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평범한 어떤 하루

2022. 1. 2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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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방에 친구 J가 놀러왔다.

유서 깊은 매거진 P의 편집장인 J는 오자마자 푸념을 늘어놓았다.

시어머니표 김치, 고구마, 호두. J는 주변 친구들의 도를 넘는(?) 다정함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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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가수·작가


나의 책방에 친구 J가 놀러왔다. 유서 깊은 매거진 P의 편집장인 J는 오자마자 푸념을 늘어놓았다. 인쇄비와 종이값이 올라 제작비 부담이 크다고, 그런데 그만큼의 수요가 없어 힘들다고. 우리는 얼마간 책을 만지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넋두리를 나누었다. 피차의 사정에 통달한 두 사람이 서로 끙끙거림을 나누는 일은 이상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애환이라는 식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 기분이 든다. 분명 슬픔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신도 나고 웃음도 나고 조금 기운도 난다.

조금 있으니 친구 Y도 책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J와 Y와 나는 1년 전 함께 만난 적이 있다. 1년 만에 만난다는 건 비교적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고 봐야 할 텐데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치 한 달 만에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1년이 한 달처럼 속절없이 흘렀구나! Y와 함께 새로운 애환이 등장했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으로 시간의 스피드에 대해, 점점 길어지고 일상화돼가는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생활 방식에 대해서도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Y는 오랜만에 집 밖으로 외출한 것이라고 했다. 아주 커다란 가방을 들고 신나게 등장했길래 뭔가 했는데 그 안에는 나와 J에게 나눠줄 음식들이 가득했다. 시어머니표 김치, 고구마, 호두…. J는 주변 친구들의 도를 넘는(?) 다정함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었다. “아무리 나랑 친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 정도로 자기 일처럼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건지. 고마우면서도 정말 믿어지지 않아.” 돈이 없어 매거진을 그만두고 정처 없이 여행이나 다니며 살고 싶다고 말한 J는 모순적이게도 자신의 매거진에 참고하려는 게 분명한 다른 매거진들을 여러 권 구매했다.

손님 뜸한 작은 책방에 앉아 한 번씩 놀러오는 친구들을 맞이하고 보내주는 것. 나의 견딤은 이것이다. 견딘다는 건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별일 아닌 경험에 새삼스레 한 번씩 깜짝 놀라면서. 감사하면서.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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