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사필귀정

전재우 2022. 1. 2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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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친구 관계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멀어진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급기야 부정기적으로 바뀌고 이래선 안 되겠다며 날짜를 정해 만나기로 한다.

생리 욕구(의식주에 대한 욕구), 안전 욕구(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존경 욕구(남들로부터 존경받고 싶어 하는 욕구), 자아실현 욕구다.

'될 일이 됐다'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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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학창 시절 친구 관계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멀어진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급기야 부정기적으로 바뀌고 이래선 안 되겠다며 날짜를 정해 만나기로 한다. 생활에 치이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오랜만에 만나면 대화 주제는 서로의 안부에서 자리에 없는 친구 소식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SNS를 통해 뭘 먹고 어떻게 사는지 대충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과 배경을 알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친구 관계는 사슬로 연결돼 있어 친하지 않았거나 모르고 싶은 이들의 소식도 듣게 된다. 이른바 놀았던 애들의 얘기까지 들린다. 열심히 노력해서 잘 먹고 잘사는 걸 뭐라 하겠는가. 거짓말과 착취 등으로 생활했으면서 이름을 바꿔 과거를 지워버렸다느니, 부모 재력으로 유학 다녀와 신분세탁을 했다느니, 한술 더 떠 뒷배 덕에 잘못될 걸 막았다는 이야기에 다다르면 불평등과 공정에 관한 토론이 나오게 마련이다.

잘못된 정보일 수도, 편견일 수도, 부러움일 수도 있다. 지나간 허물을 고치고 상식에 맞게 살고 있을 수 있다. 과거 모습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누군가의 현재 삶을 매도할 순 없다. 그러나 여전히 권모술수, 유무형 폭력, 거짓으로 사는 삶이라면 당연히 손가락질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욕구를 설명할 때면 거론되는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는 욕구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생리 욕구(의식주에 대한 욕구), 안전 욕구(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존경 욕구(남들로부터 존경받고 싶어 하는 욕구), 자아실현 욕구다. 앞의 욕구가 충족돼야 다음 욕구를 추구한다는 단계별 동기 이론이다.

문제는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진다. 욕구를 채우는 시기가 늦어지거나 결핍 상태에 들어가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결핍의 크기와 상관없다. 여기엔 주변 사람의 자극도 작용한다.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의 질타와 채찍질, 지인의 따가운 시선과 냉혹한 평가는 초조함을 유발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나쁜 자극이 된다. 잘못된 방법으로 욕구 단계를 충족하면 욕심을 선(善)으로 여기게 되고 탐욕이 일상화된다. 염치를 모르고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한다. 거짓을 합리화한다.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설득시키는 데 골몰하고, 믿지 않으면 화를 낸다. ‘될 일이 됐다’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공인으로 나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 중 4단계 존경 욕구를 충족하려는 시도다. 존경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공인일 필요가 없는데도 굳이 나선다. 잘못이 뭔지 모르고 자기합리화에 빠진 상태니 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공동체 이익은 뒷전이고 사욕을 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얼마 전 한 인터넷 매체는 어느 공인의 학창 시절 비행에 대해 보도했다. 복수의 제보를 바탕으로 했다. 폭력 피해 당사자인 제보자는 3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공인과 함께 비행을 저지른 다른 제보자는 물려받은 일을 하는 것까진 용인할 수 있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 위치에 간 것도 아닌데 공적인 업무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제보 이유를 밝혔다.

잘못에 대한 벌을 받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민담이나 전래동화, 소설, 영화 등의 대표적인 주제가 권선징악인가 싶다. 원인과 결과는 항상 맞물린다. 좀 늦더라도 모든 일은 반드시 옳은 이치로 돌아간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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