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하는 일본, '독도는 분쟁 중'이라며 편드는 미국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기자]
인도태평양전략으로 미일관계가 한층 긴밀해진 가운데, 미국이 독도와 관련해 일본을 두둔하는 일이 많아졌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지소미아 종료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해진 때인 2019년 8월 25일 한국이 독도방어훈련에 착수했을 때도 그랬다.
이때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독도 군사훈련의 시기와, 메시지, 증대 규모는 진행 중인 한일 갈등을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며 이 사안에 끼어들었다. 당시의 SBS 8시 뉴스는 "우리가 지금까지 매년 해오던 독도훈련을 놓고 처음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는데"라며 낯설다는 반응을 표출했다.
▲ 제68주년 해양경찰의 날을 맞이한 6일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인근 해상에서 독도 해양경찰 경비함 5001함이 독도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2021.9.6 |
ⓒ 사진공동취재단 |
독도는 분쟁도서?
이런 가운데, 독도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한층 대담해지고 있다. 자유민주당(자민당) 독도대응팀이 '2022년 여름까지 새로운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고, 일본 언론들은 분위기를 띄워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방부 기관지가 가만히 있지 않고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냈다. 물론 <성조지>는 과거에도 독도와 관련해 '분쟁도서'란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 현지 시각 24일 발행된 <성조지>기사 '일본, 분쟁도서 형상 담은 남한 술 선물 거절(Japan rejects gift of booze from South Korea that contained image of disputed islands)'은 독도를 분쟁도서(disputed islands)로 표기함으로써 독도가 '분쟁 중인 섬'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드러냈다.
▲ 문재인 대통령의 설 선물에 독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트집을 잡아 주한일본대사관이 선물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주한일본대사관은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명의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대사에게 보낸 설 선물 상자를 전날 그대로 반송했다. 반송 이유로는 선물 상자에 독도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사진은 청와대가 설 명절을 맞아 사회 각계각층, 각국 대사 등에게 전통주와 밤 등을 담아 보낸 선물 상자 모습. 2022.1.22 |
ⓒ 연합뉴스 |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점유 중이며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북방 4개 섬은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사이에 있다. 이 4개 섬 중 하나인 에토로후섬 인근에서 미국 시각 2021년 9월 26일 러시아 공군과 미 공군 간의 긴장 상황이 연출됐다. 미 공군기가 러시아 영해에 접근하자 러시아 공군기가 대응 출격을 했던 것이다.
이를 보도한 그달 29일자 <성조지> '러시아 전투기, 일본 북쪽 분쟁도서 인근에서 합중국 폭격기 가로막아(Russian fighter jets intercept US bomber near disputed island north of Japan)'는 "분쟁도서", "러시아와 일본에 의해 자기 것이라 주장되는 분쟁지역(disputed territory that is claimed by Russia and Japan)"이라는 표현들을 썼다.
<성조지>는 한국이 영유하고 일본이 자기 것이라 주장하는 독도를 "분쟁도서"로 표기했다.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일본이 자기 것이라 주장하는 북방 4개 섬 역시 그렇게 표기했다. 두 경우 모두 "분쟁도서"로 표기했으니 일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 정부의 태도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은 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열도)에 관한 기사에서 드러난다.
기시다는 회담 뒤 자신은 일본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바이든은 1960년 일·미 안보조약을 준수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을 언급하고 일본이 지배하는 분쟁도서인 센카쿠열도(the Japanese-controlled disputed islands of Senkaku)를 포함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처럼 미국은 센카쿠열도를 언급할 때는 "일본이 지배하는 분쟁도서(Japanese-controlled disputed islands)"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분쟁이 있긴 하지만 일본이 지배하는 곳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미국의 편파성
독도에 대한 미국의 편파성을 촉진하는 요소가 미국 정부의 '친일본화'뿐만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추동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으며 그것은 중국과 관련돼 있다.
작년에 베트남 유이떤대학 전경수 교수가 <사회와 역사> 제132집에 기고한 '독도론 - 군사주의를 넘어서'에 자세히 설명돼 있듯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독도는 한국령'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1944년에 미 해군정보국이 제작한 지도에서는 독도가 식민지 한국의 영역으로 표기돼 있을 뿐 아니라 식민지 한국의 해양경계선이 일본 서해안에 매우 근접해 있다. "적국 일본에 대한 보복과 응징 의지가 강렬하게 표현"된 것이라고 전 교수는 해석했다.
그랬던 미국이, 일본 점령 뒤에 중국대륙 정세가 급변하자 독도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 중국국민당이 중국공산당을 꺾고 소련(러시아)을 견제해줄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미국은 중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버리고 적대적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대일정책을 바꾸는 원인이 됐다. 일본을 패전국에서 동맹국으로 바꿔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미국은 1948년 1월 18일 케네스 로이얄 육군장관의 성명을 계기로 일본을 동맹국으로 승격시켰다.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이 바뀔 조짐은 일본 현지에서 신속히 감지됐다. 1947년 4월에는 일본 어민들이 독도에 상륙해 "우리 구역"이라며 한국 어민에게 총격을 가했고, 동년 6월에는 미군정 하의 일본 외무성이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홍보 책자를 배포했다. 일본을 군사적으로 점령한 미국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런 가운데 1948년 6월 8일에는 미군 폭격기들이 독도와 인근에서 한국 어민들을 폭격하는 어이없고 참혹한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 어민들이 폭격기를 향해 태극기를 흔들어대는데도 폭탄은 계속 떨어졌다. 그달 12일자 <동아일보> 2면은 사망자가 9명이라고 보도했지만, 1999년 10월 11일자 <한겨레>는 150명, 2015년 2월 6일자 <대구일보>는 200명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에 의한 독도 폭격은 1952년에도 있었다. 이 해에는 독도를 미군 훈련장으로 제공하는 협정까지 한·미가 아닌 미·일 간에 체결됐다. 그해 5월 23일 이시하라 간이치로 외무성 정무차관은 중의원 외무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이 독도를 미군 훈련장으로 제공하는 것은 독도를 한국과 떼어놓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시기에 미국이 독도에 관련해 동맹국 한국을 배반한 것은 일본과 제휴해 중국을 견제하고 나아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반중국화 및 친일본화가 독도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 일본을 방문 중인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은 7일 도쿄 방위성에서 회담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공동 대응하기로 확인했다. 두 사람은 또 북한에 대한 대응은 물론 중국의 남중국해 군가 거점화 시도에 대해서도 미일동맹을 토대로 공조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은 이날 회담에 앞서 카터 국방장관이 방위성에서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하며 양국 국기에 예를 표하는 모습. 2016.12.07 |
ⓒ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닉슨 행정부가 거두어들였던 '반중국화'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며 친일본화를 강화했다. 중국의 인도양·태평양 진출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인해 일본의 협력이 한층 더 절실해진 결과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다.
미일동맹이 한층 긴밀해지는 속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사상 최고로 강경해지고, 자민당이 새로운 독도정책까지 예고하고 있다. 여기다가 미국 국방부 기관지까지 나서서 독도는 분쟁도서라고 운운하고 있다. 독도를 향해 새로운 도발을 준비하는 일본을 상대로 미국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 의해서도 독도는 새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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