서 모두 활약해 본 이 분야의 베테랑이다. 중국의 에드워드게이밍 소속일 때는 월드챔피언십(롤드컵) 8강에 진출했고, 중국 리그 올스타 서드(3rd) 팀에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페네르바체에서 활약 중이다.
전지원은 LoL 관련 인터뷰인 줄 알고 있다가 '풋볼리스트'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축구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흥분한 전지원은 축구팬, 축구 게임팬, 무엇보다 김민재 경기를 직접 관전하던 전북현대 팬의 모습이 되어 두 종목의 관계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이야기했다.
- LoL을 잘 모르는 축구팬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에서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고 있고요. 한국에서는 한 시즌만 뛰어서 한국 팬들은 잘 모르시고, 해외에서 7년 동안 뛰었습니다. 지금은 김민재 선수가 있는 페네르바체의 게임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게임 내 포지션이 '탑'인데요, 축구에 비유하자면 어떤 포지션이죠?
게임 다음으로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 여러 번 생각해 본 주제입니다. 그래서 술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탑은 축구의 윙백 같은 위치죠. 사이드 관리를 해야 하는데, 팀 전술에 따라 공격수가 되기도 하고 수비수가 되기도 하거든요. 또 요즘 윙백이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하는 것처럼 탑이 '서포터' 역할을 할 때도 있고요.
- 축구를 많이 좋아하시는군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건 박지성 선수가 뛰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였고, 그때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많이 본받으려고 했어요. 남자라면 멋있게 느낄 수밖에 없는 플레이스타일이고, 또 엄청난 노력파라는 점과 큰 경기에 강한 점은 종목을 넘어 닮고 싶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어두운 면이 생기면서 그런 건 닮으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 김민재 선수가 약 두달 차이로 페네르바체에 합류했는데, 그때 트위터로 놀라움을 밝히신 바 있죠. 그리고 최근 페네르바체와 재계약 하실 때는 김민재 선수가 환영 영상도 남겼어요.
되게 놀랐어요. 종목이 다르다보니까 생각도 못 했거든요. '와,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띵할 정도였어요. 김민재 선수에게도 고마웠고, 구단에서 이렇게 신경 써 준다는 점에 감동하기도 했고요. 이 팀을 위해 뭔가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 그 감격을 축구 게임 커뮤니티에 '인증'하기도 했는데요. 본인 맞나요?
맞아요. 저는 풋볼매니저(FM, 축구 감독을 소재로 한 게임)를 오랫동안 플레이했거든요. 그래서 '에펨코리아'가 지금 같은 대형 커뮤니티가 아닌 정말 게임 커뮤니티일 때부터 자주 들어갔어요. 그 사이트의 LoL 갤러리도 애용하게 됐고요. 축구 게임은 피파온라인도 꾸준히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니까.
- 고향이 전주고, 전북현대의 김민재를 원래 좋아했다면서요?
입에 발린 말은 절대 아니고요. 학교 다닐 때까지는 전주에서 한 대표팀 경기는 다 직관하고, 전북 경기도 종종 봤어요. 프로게이머가 되어 해외에 살 때도 전주 집에 오면 전북 경기를 한 번은 꼭 갔어요. 그래서 김민재 선수 직관을 몇 번 했죠. 전북의 괴물신인이 등장했다는 말을 친구들이 해 줬어요. 괴물 신인? 못 참죠. 전주 살 때였으면 매주 보러 갔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 아직 재계약 축전 외에는 축구와 e스포츠 팀의 교류가 별로 없나 보네요.
LoL은 시즌 중에 워낙 바쁘다보니 지금은 경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성적이 좀 오르고 여유가 생기면 경기장에 가고 싶다고 어필해 뒀어요. 열정적인 경기장 분위기, 특히 터키 분들이 김민재 선수를 응원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요. 또 얼마나 진심인지는 모르겠는데, 여유가 생기면 김민재 선수와 식사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팀에서도 제가 축구팬인 걸 알거든요.
- 식사가 전부인가요? 김민재 선수와 같이 큐를 한 번 돌릴 수도 있잖아요?
게임도 잘 하실 것 같네요. 열심히 하다보면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죠?
- 다른 종목의 스타인 김연경, 김민재 선수의 존재감을 느끼나요?
한국 선수들이 이 팀에서 레전드급 대우를 받고 있어요. 축구쪽 사람을 만나도 '너도 김연경 같은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말을 듣곤 했어요. 요즘은 제가 개인방송을 할 때 터키 팬분들이 접속해서 김민재 선수 이야기를 엄청 해 줘요. 못 느낄 수가 없죠. 가장 실감났던 건 살라타사라이와 붙었던 이스탄불 더비 때예요. 그때 김민재 선수가 엄청난 활약을 하셨잖아요. 저에게도 트위터 등 여러 메시지로 '너도 김민재처럼 잘 할 거다'라는 메시지가 오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선수로서 목표를 여쭤보고 싶어요.
시즌 초반이긴 한데 2연패를 당해서 정신 차려야 합니다. 저는 빅 리그를 떠나 터키로 온 이유가 한 가지뿐이에요. 우승해서 국제대회인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나가고, 거기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제가 LoL 선수로는 꽉 찬 나이라서 반등하는 해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저와 구단을 위해 최선의 길이죠.
사진=페네르바체 e스포츠 제공, 전지원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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