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김동령·박경태 감독은 다큐멘터리 ‘거미의 땅’(2012)에서 세 명의 기지촌 여성을 만난다. 이 땅에서 자행되었던 폭력적 역사가 그들의 육체와 정신에 남긴 상처와 기억은 끔찍하다. 그들 중 한 명이었던 박인순 할머니. 그에 대한 이야기는 두 감독이 다시 만나 연출한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로 이어진다.
초반부는 건조하게 할머니의 근황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된다. 할머니는 여전히 고되고 외로운 삶을 산다. 과거는 그의 현재를 발목 잡고 있고, 여전히 자신의 삶을 투영한 그림을 그린다.
영화는 중반부터 급변한다. 기지촌이었던 ‘뺏벌’이라는 공간의 폐허가 된 클럽에 유령과 도깨비와 저승사자 같은 존재들이 출몰하며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에서 픽션으로 변해간다. 그곳에 살면서 수많은 여성들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했던 박인순 할머니의 기억을 마치 판타지로 재현한 듯하다. 여기서 선명하게 남는 존재는 흰옷의 여성들이다. 빈 술병만 남아 있는 ‘어메이징 클럽’에 불쑥 등장한 후 그들은 영화 곳곳에서 과거를 환기시키며 나타난다. 마치 그들은 저승에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 같으며, 그들을 달래기 위해서 어쩌면 이 영화는 필연적으로 판타지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진혼을 넘어 복수의 서사로! 저승으로 가는 아홉 고개를 넘기 위해 그들이 한 행동은 잔혹하면서도 꽤나 대담하고 통쾌하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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