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가녘에서 세계를 바라보기

2022. 1. 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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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어떤 분은 집 안의 모든 시계를 10분 빠르게 맞춰 놓고 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늦은 줄 알고 당황했다가 10분의 여유가 있음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쉰 뒤 차분하게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분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익숙한 세계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봄으로 유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주류 사회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근거해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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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집 안의 모든 시계를 10분 빠르게 맞춰 놓고 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늦은 줄 알고 당황했다가 10분의 여유가 있음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쉰 뒤 차분하게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분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익숙한 세계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봄으로 유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에 WWJD라는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적이 있다. 이 운동의 핵심 주장은 진정한 크리스천으로 살려면 매사에 “What would Jesus do?” 즉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늘 예수의 처지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예수의 진정한 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진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연 우리가 무엇을 근거로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판단하는가이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판단을 한다면 문제가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주류 사회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근거해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WWJD를 통해 결국 자신에게 손해가 될 일은 피하고 사회 기득권층의 이득을 반영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면 그 이상 모순되고 기만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전쟁과 억압과 차별이 예수의 이름으로 자행됐고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복음의 핵심, 신학적 규준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많은 신학자들이 누가복음 4장 14∼21절에 주목한다. 예수는 고향인 나사렛 회당을 방문해 이사야서 두루마리에서 이런 말씀이 있는 부분을 찾아 읽으셨다. “주님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포로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주고,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이는 예수의 사역과 가르침의 요약이고, 복음 전체의 핵심이고, 성경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해석학적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예수의 메시아직 취임 설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예수는 당신의 목적을 간결하고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명확하다. 온갖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돼 사회의 주변부에 머무는 사람들을 구원해 주님의 은혜를 선포하기 위함이다. 예수의 사명이 이렇게 명확하게 선언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크리스천들이 그것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릭 워런 목사가 쓴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책에는 수많은 성서 인용이 나오지만 이 구절은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WWJD 구호의 핵심은 이 세계를 내가 익숙한 방식이나 주류 사회가 바라보는 방식으로 보지 말고, 예수의 관점에서 바라보라는 것이다. 이는 로마서 12장 2절(새번역)에 나오는 “이 시대의 풍조”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라는 권면과 상통한다. 크리스천들도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똑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만, 예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볼 때 마치 다른 세계로 이주해 사는 것 같은 변화를 겪게 된다. 예수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은 사회의 가녘에 서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이 예수가 머무는 곳이고,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불길이 점화되는 곳이고, 선교가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난 후 예수는 예배당에 갇혀 계시지 않고, 우리보다 먼저 교회 문을 열고 나오셔서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차별받고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 곁에 가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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