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정보와 정책'의 관계 확립이다

2022. 1. 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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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2022년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비전은 급증하는 전통적 그리고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대처하는데 있어 후보의 전략적 리더십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정보기관들은 전략적 충격 혹은 기습을 예방하고, 정책결정과정을 지원하고, 정보의 비밀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정보와 정책의 명확한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국가정보원의 역할과 책임을 조정하는 개혁과정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부분 정책결정자들은 정보를 진실(truth)로 인식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정보담당관들이 사실(fact)을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정보는 기껏해야 사실에 가까운 ‘경험과 지식에서 우러난 추측(educated guess)’에 불과하다. 정책결정자들의 기대와 정보의 본질 사이에 존재하는 이 같은 불일치로 정책결정자들은 그들의 정책실패에 대해서 정보담당관들이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책임을 묻고 정보의 정확성, 신뢰성,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행위는 심각한 잘못이다. 정책결정자들이 정보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서 정보 생산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현실적으로, 정보가 ‘정책 우선순위’ 혹은 ‘정책 논의 방향’과 무관하게 생산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불확실한 정보조차도 정책결정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책결정자들은 정보가 팀워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고도로 복잡하고 정교해진 정보기관들이 정책결정자들의 요청에 따라 생산할 수 있는 최고의 정보는 인간, 신호, 영상, 이미지, 통신 등의 정보와 공개된 데이터를 종합한 것이다. 각 정보기관들이 제대로 협업하지 않을 경우, 각 정보기관은 서로 앞 다투어 새로운 산물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보담당관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각 정보기관들의 협업 체제를 개선시켜서 가용한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정보를 생산할 경우 정책결정자들은 보다 나은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정책결정자들이 양질의 정보(quality intelligence)를 요구하면서 정보기관들의 팀워크를 장려하고, 정보기관들은 가공되지 않은 정보(information)를 서로 공유하게 되면 차기 정부는 엄청난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이유는 무수한 정보가 있었지만 보다 나은 정보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자들은 정보담당관들이 ‘존재하지 않는 확실성’을 예측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책결정자들이 그들에게 이미 제공된 보고 내용을 반박하는 새로운 증거를 받아들이는 것은 보다 나은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정보담당관들은 그들의 새로운 정보 평가가 정책결정자들의 경쟁자 혹은 비난자들에게는 정책에 대한 변화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때 정보담당관의 책임은 정책결정자들이 정보 판단(intelligence estimate)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은 이러한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정보 생산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정보의 정치화가 아닌 매우 바람직한 시도이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데 있어 정책결정자들이 정보기관의 담당자들 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책결정자들은 어떤 문제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필요로 하지, 특정 정책적 선택지에 대한 옹호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적 문제에 불필요하게 관여하는 정보담당관들은 스스로 객관성을 떨어뜨리고, 정보 보고서의 가치를 저하시키고,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여 정책결정자들에게 제공하는 본연의 역할을 등한시 하는 것이다.

우수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위 관료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정보담당관들이 정책결정자들의 신뢰를 받는 것이 때로는 권력자들에게 진실을 과감히 말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정책결정자들은 원하는 좋은 소식만을 전달하는 정보담당관을 경계해야 한다. 올바른 정책결정을 위해서는 정치가 아닌 문제에 집중하고 정책결정자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정보담당관이 필요하다. 정보담당관들이 정책옹호자의 역할을 자처하거나 정책결정자들에게 무엇을 해야 좋을지 조언하려고 한다면 본인의 역할과 책무를 망각한 것이다. 정보기관은 문제의 복잡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해결책 모색은 대통령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넘어선 다양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며 국가정보원의 국내정치 참여에 대해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정보를 최초로 요구하고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대통령은 전통적 및 비전통적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국가정보원의 책무를 어떻게 리셋(reset)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밝혀야 한다.

박진호 국민의힘 국방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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