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은 현금 환불은 포인트..'명품 갑질' 공정위 조사 나서나

장정욱 2022. 1.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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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품 가격 인상한 '디올'
'완불 웨이팅' 고객에 구매 취소 유도
"인상 가격 지불하거나 취소" 종용
환불도 현금 아닌 자사 '포인트'
디올 홈페이지 화면 모습. ⓒ디올

해외 명품 업체가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예약 고객들에게 현금 대신 포인트로 환불을 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 법적 조처를 진행하고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해외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이 물가 상승과 환율 인상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소비자들은 이 과정에서 디올이 ‘완불 웨이팅’ 지침을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공지했고, 인상한 가격만큼 돈을 더 지불하거나 아니면 구매를 취소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완불 웨이팅이란 돈을 미리 모두 지불하고 제품을 나중에 받는 것을 말한다. 명품 경우 제품 입고가 늦어 소비자들은 미리 해당 제품을 지정해 돈을 미리 지불해 둔다. 길게는 수개월 이상 기다렸다가 제품이 매당에 입고되면 물건을 받는 형태다.


애초 디올은 완불 웨이팅 과정에서 가격이 인상돼도 기존 가격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인상 계획이 결정되자 돌연 태도를 바꿔 일방적 결제 취소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게 구매 예약자들 주장이다.


실제 디올은 가격 인상 결정 이후 완불 웨이팅 고객에게 특정 날짜까지 제품이 입고되지 않을 경우 결제를 취소하도록 했다. 제품이 입고되더라도 해당 날짜까지 수령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취소된다. 제품이 날짜를 넘겨서 입고되거나 제품을 늦게 찾아갈 경우 인상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환불 방식도 문제다. 소비자들은 현금(카드)을 주고 완불 웨이팅을 신청했는데 해당 날짜까지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취소하지 않을 경우 현금이 아닌 ‘포인트(디올 크레딧)’로 돌려받게 된다. 디올 크레딧은 디올 제품을 구매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오랫동안 제품 입고를 기다려 온 고객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디올 측으로부터 완불 웨이팅 취소 공지를 받은 박 아무개(35) 씨는 “지난달 가방을 구매하고도 입고가 안 돼 한 달 넘게 기다렸는데 취소 관련 안내 문자를 받았다”며 “혹시 환불 못 받을까 봐 지난 주말 부랴부랴 매장을 방문했더니 인상 전 미리 물건을 사려는 이들과 결제 취소를 하러 온 이들이 뒤엉켜 난장판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줄을 선 지 몇 시간 만에 매장에 들러 취소하고 나왔다”며 “일방적 취소 통보로 소비자들이 허비한 시간과 돈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어머니 선물용으로 완불 웨이팅을 신청한 오 아무개(38) 씨 역시 “이것도 일종의 계약인데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돈을 포인트로 돌려준다는 게 어이가 없다”며 “이런 배짱 영업을 직접 당하니까 명품이란 이유로 소비자를 얼마나 기만하는지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오 씨는 “다른 명품 업체들에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갑질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야 한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부 고객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자는 의견이 있어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 씨 말대로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번 디올 사태를 겪은 소비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늘고 있다. 계약 위반에 대한 법적 조처와 함께 공정위 등에 불공정거래 조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완불 웨이팅은 먼저 결제하고 상품을 물건은 나중에 수령하겠다는 일종의 사전 계약”이라며 “브랜드가 소비자와 체결한 계약을 합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으로 보여 계약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 또한 “기본적으로 이런 경우는 민사적으로 해결할 사안이겠지만 소비자들이 조사를 정식으로 요청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자세한 내용을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현 상황만 봐서는 거래 약관 등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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